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영화 "길위에 김대중"은 (고)김대중 대통령님의 삶을 사업가시절, 청년정치가시절, 재야인사시절 그리고 미국에서 귀국하여 정치가로 다시 복귀하기까지 정공법으로 덤덤하게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어쩌면 이미 대부분 아는 이야기라서 지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큰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삶 자체가 워낙 드라마틱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 속에서 ‘존엄’을 포기치 않은 한 인간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에서 소개되는 김대중,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의 상반된 삶은 사뭇 흥미롭다. 5.16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남로당과 연관된 과거를 지우려 반공을 정체성으로 삼고, 경제성장을 빌미로 민정이양의 약속을 미루며 장기집권을 이어가다가 결국 부하가 쏜 총에 맞아 비명횡사한다.
반면에 김대중은 사업가로 시작하여 6.25전쟁 때 인민군에게 총살당할 위기를 넘긴 후에 남은 생을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헌신하겠다고 결심하고, 청년정치가에서 재야인사로 되었다가 다시 전두한 일당의 10.26군사반란으로 광주항쟁의 배후조종자로 몰려서 사형수로 되더니 결국은 대한민국 15대 대통령에 선출되어서 지금도 여, 야 정치권은 물로 전 국민이 존경하는 인물이 되었다.
한 명은 ‘좌’에서 시작하여 국민을 속여 가며 권력을 탐하는 바람에 망한 경우이고, 다른 분은 ‘우’에서 시작하였으나 자신과 국민을 속일수가 없어서 망하는 경우를 택하였으나 성공한 경우이다.
이 작품의 뛰어난 점은 인간 김대중이 개인을 넘어서 자기 자신을 억압받는 민중과 하나의 공동운명체로 깨닫는 과정을 드러낸 것이다.
인간 김대중은 일련의 역사적인 사건들을 거치면서 자신의 것보다 더 큰 가족을 위한 책임과 의무가 있음을 깨닫고 실천한다. 그러는 동안 그는 어느 순간엔가 희망의 청년정치가에서 핍박받는 재야인사로 마지막엔 한국의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인물로 성장을 거듭한다.
작품의 클라이맥스에 전두환의 시구로 시작된 프로야구에서 결국 해태타이거스가 우승했을 때 광주시민들이 “김대중!!”을 연호하는 장면과 그가 망월동묘지를 방문하고 ‘자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며 목놓아 우는 장면은 이를 상징적으로 설명한다.
독재자들과 이들의 사주를 받은 일부 언론들은 김대중과 광주시민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에 ‘지역감정’이란 프레임을 씌웠지만, 결국 개인과 지역을 넘어서 ‘민주주의’ 그 자체로 승화하는 역사의 흐름을 막을 수 없었다.
얼마 전부터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정치인들 속에도 ‘신자유주의’적 사고가 깊숙이 자리 잡은 것을 확인할 때마다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마치 약삭빠르고 주도면밀하게 유권자의 물질적 이익만을 잘 챙기는 것이 지도자로써의 기본적 자질보다 더 중요한 덕목인 것처럼 여겨진다.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타 지역의 환경파괴피해는 아랑곳없이 내 아파트 가격을 올려주기만 바라는 심각한 ‘님비’현상이 만연해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지역의 한 다선의원이 국회의원직을 연장하기 위하여 또다시 말을 바꾸고 이를 따라서 다수의 기초의원들이 탈당하는 행태가 유신헌법 공포이후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지역 발전을 위해서 ..”라고 말하지만 조만간 “현실이..”라고 너무 쉽게 말을 바꿀 것임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안다. ‘어떤 정치 환경에 살고 싶은가?’는 결국 ‘좋은 세상’을 정의하는 유권자의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이번에는 제발 진정으로 지역과 국민 그리고 민주주를 자신과 합일할 수 있을 정도로 헌신할 수 있는 .., 그래서 진정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인들을 우리 스스로 만들자. 이것이야말로 김대중과 광주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영화[길위의 김대중]이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출처 : 굿모닝충청 2024.1.22 박철웅 / 목원대학교 연극영화영상학과 교수 겸 영화감독/전 대전시 영상위원 / 평소엔 영화를 가르치고, 기회가 되면 영화를 만들며, 언제나 ‘영화는 사회의 진보를 꿈꿔야한다’고 믿는 사람의 글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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