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까마귀(石烏) 창작글 모음 78

구룡산 삿갓봉에서

거칠 것이 하나 없이 탁 트인 삿갓봉에 사방을 둘러 싼 찬란한 붉은 장막 그 속에 같혔으니 바로 내가 신선일세 땅거미가 짙어지고 밤하늘에 별이 뜨면 정겨운 님과 함께 술잔을 높이 들자 오작교를 넘나 들며 정담도 나눠 보자 새벽 닭 울음소리에 미리내는 사라지고 서쪽 하늘에는 샛별이 빛나는데 또 다시 붉은 장막은 마루금에 드리우네 사랑하는 벗들이여 흑룡의 등을 타고 저 찬란한 해를 향해 힘차게 날아보자 가슴속에 품은 큰뜻 하늘 높이 펼쳐 보자 2011년 1월1일 구룡산 해맞이 비박을 마치고

석호리 찬가

옥천 군북 소정리의 문박골 물길따라 돌거리 고개 밑의 옥색 물감 퍼 담은 뒤 석호리 함치 지나 아사골에 접어 든다 입춘 지난 꽃샘 추위 귀때기를 때리지만 쨍그랑 소리내며 깨어질듯 파란하늘 두둥실 뜬 저 구름은 막지봉을 넘어가네 청풍정 추녀 끝에 매어 달린 고드름은 고균선생 눈물인가 기생명월 눈물인가 열길 절벽 바위에다 아픈 상처 남겨 놨네 물 건너 장고개의 깎은 절벽 바위위엔 명주도포 걸쳐 입은 왜가리가 날아 들고 진걸 포구 뱃사공은 그물질이 바뻐진다. 2016.2.15 丙申年 정월 초 여드렛날 옥천 군북 석호리 대청호반에서

서화천 찬가

금산 군북 사기점서 상곡천으로 시작한 물 옥천군 군서면의 장룡산을 지나면서 금천으로 불리며 은행들로 흘러든다. 추부에서 흘러내린 또 한 줄기 추풍천은 서대산 앞 신평에서 조정천을 만나드니 지경리를 회돌이하며 소욱천이 되었구나. 금천과 소욱천이 은행들서 합쳐지니 성왕이 참수 당한 구진벼루 지나면서 비단강을 만날 때 까지 서화천이라 불리운다. 진터벌에 내려서며 구슬천 물 더하여서 중봉선생 얼이 서린 이지당을 지나가니 벼랑에 새긴 우암의 글씨 저녁놀에 붉게 탄다. 각신 지오 환평 추소 굽이굽이 돌아들다 환산에서 뻗어 내린 병풍바위 앞에서니 소금강이 여기구나 부소무니 절경이다. 2008.11.13 옥천 군북 추소리 병풍바위에서 돌까마귀가

겨울 비

이른아침 잠자리에서 하릴없이 일어나 자리끼 한모금 들이키고 창밖을 내다 보니 빠알간 뒷집 지붕위로 새벽하늘이 습하다 식장산에 걸려있을 초승달도 보이지 않고 보문산에 걸려야 할 샛별도 간곳 없고 가는골의 첫닭 울음도 습기 젖어 눅눅하나 가득함을 비우고난 아랫배의 편안함에 허리춤 추스리고 양팔 벌려 큰호흡 하니 가슴 깊이 구석구석 개운함이 젖어든다 등산화끈 조여메고 봇짐을 메고나니 나설걸음 어드멘가 이리저리 살피다가 애에라 나도몰라 소라티로 올라선다 음기 가득찬 새벽산길 홀로걷기 적막하나 행여나 뒤 쫓아올 님 생각에 볼 붉히고 혼자걷는 산길구비 기다림이 넉넉하다 약수터 물줄기는 겨울가뭄 탓이련가 쪼르르 똑 쪼르르 똑 애간장을 태우건만 님 기다림 시간보단 애달픔이 덜하구나 동쪽하늘 밝아오고 발자욱소리 부산한데..

크고 맑은 물을 위하여

줄골 장승고개 넘어 오던 봄 바람이 오리골 방죽 타고 토끼봉에 매달릴때 신선바위 옆자락 타고 고용골에서 꼬리잡네 길치고개 넘든 바람 고봉산서 숨 돌리며 고용골서 쉬던 바람과 줄뫼에서 합궁하니 에해라 봄이련가 얼은 물길 풀리리라 물속 깊이 숨어 있던 얼음고기 빙어련가 상촌 물길 그물 코에 갈 길 막혀 붙잡히니 상추 쌈에 초장 발라 님의 입맛 돋우리라 가을동네 추동 아닌 가래나무 가래울서 크고 맑은 호숫물을 어기여차 끌어 올려 한밭고을 가가호호 나눠주니 복 받으리 이름하여 대청이라 내륙의 다도해 한밭의 보물이고 충청의 젓줄이니 아끼고 사랑하여 자손만대 물려주세 2008.3.15 대청호반 B지구 가랭이에서

삶, 애원, 생명이라는 것

삶 무릇 모든 섭생이 이땅에 태어 날때 저마다 가지고 태어난 가치가 있으니 조물주로부터 받은 땅을 딛고 하늘을 이고 바람을쐬고 물을 마시고 빛을 쪼일 권리이리라 내 다리를 갖고도 두다리로 걷는 사람들이 길섶에 핀 꽃들이 벌 나비에게 나눔을 배푸는 뜻을 알랴마는 그래도 사는동안 남의눈물 닦어주며 상은 못줄지라도 벌은 주지않는 푸근한 호박부침같은 그런 삶을 살레라 작은 몸땡이 빨려서 껍질만 남드라도... 애원 오뉴월 땡양지에서 삶을 향한 갈구든가 아니면 질긴 생명을 끊지 못한 애원이든가 넝쿨은 오늘도 잡어줄 가지를 향해 손을 내민다 그 끝에 빠알간 꽃을 피워서 벌과 나비들에게 질긴 삶의 건더기인 단물을 나눠 주려고 아니면 길가 풀섶에 숨어 꺽어 대려가 줄 손길 기다릴려고 그도 아니면 태어난 고귀한 삶 붉게 ..

백 중 (百 中)

틈실자란 나락논을 세벌논매기 끝내드니 외양간 한켠에 호미씻어 걸어놓고 동구밖 개울가에 가마솥 걸었드냐 앞집에서 닭내놓고 뒷집에서 쌀내놓고 김진사내 돼지잡아 마을잔치 벌렸으니 오늘하루 일손놓고 질펀하게 놀아보세 으뜸머슴 소등태워 집집마다 회가돌고 백가지 햇과일로 삼농님께 빌었으니 올해도 풍년들어 고앙가득 채우리라 개울가 모래밭에 청기 홍기 걸어놓고 삿바잡은 저팔뚝은 뉘네집 일꾼인고 으랏찻차 넘어간다 삼돌이가 장사로다 꽹가리 소리 요란하니 징 장고도 화답하고 김진사 헛기침과 삼돌애미 얼싸춤에 바위뒤켠 이뿐이는 옷고름을 입에무네 성안말 백중장터 왁자하니 펼쳐지니 물넘이서 마루넘이서 모두가 나왔구나 한해농사 다되가니 새경받아 흥청이라 2015. 8. 17. 백중장사 씨름대회를 보며

삼천동 찬가 / 三川洞 讚歌

대전의 3대 하천은 남에서 북으로 한밭벌을 가르며 흐르는데 三川이 모이는 곳을 삼천동이라 불렀었다 만가지가 가득차서 흘러 내린 한밭내가 萬仞山 / 大田川 보물산을 돌아 흐른 버드네에 스며 들고 寶文山 / 柳等川 건괘가 두개 겹친 이 마을서 으뜸 만나 乾 卦 / 甲 川 비단강에 뛰어 드니 부처님이 춤을 춘다 錦 江 / 佛舞山 2009.5.1 아주 좋은 이름을 버리고 '둔산3동'으로 개명 한것이 안타까워서

안타까운 세월호 침몰사고에 붙여

세 월 (4월과 5월) 잔인하였던 4월이 가고 5월이 왔습니다 아픔의 4월이 가고 이렇게 5월이 왔습니다 가신 님들에 대한 죄스러움을 갚지도 못하였는데 아무런 도움도 못주고 그저 빌기만 하고 있었는데 5월은 이렇게 슬그머니 우리곁에 다가와 있습니다 우리들의 안일함과 안전불감증으로 다음 세대를 책임질 고귀한 어린 생명들이 아직도 진도 앞 바다에서 돌아 오지 못하고 엄니와 아빠의 귓바퀴에만 맴 돌고 있는데 5월은 이렇게 슬그머니 우리곁에 다가와 있습니다 부둣가 등대와 체육관을 오가며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에게도 흔들리는 보트와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바다 속에서 새찬 물결 해치며 목숨걸고 희생자를 찾는 그들에게도 아무런 도움도 못주고 그저 빌기만 하고 있었는데 5월은 이렇게 슬그머니 우리곁에 다가와 있습니다 ..

대전의 서쪽 끝마을에서

소 징 이 한밭의 서쪽 끝말 소징이에 들어서니 계룡산을 떨쳐 나온 으뜸내가 반겨주고 정도전의 채찍나무와 둥구나무 그늘 아래엔 촌로의 옛 이야기가 들마루 위에 펼처 진다 뛰노는 아희들은 마을회관을 들썩이고 수다스런 아낙내의 한 옥타브 높은 사투리와 반갑게 맞아주는 이장님의 온화한 미소는 하지를 지난 초여름 하늘의 뭉게구름에 실려간다 2013. 6. 23. 계사년 초여름 대전 유성구 송정동 서쪽 끝 소징이마을에서

낙 옆 에 게

연두빛 시절이 그제 였던가 짙 푸르던 시절이 어제 였던가 오늘 아침나절 들 일 나가던 길 황금색 바탕에 붉은 수 곱게 놓은 곱디 고운 옷 입고 나 좀봐라 뻐기더니 마음의 점 찍은 뒤 찾아나선 마실길 이웃집 아낙의 삐딱한 곁눈질과 한 울안 또래들의 쓴 소리 입방아가 그리도 가슴 앓이로 박히어 오시든가 아니면 화려한 옷이 거추장 스럽던가 횅하니 부는 바람 스산하기 그지없고 너 뒹구는 포도위에 아픈 걸음 내 딛으며 애꿎은 청소부의 싸릿비를 원망하니 처박혀진 푸뎃자루 찢어진 틈사이로 초겨울 하늘 내다 보며 아픈 가슴 다스리게나 2010.11.25 대전 중구 대흥동 원도심에서 돌까마귀 회한에 젖다

전남 담양/순창 강천산에서

강천산에서 강천산 병풍바위에 구름 한자락 걸어놓고 신선봉 붉은 단풍잎 살그머니 하나 따다 비룡폭포 맑은 물 담은 술잔에다 띄웠더니 토라졌던 님의 얼굴에 볼 우물이 패여진다 운대봉을 돌던 바람 연대봉을 휘 감더니 우작골에 걸친 비단은 금강골로 흘러 들고 송낙바위에 걸린 달은 강천호수에 빠졌다가 왕자봉과 형제봉 넘어 님의 눈에 다시 뜬다. 1993년11월 대전엑스포를 끝내고 받은 보너스 휴가때 직장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물 담기 전에는

물 담기전 효뜰 심곡 사람들은 닷세마다 열리는 신탄진 장보러 배 고개를 넘었으리라. 갈밭사는 친구집 들러 물 한바가지 들이키고 덕고개 넘어 하산디에 이르면 둥구나무 아래서 사둔도 만나 시집간 딸년 소식도 듣고 사둔 등에 엎힌 외손자 재롱이 귀여워 지개 작대기 받쳐놓고 바지게에 담아온 계란 한 꾸러미 사둔 손에 쥐어 줬으리라. 물 담기 전 효들 심곡사람들은 바지게 가득 지고온 푸성귀며 알곡에다 인심까지 붙여 판 뒤 찢어진 마누라 고무신도 때웠고 아들놈 운동화도 한켤래 샀으니 허리 꾸부러진 노모에게는 털 쉐타 하나쯤은 챙겼으리라 장터 주막집 주모 넉살에 방아간 전표 건내고 대취 하며는 지갯다리에 매어논 갈치 괭이 놈이 물어 가도 모르고 육자배기 한가락에 젓가락 장단이 흥겨웠으리라 돌아 오는길 물 담기 전 효..

고향 가는 길

고향이 뭐길레 그때는 이리도 매달리며 달려 갔었다 고향이 뭐길레 그때는 그렇게도 흔들리며 가고 싶었다 고향이 뭐길레 그때는 밤세워 줄을 서며 가야 했었다 * 고향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그 고향에는 고향 산천이 있기에 고향 사람이 있기에 고향 냄새가 있기에 고향 마음이 있기에 고향이라 부른다고 대답하노라 辛卯年 섣달 그믐날 (2012.1.22) 돌까마귀 그때 그사람 그시절이 그리워서

山上 露宿者

냉기가 스며 드는 산 꼭대기 천막 안 천정에 매달린 간데라도 졸고 있고 밤 늦도록 지껄이며 마신 술 탓인가 까마귀 눈 꺼풀도 천근 만근이다. 옆집 산꾼의 코골이를 자장가 삼아 옆구리를 파고드는 냉기에 몸 맡기니 고향 가고 옆에 없는 옆지기가 생각나서 비몽 사몽간에 고향길을 달린다. 조잘되는 산새 소리에 눈뜨고 일어나니 고단하던 육신은 날아 갈듯 가뿐하고 이슬 젖은 지퍼 내리니 창밖은 여명이라 달아 오른 동녘은 붉다 못해 불이 탄다. 2012년 1월 1일 대전 동구 주산동 고봉산성에서 비박과 신년 해맞이를 마치고

그와 나

그와 나 필연이었다 대전의 산을 좋아 했기에 그와 나 우연이었다 대전의 길을 좋아 했기에 그와 나 인연이었다 대전의 옛것을 좋아 했기에 그와 나 당연이었다 대전의 사람을 좋아 했기에 그와 나의 만남은 산길에서 시작 되었다, 혼자서 혹은 둘이서 지도 한장들고 대전의 산과 들을 쏘다니다가 때지어 대전의 산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다기에 쫓아가 보았더니 그곳에 그가 있었다. 대전둘레산길잇기- 그가 만들었단다 "대전의 산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 주려고... 좋았다, 신선했다 몇달 뒤 어느 봄날 산길에서 다시 만난 그의 얼굴에는 흰 털이 덮혀 있었다. 해어지기 아쉬워 봄꽃이 활짝핀 담배공장으로 옮겨 술잔을 기울였다 환경을 논하였고 대운하를 논하였고 문화를 논하였다. 몇달 뒤 어느 여름날 거리에서 만난 그는 멋진 뒤태..

2011년 10월 26일

사천 삼백 사십 사년 시월 스무엿세날 분노한 민초들은 멍석을 뒤 집었다 "온 나라" 패거리나 "국민이 주인인" 패거리나 이도 저도 못 믿어서 멍석을 뒤 집었다. 새로운 볏짚으로 새끼꼬아 새로 만든 새로운 멍석을 깔고 새 판을 펼쳤다 새 멍석 위에는 새 술상을 놓을테고 새 술상 위에는 새 먹거리가 놓일레라 바라건데 이왕이면 새로 차린 술상에는 숫가락과 젓가락도 새것으로 바꾸어서 천지사방 골골마다 삶에 찌든 민초들이 마음놓고 몰려와서 맛난 음식 들게하소 2011.10.27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 결과를 보고

다시 태어난 대전문화연대

김선건,김선미 두사람의 공동대표 매마른 한밭벌에 씨 뿌리고 물을 주나 가뭄은 이어지고 땅심마저 척박하다. 겨울엔 북 돋우고 퇴비 덮어 다짐밟기 물오름 한창 날엔 거름 넣어 보양하니 어린새싹 문화연대 뿌리내려 움을 텄다. 오뉴월 장맛비엔 물 담을까 물꼬트고 가을녘엔 손 탈세라 허수애비 술레 세워 지극정성 6년만에 틈실하게 자라났다. 새로 뽑힌 두분 대표가 앞에서 끌어주고 운영위원 정성으로 뒤에서 밀어주니 사무국의 새 일꾼도 신바람이 절로 날터 횐님들도 힘 합치고 다같이 정성 모으면 찬란한 문화의 꽃이 한밭벌을 가득 덮고 대전, 유등, 갑천을 타고 비단강에 흘러드리 2011.2.25 대전문화연대 사무실 리모델링을 마치고

모래재의 가을

가득 담아 출렁이는 맑고 푸른 물가에는 할애비 손바닥 보다는 쬐끔 더 넓은 젖은듯 매마른 모래톳이 자리잡고 닿을듯 말듯 애끓는 목마름에 지쳐서 끝내는 뒤틀어진 상수리가 졸고있다 면경알 같은 물위로 가녀린 모가지 내밀은 으악새는 푸른 하늘에 흘러 가는 새털구름 쳐다보며 이 가을 다 가기전에 꺼내 달라 하소연 하고 할애비 산소 가는길 한뼘지기 다랭이 논에는 누렇게 나락이 영글고 모래재 언덕배기엔 알밤이 뒹구니 물에 잠겨 없어진 내탑국민학교의 가을 운동회 소리가 들려온다 2010.9.29 대전 동구 사성동 모래재 대청호반에서

향수에 젖어

만치골 흘러 내린 찬도랑 따라 누렁이 앞세우고 꼴 배러 가는길 방천 가 강냉이 밭엔 고추잠자리 춤추고 여름네 멱 감던 찬새미 지나면 모갈비얄 콩밭이 누렇게 익어가니 배방골 나락논에는 미꾸리가 파고든다 코스모스 산들대는 신작로 따라 안질고개 넘어가는 자갈길 걷다보면 높다란 물탱크 아래 코쟁이가 헬로 하고 구멍난 고무신 바닥 왕모래가 파고드니 아까워서 모셔 놓은 새 신발이 생각난다 추석치레로 사다주신 타이아표 검정 고무신 2010.9.21 경인년 팔월 열나흘 고향길 열차 안에서

그리움이 사무쳐 / 비박

유난히도 무더웠던 지난 여름 긴긴 밤에 달빛에 젖어있는 정든 얼굴 보고파서 애꿎은 장맛비 원망에 밤새는 줄 몰랐었다 다달이 보던 모습 변하지는 않었는지 석달을 건너뛰어 이번에는 만날려나 '천하무적' '산사람'도 쾌차하여 나오겠지 가을바람 불어오는 찰랑대는 물 위에도 오랫만에 주고받는 님들의 잔속에도 중추팔월 열이래 달은 눈동자로 파고드리 2010.9.15 석달만에 만나게 될 밤 산적들이 그리워서

大屯山 讚歌

석양이 짙어 가는 낙조대 위에서 희망을 쫓아 보는 젊음이 더냐 마천대를 싸고 도는 하얀 띄 구름은 칠성봉 넘어 들어 용문굴 찾아간다 목동이 불어 주던 피리 소리는 장군봉 돌고 돌아 금강다리 걸렸는데 삼선계단 올라 서며 가뿐 한숨 쉬어도 개척탑 그늘에선 그님이 기다리리 상칼바위 신선바위 줄줄이 이어지나 청춘은 간데 없고 애원만 남았는네 수양버들 휘 늘어진 괴곡동천 맑은 물은 천등산 암벽 밑을 휘 돌아 흘러간다 2009.3.29 대전둘레산길잇기의 유익한 테마산행을 마치고

푸른 마루금을 거닐며

더 얼마나 걸어야 할까 찬이슬 아직도 새벽잠 덜 깻는데 묻혀가는 발자욱 마다 핏물보다 진한 흔적 저승길 멀지 않은 숨소리도 함께 묻고 바람은 능선을 핥어 벌때처럼 날아오니 날 마다 은하수 물에 온몸 담궈 씻으리라 태초에 일어나서 티 없는 그 숨결로 넓디 넓게 펼친 벌판 눈 녹아 흐르는 물에 내 영혼을 새로이 행궈 그 초원에 뿌리리라 2010.9.1 빗소리에 취하고 탁배기에 취해

추억의 비박산행 / 산상의 밤이 깊어지면

빗줄기 굵어지면 정자에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예기 나누고 밤하늘 맑으면 잔디밭에 둘러앉아 풀벌레 소리 들으며 작은별을 헤아리자 반딧불이가 비쳐주는 아름다운 내님의 뽀오얀 옆얼굴 말없이 바라보다 살며시 어깨를 기대어 온다면 자근자근 들려오는 숨소리를 들어보자 별빛에 반짝이는 눈동자에 빠졌다가 하현달이 잠겨있는 자그만 술잔에다 따스한 사랑을 덤으로 띄워서 나 없인 못산다는 님에게 권해보자 2010.7.23 大暑날 무더위에 지친몸 비박의 추억속으로 젖어들며

봄 비

박인수가 노래 했었지 나를 울리는 봄비라고 연이틀 추적거리는 비는 정말 나를 울린다 아스팔트 한자락에 누워 노오란 물을 토해내는 담배 꽁초의 몸통도 울타리 철조망에 얼켜 겨우네 움추렸던 울화를 터트릴 개나리의 꽃망울도 봄비 봄비 나를 울리는 봄비 원망스런 봄비를 탓한다 날개 젖은 까막 까치와 함께 봄비를 탓한다 2010.4.1 내일이면 비가 개어 심연(深淵)에서 빠져 나오길 기대하며

대전의 산이 좋아

간다 간다 오늘도 간다 풀내음 솔내음 맡으러 간다 가지끝에 매달린 쪽박달이 반가웁고 하늘가에 둥실 뜬 새털구름이 반가우니 간다 간다 내일도 간다 흙냄새 물냄새 맡으러 간다 구비구비 흘러가는 비단물길이 정겨웁고 올망졸망 키제기하는 한밭벌도 정겨우니 가리라 가리라 모래도 가리라 그리고 글피도 가리라 한밭땅 언저리 산을 찾아서 2010 비오는 삼월의 마지막날

봄 물빛에 젖어

물가에 서서 요광원 물가에 봄볕이 따스하다 파란하늘 새털구름 사이로 포근함이 내려와 온누리를 비춘다 바위틈에 박힌 발에 파르스름한 이끼양말을 신은 소나무 등걸에도... 물위로 고개숙인 머리끝에 졸망 졸망 노란진주를 매달은 버드나무 가지에도... 찰랑이는 물가에 앉아 겨울나며 찌든때를 벗겨내는 돌맹이 등짝에도... 따스한 봄볕이 물가를 맴돈다 2010.3.24 금산군 추부면 요광리 장산지에서 돌까마귀

待春夫 / 봄을 기다리며

내일이면 오실려나 아니면 모래쯤엔 오실려나 기다림의 세월이 결코 짧지는 않었지만 아궁이 속에서 탁탁튀는 등걸 타는 소리 들으며 긴 동지 섣달을 참아왔다 어름장 아래 갇혀서도 개울 바닥을 휘돌아 노는 송사리때 모습을 보면서 모진 겨울도 참아왔다 내일이면 오시겠지 늦어도 모래쯤엔 오시겠지 남녘의 풋냄세 한입 가득 머금고 따스한 산넘어 소식 봇짐 속에 가득 담고 기다리다 지쳐서 주저 앉은 날 찾아서 님은 오시겠지 잊지않고 오시겠지 2010.2.5 대전 동구 삼괴동 마경산 기슭 대전천 지류 알미천 에서

봄을 기다리는 마음 / 입춘

배나무 골짜기에 바람이 분다 산넘어 기다리는 님의 가슴을 향해 양지바른 보문사 터 대나무 숲에들러 겨우네 간직했던 댓잎 향기 함께 담아 어청골 가마 터에 바람이 분다 목 말라 애 태우는 나의 가슴을 향해 수님이골 널바위 옆 눈 녹은 물 속에서 연초록 미나리의 고은 향기 가득 담아 2010.2.3 입춘을 하루 앞두고 대전 중구 구완동 오도산 아래서

大淸湖 讚歌

전라도 장수땅 신무산서 발원하여 진안땅 지나면서 정자, 주자 두 물줄기 함께 품어 흘러 내려 적등강이 되드니만 무주땅서 남대천 만나 호강으로 불렸었네 영동과 금산을 휘돌아 가르면서 봉황천 끌어 안고 차탄강이 되드니만 아래로 내려오며 화인진강으로 불리우고 옥천에서 보청천 만나니 말흘탄이 되었구나 한밭땅 북쪽끝 물놀이 마을 건너 청원군 현도면의 구룡산 절벽아래 형각진강 여울목에 물막이를 하였으니 이름하여 크고 맑은 대청이라 부르노라 사백구십 오미터를 흙과 돌로 막았으니 댐높이는 칠십이요 해발고도 팔십삼미터 만수위는 팔십미터 홍수위는 팔십이점 오 물넓이는 칠십이점 팔 제곱키로미터 평상수위 담은 물은 십사억 구천만톤 칠십오년 삼월부터 팔십년 십이월까지 총공사비 일천사백육십사억 원을 들여 한반도서 세번째 큰 민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