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비박, 야행, 캠핑 후기

한파주의보속의 비박산행과 대청호반산길 산성을 찾아서

돌까마귀 2022. 12. 11. 07:56

매월 첫주 금요일은 "리눅스와 함께하는 추억의 비박산행" 날이다.  저녁 8시 무거운 봇짐을 지고 사무실을 나서 부사동오거리 농협 앞에서 113번 버스에 오르니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지며 미친사람 쳐다보듯한다

그도 그럴것이 한파주의보까지 내린 올겨울 첫 추위에 그것도 한 밤 중에 젊은(?)사람이 커다란 베낭을 메고 차에 오르니

면식있는 모두가 어딜가냐고 물으시니 까마귀 한마디 "깍! 깍! 산에 가유~"

 

리눅스에 휴폰 때리니 "버스 타고 가는 중 충대병원 앞에서 환승 헤유~"

OK 나도 충대병원앞에서 하차, 조금을 기다리니 시커먼 봇짐을 끌어안고 리눅스가 내린다

뒤쫓아온 310번에 둘이서 오르니 역시나 의아한 눈초리  "그래도 우리는 간다"

뿌리공원 입구 하차 안영교를 건너며 혹시나 하는 맘에 "얼쑤"님께 휴폰.15분 만 기다려 달라고 하신다 

남부순환고속도로 교각밑을 지나 SK가스 충전소 기사 대기실에서 몸을 녹이며 커피한잔...

얼쑤님이 도착을 알려오니 모두가 3명이다

 

길 건너 한빛고교 쪽 고속도로 옆 사잇길로 들어서 안영고개로 오르니 온천지가 은빛세상 "이야호!"

한낮까지 내린눈이 골짜기를 덮고 능선까지 이어지니 그야말로 전인미답이면 좋을텐데 한분의 산님이 내려온 발자취가 아쉽다. 우두봉 지나 해철이봉까지 가는 동안의 눈길은 초여드레 상현달이 비춰주니 그야말로 꿈길이요 맑은 하늘 별자리는 낮에내린 눈탓인가 맑디맑아 초롱초롱 은구슬을 뿌렸다. "카시오페아"와 북두칠성이 길을 밝혀주는데다 왼편 발길아래 안영IC의 헬륨등 빛은 따뜻하다못해 포근하기 까지하고 해철이봉 정상 샛고개 갈림길에서 시경계선 따라 중구 관리대 철책옆 장군바위까지는 진짜로 전인미답의 눈길이다.

 

철책옆 삼거리 적당한 평지에 자리를 잡으니 눈길 야간산행 100분에 시계는 23시를 가르킨다.

각자의 텐트를 쳐서 잠자리를 꾸린 뒤 산상뷔페를 차리니 리눅스표 훈제 돈육에 얼쑤표 김치어묵찌게 까마귀표 과메기

거기다 복분자주에다 O2린 까지 손가락은 시려도 입술과 혀 그리고 목구멍 이어지는 뱃속까지 따뜻하다.

 

주고받는 눈길과 마음은 더욱 포근하고 자정을 넘기고 잠자리에 드니 하늘은 흑진주빛이고 침낭속은 온돌방 아렛목인데

아침 6시반 자리를 털고 일어나니 온세상은 꽁꽁 얼었으나 내 마음은 풍년이라  텐트를 접고 짐을 꾸리는 동안 서대산 마루금에 붉은 꽃이 활짝 피니 장군바위 위에서 바라보는 동녘 하늘은 황금빛 세상  천국이 따로 없다

 

하산 하는 길, 해철이봉에서 샛고개 옛길 헌고개마루까지의 급경사는 얼어 붙은 눈이 빠삭빠삭하여 전혀 미끄럽지 않고

조경수 단지를 가로질러 대둔산길 지하통로로 내려서서 안영IC를 지나 SK가스 충전소에서 마시는 커피맛은 일품이고 안영교 넘어 소머리국밥 집에서 얼쑤님이 한턱 쏘셨다.

 

해장소주 한잔에 따뜻한 국밥을 맛있게 먹고 오전 9시 "마동"님께 전화하니 9시 40분에 가양비래공원에서 출발이란다.

얼쑤님의 배려로 집결지까지 편안히 닿아 두분 산꾼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약수터에 오르자 반가운 얼굴들이 반겨 주시니

백남우 대전문화관광해설사님과 박은숙 대전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 그리고 안여종 대전문화연대 사무국장이시다 

 

09:40 길치고개를 향해 출발, 질현성을 둘러본 뒤 고봉산성에 올라 찬란한 대청호 물빛을 감상하고 뒤돌아 능성으로 오르니 대전 시가지가 한눈에 보이고 남에서부터 휘돌아 드는 대전둘레산길은 식장-곤룡-망덕-국사-머들-정기-만인-먹티를 넘어 서쪽으로 떡갈-금동-오도-보문-장안-쟁기-구봉-산장-빈계-금수-도덕-삽재로 이어진뒤 북으로 갑하-우산-안산성지나 거칠메기를 넘고 노루-금병-보덕-오봉산을 넘어 불무산에서 비단강에 빠지드니 새여울서 솟아 올라 계족산 봉황정에서 손짓한다.

 

일행의 김밥 두어 쪽에다 간밤의 산상뷔페에서 남은 과메기로 요기를 하고 갈현성으로 내려서니 백제산성의 고루한 자태는 볼수록 신비롭다. 이어지는 삼정동산성과 판암IC 정면 보루를 둘러보고 용운동길에 내려선 뒤 판암APT 4단지와 옥천길 사이의 로렐라이 언덕을 지나 판암네거리 부여순대에서 막걸리 한잔에 취해본다...꿀맛!

신흥마을 경부선 철길 옆으로 효동을 지나 문창교를 넘어 사무실에 닿으니 오후 5시, 스물 한시간의 기나긴 여정 동안 줄곳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것은 "물의 도시" "산의 도시" "산성의 도시" 대전이라는 느낌이다.

 

"대청호반산길따라" 걷다가 만난 산성은 몇이든가?

대전둘레산길을 걷는동안 만난 산성은 몇이든가?

대전시 경계 마루금을 걸으며 만난 산성은또 몇이든가? 

대전의 산 봉우리 마다 크고 작은 산성이 부지기수라 문화재로 등록된 산성과 미등록된 산성을 합치면 마흔이 훨씬 넘을듯 하고 미쳐 발견 못한것도 많으리라, 다행히 "대전문화연대"에서 오늘 첫 답사를 시작하고 계속해서 산성 트레킹 일정을 정하여 대전시민 여러분을 안내한다 하니 반가울 따름이다.

 

2008년 12월 7일 새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