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까마귀 2022. 7. 16. 12:54

한달에 한두번은 다녀왔든 고향길이지만

육십에 든 마음속에도 설쇠러 나서는  새벽고향길이 설래다

어릴적 새뱃돈으로 받은 빨간 지전이 신기하여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창고에 넣어놓고

학교 다녀와서 꺼내어 냄새 맡아보든 그 추억도

스무명이 넘는 대소가 손주녀석들 나눠줄

빳빳한 신권 배춧닢으로 불룩한 쌈지를 더듬으며

새벽별이 빤짝이는 플렛폼에서 파란 하늘로 띄워본다

한밭벌 출발 무궁화호는 조금 냉하였지만 

옥천 이원 영동 황간가는 경상도 억양썩인 충청도 사투리와

들고 맨 선물 꾸러미들로 방안은 금새 따뜻해진다 

 

추풍령역에서 뒤쫓아온 번개차를 앞서보내고

백두대간을 넘어 경상도땅 내리막길

차창밖 황학산 위로 새날이 밝아온다

온누리의 평화와 우리나라의 힘과 배달민족의꿈과

우리집의 행복과 나의 희망을 담고...

우리 회원님들의 건강을 담고...

아직은 잠이덜깬 고향역을 뒤에두고

 어스름 논길따라 추억의 밭길따라

고향흙 밟으며 고향설 맞으며 고향길을 걷는다

탄피 줏으로 형들따라 올랐던 화악산도 반겨주고

해골 바가지 줏어와 공차기하든 작오산도 반겨주고 

도리솔에 둘러쌓여 편히 누워계시는 

조상님의 묘소도 반겨 주시고 

400년된 동구밖 정자나무도 반겨주고

불천위 사당에 문안드리고 돌아나온 사랑채옆 회나무도 반겨준다 

차례 마치고 찾아뵌 백을넘어 한살되신

젊은 종숙모 해진손에 배춧닢 두어장 쥐어드리고

천수하시라 덕담올리고 나서는 문밖에는 

정월 초하루 서설이 고향땅에 나린다

서너칸 되는 방도 모자라 댓돌밑에 자리깐

조카놈들 시중에 칠순 제종 형수는 신바람이나고

흰눈 흩뿌리는 망정골 앞산 찬바람도

모닥불 쬐며 나누는 정담속에 따스하게 녹아든다 

내리는 서설에 행여 어깨 젖을세라 

한살배기 종숙모님의 손주들 걱정은

고리짝속 신식수건 마저 동이나게 하니

그래서 고향마음 일레라

그래서 고향사람 일레라

그래서 고향마을 일레라

그래서 고향산천 일레라

그래서 고향하늘 일레라

 

기축년(2009) 정월 초하루

고향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