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 온 글, 토론, 강의, 역사와 전통 165

'어묵'은 우리말, '오뎅'은 일본말?

우리나라 '어묵'의 성장과 어두운 역사 어묵은 오뎅, 가마보코, 덴푸라, 간또, 고기떡, 생선묵, 어묵 등 세대별·지역별로 부르는 이름이 각양각색이다. ‘오뎅(おでん)’은 일본말, ‘어묵’은 우리말, 보통 이렇게 배웠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면 어묵은 생선살을 익힌 것이고, 오뎅은 익힌 생선살로 만든 탕이나 전골이라고 알고 있다. 일반인에게 이 정도 지식이면 충분할지 모른다. 하지만 오뎅과 어묵은 왜 한동안 같은 의미로 사용됐을까. 나름의 역사가 있다. 오뎅? 어묵? 어묵과 비슷한 음식으로 ‘어환(魚丸)’이란 것이 고대 중국에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에도 있다. 숙종 45년(1719년)에 간행된 에는 생선숙편(生鮮熟片)이 등장한다. 생선을 으깨고 여기에 녹말, 참기름, 간장을 넣고 쪄낸 다음 잣가루를..

天下大將軍, 地下大將軍은 장승(長栍)이 아니고 벅수(法首)라 불러야 옳다.

장승이란? 신라 21대 소지왕(炤知王) 9년(서기 487년)에 역참(驛站)제도를 도입하여, 나라의 땅과 길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목적으로, 장승(후, 堠)을 만들어 5리 또는 10리마다, 촘촘하게 나라(官)에서 세우고, 현재의 위치, 이웃마을의 이름과 거리, 방향 등을 꼼꼼하게 표현하여, 관로(官路/國道)의 가장자리에 세워서, 길의 정보를 알려주었든 기능을 가진, 나라에서 관리 한 푯말(里程標)을 장승이라 하였고, 장승이 세워진 곳을 '장승배기' 또는 '장승백이'라 불렀다. 5리(里)와10리에는 작은장승을, 30리에는 큰장승을 세웠고, 장승에게 지내는 제사의식은 없었다. 장승은 길을 알려주는 단순 기능의 '이정표'이고, '푯말'이였기 때문이다. 장승에는 길을 따라 대륙(中國)에서 들어올수 있는 전염병과 잡..

봄 꽃 이야기

봄꽃 피는 계절이다.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는 봄꽃 중엔 헷갈리는 것이 많다. 어린이집 아이들이 봄꽃이 활짝 핀 곳으로 소풍을 나와 선생님께 묻는다 "선생님 이 꽃 이름이 뭐예요?" "응 이 꽃은 벗꽃이야" 사진에 보이는 만개한 꽃은 무슨 꽃일까? 벚꽃처럼 보이는 연분홍빛 꽃은 살구꽃이었다. 줄기 지저분하면 산수유 산수유꽃과 생강나무꽃은 줄기로 구별하면 쉽다. 산수유 줄기는 수피가 벗겨져 지저분하다. 남도에서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꽃 가운데 하나가 산수유꽃이다. 비슷한 시기에 피는 생강나무꽃이 산수유꽃과 헷갈린다. 좁쌀 같은 자잘한 꽃이 뭉쳐 있는 모습이 비슷하다. 그러나 산수유와 생강나무는 아예 다른 종이다. 산수유는 층층나무과, 생강나무는 녹나무과다. 꽃보다 줄기를 보면 의외로 차이가 확연하다..

"야호" 소리

점심 후에 오르는 산이 힘겹다. 입이 즐겁게 배를 채우고 나니 그만큼 다리가 수고로움을 감당하게된 것이다. 여러 기관들이 모여 한 몸을 이루고 있는 터라, 한 쪽의 흡족함이 때로는 다른 쪽의 짐이 되는 모양이다. 모자란 듯이 식사 양을 조절했어야 하는데 입 욕심을 덜어내기가 아직도 쉽지 않다. 식식거리며 오늘 산행의 마지막 오르막길에서 땀을 흘리는데, 저 멀리 산등성이 위에서 누군가 연달아 내지르는 “야호”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그건 퀴퀴한 소음으로 청정한 산 속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꼭대기에 올라 의기양양하게 산울림을 즐기려는지 모르지만, 목까지 차오른 욕심 덩어리들을 토해내는 것처럼 역겨운 것은 웬일일까. 바닥까지 훌훌 다 내려 놓고 잠잠하게 겨울 햇살을 즐기고 있는 산 속 토박이 거주자들을 놀라게..

미안해! 사랑해! 이 말을 못했습니다

저만치서 허름한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방 걸레질을 하는 아내... "여보, 점심 먹고 나서 베란다 청소 좀 같이 하자." "나 점심 약속 있어." 해외출장 가 있는 친구를 팔아 한가로운 일요일, 아내와 집으로부터 탈출하려 집을 나서는데 양푼에 비빈 밥을 숟가락 가득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아내가 나를 본다. 무릎 나온 바지에 한쪽 다리를 식탁 위에 올려놓은 모양이 영락없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아줌마 품새다. "언제 들어 올 거야?" "나가봐야 알지." 시무룩해 있는 아내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을 끌어모아 술을 마셨다. 밤 12시가 될 때까지 그렇게 노는 동안, 아내에게 몇 번의 전화가 왔다. 받지 않고 버티다가 마침내는 배터리를 빼 버렸다. 그리고 새벽 1시쯤 난 조심조심 대문을 열고 ..

재미있는 사투리와 표준어 이야기

*한겨레21, 2015.8.4 기사 퍼옴 먼저 시 한 편.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할머니와 서양 아저씨가/ 읍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제멋대로인 버스가/ 한참 후에 왔다// -왔데이!//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 말을 영어인 줄 알고/ 눈이 파란 아저씨가/ 오늘은 월요일이라고 대꾸했다// -먼데이!// 버스를 보고 뭐냐고 묻는 줄 알고/ 할머니가 친절하게 말했다// -버스데이!// 오늘이 할머니의 생일이라고 생각한/ 서양 아저씨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해피 버스데이 투 유!오탁번의 ‘해피 버스데이’라는 시다. 재미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시가 재미있기 얼마나 어려운데. 이 시의 포인트는 사투리와 외국어의 만남이다. 전혀 섞일 일 없는 두 개의 세상이 우연하게 만나 발음..

한국이 너무나 사랑해서 씨가 말라버린 왕년의 국민생선, 명태

서울시장 선거가 끝난 지 2주가 넘었는데 아직도 머릿속엔 생태탕이 떠나질 않는다. 과음한 다음날이면 뜨끈한 국물에 푹푹 삶은 생태 살 한점 먹고 땀을 쭉 빼던 한국인의 소울푸드 생태탕. 시장 선거를 거치면서 그 무엇보다 정치적인 음식이 됐다. 그런데 생태탕을 즐기는 건 점점 힘들어진다. 국내산 명태는 2019년 이후 발자취를 감췄다. 일제시대 최대 어획량에 비하면 0.0001%도 안되는 명태만 최근 잡혀왔다. 일본이 2년 안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풀겠다고 하니, 우리나라 생태탕집 원재료의 99%를 차지하는 일본산 생태도 먹기가 꺼려질지 모른다. 왕년의 국민생선 명태 내장으로 만든 창난젓 명태는 오징어와 고등어를 제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어 왔던 생선이다. 생태학에서는 통상 변종이 ..

'멍에', '너무합니다', '애모' 가수 김수희의 삶

1990년대에는 신승훈, 김건모, 서태지와 아이들이 우리가요계를 주름잡았던 시대였고, 특히 서태지와 아이들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지요. 서태지와 아이들은 우리나라의 문화대통령이라는 닉네임이 붙을 정도로 젊은이들 사이에 대중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던 시기가 90년대랍니다. 90년대 중반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는 인기가요순위 프로그램에서 4주연속 1위를 수상하면서, 이제 곧 5주연속 골든컵을 수상할 것이 예상되던 시기였는데요. ​ 그런데, 가요순위프로그램에서 넘사벽이나 다름없는 서태지와 아이들을 꺾고 당당히 1위에 오른 여자가수가 있었는데, 바로 그주인공은 김수희였고, 그녀는 ‘애모’라는 곡으로 가요순위 프로그램에서 당당히 1위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아무도 예상치못했던 센세이셔널한 일..

2021년 大暑날 벌어진 雀螂大戰

22일은 '염소 뿔도 녹는다'는 대서, 이날 서울 낮 최고기온은 36도까지 치솟았다. 푹푹 찌는 더위에 지쳐가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불볕더위 속에서 작은 생명들도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날 정오경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내 식수대. 2~3분 만에 고작 한 방울씩 물이 떨어지는 수도꼭지에 사마귀 한 마리가 매달렸다. 수분을 섭취하기 위해 찾아온 작은 생명이 힘겹게 목을 축이려는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참새와 맞닥뜨리고 말았다. 그러나 순식간에 천적을 만난 사마귀는 결코 물러날 뜻이 없었다. 물 한 방울을 놓고 참새(雀)와 사마귀(螂)가 대치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정의의 사자 '라이파이' 이야기

1950년대 후반 코흘리게 국민학생 시절 형들과 함께 '한국전쟁 낙동강방어선'의 최전방 고지였던 작오산(鵲烏山) 자락을 누비며 주워온 탄피(彈皮)나 탄띠를 엿장수에게 엿으로 바꿔 먹다가, 차차 돈에 눈을 떠 이동고물상인 리어카 엿장수와 현금거래를 하면 빨간 1園('원'으로 읽지 않고 '환'으로 읽음)짜리 몇장을 받아 챙겨 놓았다가 학교를 파하고 바로 읍내의 만화방으로 달려가 눈깔사탕보다 더 단단한 돌사탕을 입에 물고 만화책에 빠져들던 시절이 있었다. 정의의 사자 라이파이 1959년에 탄생한 '김산호(필명 산호)'의 시리즈 만화. 한국의 토종 슈퍼히어로물. 59년 당시로는 생각하기도 힘들었던 장르로 발간되어 대박을 쳤던 한국 최초의 SF시리즈물 이기도 하고, 한국 최초의 슈퍼히어로 만화이기도 하다. 게다가..

조선초 경복궁 깔아뭉갠 일제 박람회 터 드러났다

동궁 남쪽 조선물산공진회 자취, 박람회 건물 육중한 기둥자리들, 육백년전 전각 흔적 무참히 파괴 참혹했다. 오륙백년 전 세종대왕이 거닐던 옛 경복궁 터가 으스러진 몰골로 드러났다. 불과 100여년 전 일본인들이 500년 조선왕조의 정궁이었던 경복궁을 거리낌 없이 깔아뭉갰다는 사실이 의심의 여지 없는 유적의 실체로 증언하듯 나타났다. 일제는 조선 통치의 성과를 보여줄 근대박람회 건물을 세운다며 사람 키만한 너비 150~160㎝의 사각기둥 자리를 경복궁 옛 전각터 곳곳에 박았다. 작은 크기의 깬돌들로 건물의 초석을 놓을 적심을 파거나 아기자기한 모양새의 기단을 쌓은 조선 초 경복궁 전각들의 흔적은 무참히 파괴되었다. 동서남북으로 열을 지은 일제의 육중한 기둥 자리에 마구 짓눌려 여기저기 흩어지고 폐허가 된 ..

술 마신 뒤 되도록 피해야 할 음식 다섯가지

술을 마시면 과식을 하게 된다.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이 식욕을 억제하는 뇌의 시상하부에 직접적으로 지장을 줘 고칼로리 음식에 대한 욕구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술에 취한 상태에서 먹는 특정 음식이 건강에 해로운 경우가 있다. 이와 관련해 '코스모폴리탄닷컴'이 소개한 술을 마신 뒤 먹으면 안 좋은 음식을 알아본다. 1. 매운 음식 매운 음식은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에도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술을 마신 뒤 먹는 매운 음식은 소화기계통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2. 사탕 짠 음식과 마찬가지로 매우 단 음식도 음료수를 찾게 만든다. 술을 마시다 사탕 등 단 것을 먹으면 물보다 술을 더 마시게 돼 좋지 않다. 3. 오렌지 오렌지의 산 성분이 소화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술을 마신 뒤 과일을 먹고..

산길 물길이 좋고 넓은 대청호가 좋아! 대전이 좋아!

2009년 1월에 쓴 글인데 요즘같은 코로나19시국에 다시 한번 읽어 볼 만해서 올립니다. 한밭 땅에 들어 와 산지 어언 30년 시내버스표 한장으로 거의 매일 산을 찾지만 그동안 올라 본 산봉우리는 불과 200여개 그것도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을 다 올라 본 봉우리는 20여개에 불과하다. 한밭벌을 둘러 싸고있는 두겹의 산줄기에는 봉우리라 부르는 꼭지점이 400개가 넘으니 평생을 매일 올라도 대전의 산에 다 못올라 보고 눈을 감아야 하기에 그래서 나는 매일 산에 오른다. 하나의 봉우리라도 더 올라보고, 하나의 물길이라도 더 걸어보고, 하나의 사연도 더 들어보려고... 연분홍 색 진달래 향기를 맡으며, 산기슭을 타고 올라오는 노란색에 가까운 신록을 보았든가? 계곡을 흘러 내리는 물소리 들으며 솔향기에 취..

실명 걸고 '文정권' 비판한 광주 카페 사장님의 연설문

언 제 : 2021년 6월12일 어디서 : 광주광역시 동구 무등로 328번지 광주 4‧19혁명기념관 통일관에서 열린 어떻게 :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과 호남의 현실'이란 주제의 만민토론회 연설문 안녕하십니까? 운암동 골목길에서 커피 볶고 파스타 파는 자영업자, 배훈천입니다. 광주는 좁고 소문은 빨라서 동네 장사하는 사람이 상호와 이름을 밝히고 이런 자리에 나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어스름 달빛 아래 어둠 속에서 살게 만든 문 정부의 정책에 대해 이 정부 지지기반인 광주에서 현지인의 입으로 들려주는 게 우리 자식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유익할 것 같아서 용기를 내었습니다. 다소 거칠고 거슬리는 말들이 나열되더라도 잘 헤아려서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전두환 노태우 정권 때 대..

대국민 사기극의 끝판왕 '평화의 댐' 이야기

"지금이다. 둑을 터라." 퇴각하는 수나라 병사들이 얕은 살수에 들어가 강을 건너기 시작하자 을지문덕 장군은 결연한 목소리로 지시했다. 그의 지시에 따라 살수 상류에 만들어 놓은 둑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고구려 병사들은 둑을 텄다. 거세게 밀려온 강물은 수나라 군을 삼켜버렸고 30만 대군 중 2700여 명만이 살아 돌아갈 수 있었다. 수공(水攻)으로 유명한 612년 살수대첩 이야기다. 이로부터 1374년이 지난 1986년 10월, 전두환 정부는 '또 다른 둑'을 쌓았다. 당시 전두환은 7년 임기가 끝나가면서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어용대표단이 대통령을 간선으로 뽑는 반민주적인 선거제도에 의해 자신의 친구인 노태우에게 정권을 물려주려 하고 있었다. 이 같은 전두환의 계획에 반해, 대통령을 국민 스스로 뽑는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