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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간 풍습 8월 / 추석(秋夕)

돌까마귀 2022. 7. 16. 10:55

추석의 유래

추석은 설과 함께 우리의 2대 명절로 현재 정착되었다. 이러한 사정은 설과 추석이 국가에서 정한 공휴일에 포함된 결과이다. 추석은 한가위, 중추절, 가배(嘉俳) 등으로 부른다. 한가위나 중추절이라는 표현 그대로 가을의 가운데에 위치한 날이다. 이때는 춥거나 덥지도 않으며, 풍성한 과일과 곡식으로 마음까지 여유로운 때이기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는 속담이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추석은 동남아시아권이나 중국과 일본 등에서도 의미 있는 명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추석과 관련된 기록을 『삼국사기(三國史記)』 권1「신라본기(新羅本紀)」유리이사금(儒理尼師今) 9년조 가위(嘉俳) 대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기록에 따르면 유리왕 때 경주의 부녀자를 두 패로 나누어 칠월 보름부터 팔월 보름까지 길쌈을 하여 패한 쪽에서 음식과 술을 마련해서 놀았으며, 이때 부른 노래가 ‘회소곡(會蘇曲)’이다.


추석의 풍속

음력 7월 말부터 8월 초에는 추석을 맞아 한식 이후 온갖 풀들로 무성한 조상의 산소를 찾아 벌초를 한다. 벌초와 성묘를 하는 관행은 오랜 전통을 유지하였으며, 만약 벌초를 하지 않으면 남들의 손가락질을 받을 정도였다. 특히 추석에는 햅쌀이나 햇과일을 천신하는 때이기에 추석 차례를 지낸 후에 성묘를 한다.
추석은 일반적으로 수확이 끝난 후에 행해지는 수확의례의 속성을 지닌다. 따라서 조상에게 햅쌀과 햇과일로 천신을 하는 차례가 행해진다. 이러한 사정으로 추석에는 성묘를 꼭 해야만 한다는 관념이 생겨나기도 하였다. 설날 차례가 일년이 시작되는 것을 고한다는 의미가 강한 반면 추석날의 차례는 조상의 도움으로 일년 농사가 잘 마무리되었음을 고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추석에 행해지는 대표적인 놀이로는 호남지방의 강강술래, 경기도와 충청도의 소놀이와 거북놀이, 경상도의 소싸움을 들 수 있다. 이 외에도 평야지대에서는 추석에 줄다리기와 씨름판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놀이들은 바쁜 농사철이 어느 정도 끝난 시점에서 행해지기에 사람들의 마음에 여유로움과 흥겨움이 강하다.
호남지방의 강강술래는 추석날 밤에 마을공터에서 부녀자들이 모여 노는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놀이이다. 특히 일년 동안 농사일로 고생한 부녀자들에게 놀 수 있는 여유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다른 측면으로 보름달의 정기를 받아들여 여성들이 자신들의 생산력을 강화시키려는 의도도 찾아진다. 강강술래의 전승 지역을 보면 현재는 전남의 해안지방인 진도와 해남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발간된 『조선의 향토오락(朝鮮の鄕土娛樂)』을 보면 해안지방뿐만 아니라, 내륙에서도 활발하게 전승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임진왜란 때에는 이순신 장군이 왜군들에게 병력이 많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강강술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것이 유래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경기도와 황해도에서 행해졌던 소놀이와 거북놀이는 거의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소놀이는 짚과 가마니로 소의 형상을 만든 후에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풍년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민속놀이로 대개 정월대보름과 추석을 즈음한 가을에 행해진다. 집집마다 찾아가 소의 울음소리를 내며 싸리꼬챙이와 쌀뜨물이 먹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말한다. 그 집에서는 각종 음식과 술로 이들을 접대하며, 찾아온 사람들은 농악 소리에 맞춰 춤을 추며 논다.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70호로 지정된 양주소놀이굿과 중요무형문화재 제90호로 지정된 황해도평산소놀음굿이 오늘까지 전한다. 이처럼 소가 등장하는 놀이는 단순히 수확의례적인 속성만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사업과 자손 번창을 기원하는 재수굿의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놀이는 황해도와 경기도, 충청도, 강원도 영서지방 등 중부 지역에서 주로 행해졌다.
거북놀이도 역시 소놀이권과 거의 비슷한 지역에서 전승되었으며, 청소년들이 거북의 형상을 만들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노는 놀이이다. 거북을 앞세워 집을 찾아가 거북이 동해바다를 건너 여기까지 왔다고 하면 집주인이 맞이한다. 집에 들어가 우물굿과 마당굿을 하고 한바탕 춤을 춘다. 놀다가 거북이 쓰러져 움직이지 않으면 거북이가 힘에 지쳤기 때문이니 먹을 것을 내오라고 한다. 주인이 술과 음식을 내어놓으면 이를 먹고 부엌과 대청에서도 조왕과 성주를 위해 굿을 쳐준다. 거북놀이는 거북의 상징처럼 오래 살라는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집안의 우환을 없애기 위한 의례 행위를 담고 있다.
현재 재연하여 전승되고 있는 의성가마싸움도 있다. 가마싸움은 경북 의성 지역에서 추석에 서당이 쉬는 동안 학동들이 두 패로 나뉘어 나무로 만든 가마를 부딪쳐서 승패를 가르는 놀이다. 홍석모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제주도에서 줄다리기가 행해졌다고 하는데, 이를 조리희(照里戱)라고 하였다.

 

추석의 시절음식

추석의 음식으로는 송편과 토란국을 들 수 있다. 송편의 모양이 달의 형상을 따왔다고도 하며, 송편에는 밤이나 깨 같은 여러 가지의 소를 넣어 맛을 낸다. 송편을 잘 빚는 총각과 처녀들은 좋은 배필을 만난다고 하는 속신도 있다. 임산부는 솔잎이나 바늘을 넣어 만든 송편으로 태아의 성별을 점치기도 한다. 추석에 많은 음식을 먹기 때문에 과식을 할 수 있는데, 토란국은 이를 소화시켜주는 음식으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그 밖에 율단자나 인병, 송이적, 인절미 등이 이때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술로는 가배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