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물길 따라 걷기

봄비 내리는 목달천과 정생천 그리고 영규대사

돌까마귀 2023. 4. 25. 16:49

2023년 4월 25일 화요일, 법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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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 목달동

남달미로103번길로 불리는 목달천 제방길 끝자락

활짝 핀 복사꽃 향기에 취하려는데

옆에서 들리는 갸날픈 비명소리

아파요!

너무 아파요! 

이것 좀 풀어주세요~

 

그러나

내 힘으론 어쩔수없다

 

미안하다

다음에 올때 연장 가지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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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을 돌려 대전 중구 정생동

정생천 물길따라 정승골로 들어가니

늙은 왕버들 두 그루

빨간 연산홍 앞에는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날린다

새 생명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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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비구비 숲길을 한참 오르니

임진왜란 때 금산전투에서 복부 관통상을 입고 몸을 피해 이곳에 숨어들어

갑옷과 창검을 벗어놓고 마지막 힘을 다해 공주 갑사 청련암으로 옮겨가서 

결국 입적하고 말았다는 승장 영규대사의 이야기가 전해오는 중암사를 지나 

천비산 산허리를 돌아 내려오니 서당골 서당천변에는 지팡이를 3개나 짚은 늙은 느티나무가

"나 좀 쉬게 해 줘~" 라며 내 발목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