충남의 태실 문화 유네스코 세계유산 꿈꾸다
한국의 조선왕실 가봉 태실의 세계유산화를 위해선 문화재청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와 함께 광역적인 협력이 선결 과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회정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5일 오후 서산시 문화회관 소공연장에서 충남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위원장 김옥수) 주최, 굿모닝충청 주관으로 열린 ‘충남의 태실 문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의정토론회' 발제를 통해 가봉 태실의 세계유산화 방향을 설명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태실의 종류는 왕자·녀가 태어났을 때 최초로 조성하는 아기 태실과 그 주인공이 왕으로 즉위한 뒤 석물을 갖추어 만든 가봉 태실로 구분된다. 또 형태로는 2기 이상의 모둠 태실과 개별 태실로 구분된다. 주로 서울‧경기 일부와 함께 ‘하삼도’인 충청도와 전라도, 경상도에 조성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까지 충남에서 확인된 조선왕실의 태실 문화재는 총 16개소. 구체적으로는 '가봉 태실' 또는 가봉 태실의 '원태봉지' 7개소, '아기씨태실' 9개소(금산 1, 부여 3, 보령 1, 예산 3, 당진 1)로 나뉜다. 아직까지 태주가 확인되지 않은 태실과 함께, 태주의 기록은 있지만 태실지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도 있어 추가 발견 가능성도 있는 상태다.
주목할 점은 충남이 전국에서도 국왕의 가봉 태실이 가장 많은 지역이라는 것이다. 비록 원태봉이 유실된 곳이 2곳이나 있지만, 왕위에 등극한 가봉 태실의 경우 경북보다 충남이 한 곳 더 많은 7곳으로 집계되고 있다. 총 28기의 가봉 태실 중 최초로 보물(제1976호)로 지정된 서산 명종대왕태실 및 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이 같은 사실을 설명한 뒤 “이미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실의 의궤중 상당수가 안태의례와 관련된 것들임을 감안하고, 의궤속 내용을 통해 안태의례 전반을 복원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조선왕실의 가봉 태실의 세계유산화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왕실의 태실은 세계유산으로서의 잠재가치가 충분하다”며 “세계유산협약이 제시하는 판단 기준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는 인류 보편의 것을 의미하는 보편성과 동일 또는 유사한 유형 중에서 특히 뛰어난 것의 가치를 함께 지향하는데 태실 문화 또한 그러한 가치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또 “세계유산화를 위해 가는 길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1928년부터 1930년 사이 훼손된 것”이라며 “이에 대한 논리를 찾는 작업들이 여러 방면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충남에서 세계유산으로 갈 만한 핵심적인 유산을 두 군데 꼽으면 서산 명종대왕과 예산 헌종대왕 태실”이라며 “경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마지막 사례이기 때문에 그 가치가 높다”고 강조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과거 충남도가 주최한 UCC공모전에서 헌종대왕 태실의 상부 모습이 확인된 사진이 발견된 점과 40여 년간 물속에 잠겨있던 헌종태실비가 2017년 예산군 이강열 학예연구사 주도로 인양된 사실을 언급하며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김 책임연구원은 “조선왕실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한국의 태 처리 문화에서는 생명의 기반이 되었던 태와 태반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대한 사상적 상징을 보여주는 역사적 산물”이라며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인류 보편의 사상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유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목에서 김 책임연구원은 태국의 아유타야 유적을 사례로 들며 “조선의 태실은 세계유산 등재기준에서의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독보적 또는 적어도 특출한 증거일 것’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가봉 태실의 세계유산화 등재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를 위한 장기 로드맵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핵심은 기초적인 단계의 조사 자료의 누적과 연구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대체적으로 한국의 태처리문화와 태실에 대한 조사연구가 지역별로 진행된 만큼 전체적으로 큰 목표를 설정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유산인 태실, 그중에서도 가봉 태실의 세계유산화를 목표로 장기적인 안목의 계획이 요구된다”고 부연했다. “실제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대상을 구체화하여 목록화하고 보다 심도 있는 연구들이 준비돼야 한다”고도 했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선 최소 5~7년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차근차근 준비해 문화재청 잠재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이에 앞서 국내적으로 지정문화재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충남도의 역할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역사적으로 가봉 태실은 전국에 28기가 조성돼 있고 이 유산들이 모두 세계유산 등재 대상목록에 이름을 올렸으면 좋겠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대부분 훼손되었다는 점에서 몇몇은 제외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제한 뒤 “다만 가봉 태실의 세계유산화는 우리 문화유산이 세계유산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연구 과정에서 충남이 리더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명분을 세 가지로 요약해 설명했다. 먼저 충남도 자체적으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태처리 민속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기 위해선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 만큼 어렵다. 이에 따라 각 지방정부가 등재과정을 보다 효과적이고 합리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각각의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왕실의 문화를 떠받치는 민간의 문화, 즉 민속적 관점에서 태실문화에 대한 조사가 아직까지 이뤄진 적 없는 만큼 태처리 민속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김 책임연구원의 주장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충남역사문화연구원과 충남도 문화유산과가 함께 기획해 내년도 중점추진사항으로 ‘충남지역 태처리문화 전수조사’를 기획하고 예산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출처 : 굿모닝충청 2023. 8. 25 이종현 기자의 글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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