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이전 추억여행 후기

경북 구미 金烏山 : 돌까마귀가 금까마귀를 만나다

돌까마귀 2023. 7. 16. 09:37

본디 대청호 9구간 산행일인데 까마귀 개인사정으로 6월1일로 연기하고 행사를 무사히 마쳤다.

젊은 날 그러니까 약 30여년전 구미에 살면서 자주 오르던 금오산이 그리워 월요일 아침 고향 큰집에서 배낭을 꾸린다.

 

구미쪽에서 오르는 주등산로가 아닌 고향땅 칠곡군에서 역순으로 오르기로 하고 낙동강을 건너 북삼읍 군경계로 달린다.

대전에서 오신다면 경부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 남김천IC를 나와 4번국도 왜관-대구방향으로 10분쯤 달리다가 김천시-칠곡군 경계 지경내 마을에 다다르면 북삼읍에서 세워놓은 아치가 반겨주리라.

금오동천, 금오산의 동쪽 개울이 아니라 금오산 계곡과 같은 개울이라는 뜻인듯 하다.

확장공사가 한창인 편도 1차선 도로를 10여분 걸으면 등산로 안내표지가 보이고 아담한 등산로가 나타난다.

한참을 오르면 정상 가는 길(급경사)과 2, 3폭포로 가는 길을 안내해 주리라.

폭포는 4개가 있는데 제4폭은 아래쪽에 있어 생략하고 3폭을 둘러본다

가뭄탓인가? 폭포에 물줄기는 보이지않고 용마가 목욕했다는 소에는 물고기가 노닌다.

2폭포는 더 비참하게 말라있다

제1폭포 선녀탕은 가는 물줄기가 흐르고 있고

옆에는 선녀탕 유래비가 있고 주변엔 벤치가 여러개 놓여 있으니

선녀가 목욕을 하였다는 선녀탕에는 제법 큰 고기때가 까마귀를 보고 숨는다.

선녀탕 위로 오르기는 수월치 않아 까마귀는 날개를 펴고 겨우 올라 계곡 바위길을 한참을 지나 등산로에 접어드니 

삼거리 돌탑이 반겨주고 옆에는 칠곡군에서 설치한 자연관찰로 안내판이 있다.

정상으로 바로가는 급경사 힘든 길을 버리고 금오산성으로 오르는 쉬운길로 한참을 오르다보니 길옆에 연리지가 분명한 나무 두그루가 바위 돌을 끌어안고 몸체를 붙였다.

칠곡군 북삼읍 금오동천 쪽 등산로는 휴일에도 인적이 드물어 스펀지처럼 푹신한 길을 편히 걸을수 있는데 2시간 만에 드디어 금오산성 서문에 도착하니 성벽은 풀섶에 가리어 잘 보이지 않는다.

등산로 초입에 있던 종합안내도를 폰카에 못담었는데 반갑게도 이곳에 작은 안내도가 있으니 칠곡군 쪽 안내도이다.

금오산성의 문화재 안내판도 세워져 있고

성안은 상당히 넓어 3개의 못과 4개의 샘, 계곡 물줄기가 1곳 있으며

거의 평지로 되어있어 한창 때는 3,500여명이 주둔하며 농사까지 지었다 한다.

산성내의 산책로는 그야말로 비단길이라 걷기가 아주 편하다.

성안을 둘러보고 성벽을 담으려 해도 경사면 우거진 숲으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포기하고 정상으로 올랐다. 

표지석에서 기촬 한방 박고 주변을 둘러본다.

정상은 전체가 암반이고 실제 정상은 표지석 옆인데 통신사의 철탑이 자리하니 접근이 불가하고 정상부는 바위 봉우리 몇개가 이곳 저곳에 솟아있으며  현월봉 옆 봉우리 아래 약사암이 자리 잡았다.

정상표지석 옆 봉우리 암벽 밑에서 바라본 구미 시가지  저멀리 낙동강이 보인다.

정상 현월봉 암벽 아래 약수터가 있고 그 옆에 약사암 일주문이 있다

일주문 바로 뒤 거대한 석문사이로 급경사 돌계단을 내려가면

암벽아래 약사암이 모습을 보이고

마당에 내려서면 난간 아래는 현기증을 느끼는 낭떨어지다. 건너편에서 정상 현월봉 암벽이 손짓하고

뒤 돌아 본 대웅전 지붕 위의 암벽도 아슬아슬하다.

대웅전을 돌아나가 거대한 암벽아래 넓은 공간에서 잠시 베낭을 벗고 구미시가를 조망하고

건너편 암봉 위의 범종 종각과 출렁다리를 보며 일반인의 출입통제를 한탄 해본다.

화장실도 암벽 아래에 있어 발 아래 관리사 지붕 위로 구미공단을 조망하고

급경사 돌계단으로 관리사 뒤켠에 내려서 우측을 돌아보니 또 하나의 출렁다리가 정상 암벽으로 이어져 있는데 암벽 중간에 굴이 뚫려있어 천연 김치 냉장고로 쓴단다.

암벽 아래 걸려있는 화장실 앞을 지나 급경사길을 내려가면 보물 490호 마애보살 입상이있으니 암벽에 새겨진 우아한 자태에 넋을 잃고 사진 박는걸 잊었다. 대신 공원관리소에서 얻은 구미시 쪽 등산안내도를 올린다.

1번 주등산로를 한시간쯤 내려오면 할딱고개가 나타난다.

할딱고개에서 표지판 옆 바위를 넘으면 거대한 암반위에 장관이 펼쳐진다. 금오지 넘어 구미시내가 보이고 주차장과 하부 케이블카 승강장도 보이고 저멀리 경부고속도로와 낙동강이 보인다

뒤돌아본 정상의 바위들은 숲에 가려 보이지 않고

발아래 대혜(大惠)폭포(옛날엔 명금鳴金폭포라 불렀다)에는 물이 말랐다

폭포옆 도선굴이 있는 천길 암벽과

암벽밑의 해운사와 상부 케이블카 승강장이 보인다.

거대한 암반의 틈을 비집고 뿌리내린 소나무가 수평으로 누웠는데 인간은 그 줄기를 밟아 껍질이 닳아있다.

할딱고개로 뒤돌아 급경사 내리막 돌길을 지루하게 내려오면서 고개이름을 되새겨 본다.

확트인 공간 대혜폭포 앞이다 물마른 폭포는 애처로운 모습이고

도선굴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아슬아슬 철제 안전봉에 의지하여

도선굴 내부를 둘러보고

내부에서 밖을 내다보니 구미시내가 아스라하다.

바로 옆의 암벽 함몰 부위는 구한말에 하부 바닥 암반이 내려 앉었단다.

도선굴에서 내려오는 길에 건너편에 보이는 암반은 할딱고개앞의 그 암반이다.

다시 대혜폭포 앞으로 나오니 이곳은 고 박정희 대통령께서 생가인 구미시 상모동, 당시에는 선산군 사곡면 상모리에서 형님 박동희 옹을 만나고 금오산 관광호탤에서 1박을 하시고 산책을 나오셨다가 계곡에 흩어져 있는 쓰레기를 주우신것을 동행한 기자들이 보도를 하여 '자연보호운동'으로 발전되었다는 시발지 유래비가 있다.

도선굴 암벽 아래 해운사는 기암절벽을 등지고 있어 경관이 아주좋고 바로 밑에는 영흥정(靈興井)이라는 물맛 좋은 약수가 바위틈에서 솟아 나오는데  아쉽게도 폰카 전원이 바닥났다.

 

한참을 내려오면 금오산성의 외성 성곽이 계곡에 걸쳐있고 대혜문(大惠門) 문루 밑으로 계곡을 내려오면 조선 중종 때의 명필 고산 황기로 선생이 쓰신 금오동학(金烏洞壑) 글씨가 1m 크기로 바위에 음각되어있다.

 

이어지는 등산로 주변에는 21세기를 맞아 구미시에서 조성한 돌탑 21개가 산재해 있고 하부 케이블카 승강장을 지나  한창리모델링 공사중인 금오산관광호탤 앞 도로변에는 구한말 의병장으로 항일운동을 하신 왕산 허위선생 유허비가 있고 주차장까지 이어지는 도로 양측은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가 하늘을 찌르고 주차장 반대편에는 고려말 대학자 야은 길재선생을 기리는 채미정(採薇亭)이 있으니 시한수가 떠오른다.

 

회고가 : 야은 길재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곳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던가 하노라

 

석양이 짙은 금오저수지의 백조를 닮은 놀이보트에는 젊은 커플들이 희희낙낙이다.

 

2008년 12월 18일 다음블러그에 수정 기록되었던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