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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 꼴보기 싫은 정당 현수막

돌까마귀 2025. 3. 19. 07:49

대한민국은 현수막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량 통행이 잦은 사거리나 인파가 밀집된 거리에는 어김없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난해 대전시 5개 구에서 수거한 불법 현수막은 약 48만 여장에 이른다. 아파트 분양 광고 등 민간 분야가 많지만, 정당 현수막도 만만치 않다. 특히 정당 현수막은 비방이나 혐오 문구가 많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언뜻 보기엔 욕설처럼 보이기도 한다.

옥외광고물관리법은 정당이 '정당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하여 표시ㆍ설치하는 경우에는 신고나 허가 없이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당법 제37조 2항은 ‘정당이 특정 정당이나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함이 없이 자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인쇄물·시설물·광고 등을 이용하여 홍보하는 행위와 당원을 모집하기 위한 활동은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정당에서 거는 모든 현수막은 신고나 허가 없이, 옥외광고물법 시행령 제24조에 의해 현수막 게시가 금지된 구역을 제외하고 어느 곳이든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당에서 게시하는 현수막은 얼마나 많을까? 

더불어민주당은 중앙당에서 일주일에 한 개 정도, 많게는 두 개 정도 현수막을 게시하라는 지침이 내려온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일주일에 두 개에서 세 개 정도의 현수막을 게시한다.
정당 현수막은 15일간 게시할 수 있다. 읍·면·동 기준으로 2개 이내로 설치할 수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군소정당의 경우 이보다 더 많은 현수막을 게시한다. 

15일간의 게시 기간이 지나면 현수막을 자진 철거해야 하지만. 이것 역시 잘 지켜지지 않는다. 대전에서 정당 현수막을 전문적으로 게시하고 있는 지인은 “설치는 하지만, 철거는 거의 하지 않는다”라며 “군소정당은 동별로 5개 이상을 게시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했다.일주일에 10여 개의 현수막이 추가로 게시되고 있고, 자진 철거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니 정당 현수막이 눈에 많이 띌 수밖에 없다. 게시 기간이 지난 불법 현수막은 통보 없이 철거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대전시 5개 구에서 매일 불법 현수막 철거작업을 하고 있지만, 민원으로 접수된 현수막을 우선 철거하다 보면, 정당 현수막을 철거할 시간이 부족하다는것을 잘 알고 있는 정당에서도 구청에서 현수막을 제거할 때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고 기다린다. 

 

정당 현수막은 기초지자체에서 지정한 현수막 청정구역 제재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기초자치제는 조례 등을 통해 '부사오거리'등과 같이 현수막 청정구역을 지정해 놓아 이 구역에는 현수막을 게시할 수 없다.  하지만 정당 현수막은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옥외광고물관리법이나 정당법이 기초지자체의 조례보다 상위법이기 때문에 적용 대상이 아니다.

정당 현수막은 정당의 명칭, 정당 연락처, 설치업체 연락처, 표시기간 등 4가지를 반드시 표기해야 한다. 표기하지 않으면 불법이다. 표시기간 등이 표기되지 않은 현수막은 구청에서 불법으로 간주해 철거할 수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광고물 정비작업 관계자는 “표시기간이 없다고 현수막을 철거하기는 어렵다. 정당에서 항의가 들어온다”라고 한다.
표시기간을 희미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구청의 광고물 정비반이 차량으로 이동하는 점을 노려, 차량안에서 잘 보이지 않도록 희미하게 표시하는 것이다. 

정당 현수막이 정치 혐오를 오히려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비방과 혐오가 난무한 현수막을 마주하며, 정치를 신뢰하지 않고, ‘거기서 거기’, ‘다 똑같은 ×들’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정당 현수막이 공해 수준의 유해 물질 취급을 받기도 한다.
옥외광고물관리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당 현수막을 지정된 게시대에만 설치할 수 있도록 하거나, 설치 개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초 지자체에서 제정한 현수막 청정 구역 내에 정치 현수막을 설치할 수 없도록 하고, 동별 설치 개수나 표시기간 등을 어긴 불법 현수막에 대해서는 강력한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밤의 비바람에 끊어진 정당현수막에 귀싸대기를 맞은 늙은 간판쟁이의 아침생각 / 굿모닝 충청에서 퍼온 글에 가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