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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으면 왜, 음식을 흘리며 먹을까

돌까마귀 2024. 1. 5. 08:07

입둘레근 강도 청년보다 2배 약해…‘선 삼킴, 후 토크’가 미덕

 

“아니, 왜 당신 식사한 자리만 지저분한 거야? 이거 봐 이거 봐, 음식 흘린 거!”

 

안 보는 척 식탁 밑을 보니, 내 자리만 음식 파편이 가득하다. 턱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하다. 회식 때는 더 가관이다. 휴지가 없으면 처리가 안 될 정도로 음식물 파편이 뛰쳐나온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이비인후과 채성원 교수에 따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단다. 젊은이와 노인의 구륜근(입둘레근) 강도와 지구력을 비교해보니, 노인의 경우 거의 두 배 가까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게 막는 덮개가 부실하니, 입속 내용물이 쉽게 뚫고 나올 수밖에 없다.

 

회식은 단순히 밥만 먹으려고 모이는 것이 아니다. 대화와 함께해야 진정한 회식 아닌가. 뜨끈하게 끓고 있는 전골냄비나 심지어 앞사람 얼굴에 음식물 파편을 날리지 않으려면, 저작 운동과 언어 구현이라는 아주 섬세하고 복잡한 행동이 가능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이 두 가지 운동을 조작하는 뇌신경과 운동신경이 느려지고 버벅댄다.

 

지저분한 늙은이라 놀림당하지 않으려면, 음식을 씹고 삼킬 때 입술의 텐션을 의도적으로 높여줄 필요가 있다. 특히 회식 자리에서는 ‘선 삼킴, 후 토크’의 질서를 무너뜨리면 절대 안 된다. 괜히 부끄러움에 턱 밑의 구멍을 찾는 척하지 말고 말이다.

 

<2024. 1. 5 경향신문,  김진세 정신과 전문의의 글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