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답사와 추억여행

눈꽃을 보는눈은 마음의 눈일레라

돌까마귀 2023. 1. 10. 13:00

11월의 짜투리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내리는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산성종합복지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지는 않다.

아홉시 정각 모이신분들을 둘러보니 전혀 안보이는 분이 네명이고 약맹이 세분, 약시가 두분이다. 도우미 세명에 나까지 총 13명이 소형버스에 오른다. 

 

목적지는 경기도 안성 칠현산인데 빗줄기는 그칠 줄 모르고 모두들 의논하여 빗길이 미끄러우니 넓고 완만한 산길을 골르니 문경 새재로 낙점됐다.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청원-상주 고속도로를 지나 중부내륙고속도를 달리는동안 빗줄기는 그쳤다 내렸다를 반복하드니 문경새재IC를 빠저 나갈 때는 눈으로 바뀌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백두대간은 흰모자를 둘러썼고 도로에는 물보라가 흩 날리는데 문경새재도립공원 주차장에 도착하니 시간은 정오, 차안에서 김밥도시락을 나눠 먹은 뒤 우의를 입고 도우미 1명 당 전맹 1명, 약맹 1명, 약시 1명 씩 장애 등급으로 짝을 맞춘다. 

 

제1관문까지 오르는동안 찬바람이 매서우나 모두가 희희낙낙 발걸음도 가볍고 노래가락도 흥얼거리고, 관문앞에서 기촬을 하는동안 지나는 산꾼들이 박수를 쳐주신다. 2관문으로 오르는 동안 잠시 그쳤든 눈발이 내리지만 바람은 산마루만 요란하게 흔들고 계곡길은 포근하다. 길옆 나무가지에는 눈꽃이 활짝 피어 모두가 장갑을 벗고 만져도 보고 길섶 낙옆위에 앉은 눈도 밟아보며 소리를 즐기니 어린아이가 따로없다. 2관문을 지나니 길바닥은 잔설이 얼어붙어 빠싹빠싹 소리를 내지만 마사토길은 걷기에 아주좋다. 내리던 눈도 그치고 햇볓은 쨍쨍! 일재 강점기말 군사용 연료로 송진을 공출 받을 때, V자로 소나무 밑둥을 생채기 내어 송진을 체취하든 아픈 역사의 흔적도 만져보고 눈꽃이 활짝 핀 단풍나무길에서 사진도 찍고 한웅큼 눈을 뭉쳐 던져도보고, 드디어 3관문에 다다르니 두시간 걸렸다.

 

오르는 내내 그들은 보이지 않는 눈 대신에 마음의 눈을 활짝 열고 오감으로 산을 보고 산을 즐기며 얼굴 가득 웃음꽃을 피우니 그 찬란한 아름다움은 눈꽃 세상보다 더 아름답다. 3관문 앞에서 다시한번 기촬하고 이제는 충북땅, 조령산 휴양림 계곡에서 올라오는 골바람이 매섭고, 보도블럭이 깔린 길에는 살얼음까지 얼었으니 모두가 조심조심 내리막을 내려 가는데 길 옆에는 철없는 개나리가 피어나 눈꽃을 덮어 썻으니 이 아니 신기 할수가? 설명을 드리니 모두가 장갑을 벗고 손으로 만져보고 냄새도 맡어본다.

 

드디어 조령산휴양림 정문에 다다르니 3시30분.  3시간의 '문경새재 눈꽃길산책'을 마치고 기다리던 버스에 올라 식당으로 이동, 따스한 손두부에 동동주 한잔씩 걸치니 흥타령이 절로 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어느누가 질세라 한곡조 씩 주고 받으니 이동시간 두시간이 짧기만 하나 아쉬운 작별을 한다. 

 

<2008년 11월 29일 대전산성종합복지관의 시각장애우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