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이전 한밭언저리길 후기

원정역에서 두계천 돌아 금곡천 건너 방동저수지로

돌까마귀 2024. 12. 19. 20:53

< 2009년 4월 1일 다음블러그에 쓴 글>

 

서부터미널에서 흑석리지나 원정동까지 가는 23번 버스는 하루 열 여섯 차례 있는데, 그 중 세 차례는 무도리까지 운행하니 개인차량을 버리고 한적한 시골정취를 느껴보는것도 아주 좋다.

원정역에서 버스를 내려 기차가 서지않는 역사를 둘러보고 두계천 다리를 건너 세편이 마을로 들어간다.

 

넓은 들판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느티나무는 여름이 되면 푸른옷으로 갈아입을 것이고

 

들판 가운데길로 방천 둑에 올라서니 보에 갇힌 맑은 물이 산 그림자를 담고있다.

 

넓은 보리밭은 머잖아 노고지리들의 안식처가 될것이고 

 

갯버들 가지 휘 늘어진 물 속에는 고기 때가 해엄치고있다. 

 

세편이 들판을 휘 돌아온 물 줄기는 정뱅이, 야실 마을 앞으로 흘러가 벌곡천과 만나니 

 

수양버들 그늘 아래에 낚시 판을  벌렸으면 멋지겠다. 

 

논두렁에는 봄나물이 지천이니 아낙내의 양은 다라이는 넘쳐 나는데

 

산기슭의 빨간 양철지붕 집 주인은 대나무숲 바람소리를 밤마다 즐길 수 있겠다. 

 

산수유가 한창인 텃밭에는 유채꽃도 한창 피어나고 

 

봄의 입맛을 돋울 '머위'는 안주인의 선택받기를 기다리고있다. 

 

애기 흑염소의 맴맴 소리를 들으며 봄향기에 취해 가는데 

 

홍매 백매가 흐드러지게 핀 그림 같은 저 집 주인장 농부가 갑자기 부러워진다.

 

겨우 네 움츠렸던 마늘 잎사귀가 따뜻한 봄 하늘을 향해 뻗어가는 밭둑을 돌아드니 

 

골짜기로 올라가는 길 가의 다락논배미에는 5월이면 벼포기가 자라고 있으리라.

 

간이 화장실 옆 산기슭에는 진달래도 활짝 피어있고 

 

매화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조그만 웅덩이는 다가 올  모내기철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주인장의 근면함을 보여주듯이 연장들이 깔끔하게 정리 된 농막을 지나자 

 

들길은 끝이나고 이제부터 산길이 시작된다.

 

상낭재에서 올라 온 산줄기는 솔 향기 진달래 향기가 진동을 하고

 

왼쪽으로 접어드니 길 바닥에는 비단이 깔려있다.

 

완만한 능선길은 푹신하고 편안하니

 

양지 쪽 넓은 묘지에서 낮잠 한 숨을 자고싶고

 

넓은 길을 곧바로 나가면 165봉 능선따라 봉곡동으로 내려가고 좌측 묘지로 올라서야 226봉이다. 

 

큰 바위 옆을 지나니 크고 작은 바위들이 이어지고 

 

바위 사잇길로 들어서니 구봉산이 저 멀리 있고 가마방골이 발아래로 보인다. 

 

집채 만 한 바위를 돌아 나가니 226봉에 닿고

 

북으로 뻗은 능선 끝에 송전 철탑이 우뚝 솟은 265봉에 위왕산 마루금이 닿아있다.

 

확 트인 조망바위에서 구봉산 봉우리들을 바라보며 한숨 돌린 후 평편한 능선길을 200m쯤 걸으니 265m철탑봉이다. 

 

서남쪽으로 뻗은 산줄기 끝에 위왕산 절벽이 걸려있고

 

동북쪽으로는 구봉산 줄기가 달려간다. 

 

북쪽 능선 급경사를 내려오다 방동저수지의 반짝이는 물 빛에 취하여 

 

끝 머리의 큰 바위 위에 오르니

 

호남고속도로가 서대전 분기점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멋 들어진 소나무 가지 사이로 금곡천을 건너는 다리도 보인다.

 

성북동에서 흘러 내려온 물이 방동저수지에 갇혀있다가 다시 흘러내린 금곡천은 양지말 바깥말로 흘러 나가고

 

징검다리를 건너 3가닥의 금곡천교 밑을지나 오른쪽으로 묘지에 오른다. 

 

얕으막한 방동저수지 동쪽 산마루는 시원한 송림길이 1km쯤 이어지다가 봉곡길 농장 앞에 떨어지니

 

방동저수지 승강장에서 202번을 타면 대전역으로 가고 40번 단위 버스를 타면 서부터미널이 종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