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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한잔에 돼지고기 수육 한점이 시장에 있다면

돌까마귀 2024. 12. 6. 11:19
 
지난달 22일 충남 예산군 예산상설시장 장옥 마당에서 손님들이 음식을 먹고 있다. /신현종 기자

 

고요하고 잠잠하던 마을이 갑자기 사람들로 들썩거린다. 봇짐이나 등짐을 진 사람들이 거리에 넘쳐나고 작은 나무 우리에 든 닭과 돼지도 보이고 모처럼 만나는 반가운 얼굴과 서로 그간의 안부도 묻는다. 조선 후기 장날에 대한 묘사다. 우리에게도 제법 익숙한 이런 장터문화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이어져 내려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예산 5일장도 우리나라의 유서 깊은 장 중의 하나로 오랜 시간 지역 주민과 궤적을 같이했다. 예산은 예로부터 홍성, 당진, 서천과 함께 우리나라 보부상단의 중심지였다. 예산 지역은 구만포를 비롯하여 다수의 포구가 자리하고 있는 사통팔달의 요지이자 내포의 관문이었다. 이런 활발한 유통은 보부상 문화를 꽃 피웠지만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예산시장 역시 계속 찾는 발길이 줄어들다 급기야 일 방문객 30명도 채우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고야 만다.

지난 달 22일 충남 예산군 예산상설시장의 한 식당 입구에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신현종 기자
 

이에 예산군은 외식전문기업 더본코리아와 업무 협약을 맺고 민관합동 프로젝트를 시작, 상설시장 내부정비 작업을 걸쳐 2023년 1월 9일 완전히 새로운 모습의 예산상설시장을 선보였다.

상인들과 손잡고 시장 환경을 개선한 효과는 실로 놀라웠다. 예산시장은 이제 한 해 35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을 기록하는 전국적 명소가 됐다. 하지만 이러한 놀라운 성공은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 가져왔는데 바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가파르게 오르는 임대료에 일부 상인은 점포를 포기하고 이전하는가 하면 기존 상인들도 생계유지마저 어렵다는 호소를 하고 있다.

과거 전통시장은 사는 사람 파는 사람 모두가 함께하는 상생의 정서가 있었다. 치열한 손익계산 속 전통의 가치가 다 사라진다면 굳이 지역 상점을 찾아 그 먼길을 떠날 이유는 없다.

지난 달 22일 충남 예산군 예산상설시장에서 손님들이 빵을 사기 위해 제과점 앞에 길게 줄서 있다. /신현종 기자

<2024.12.6 조선일보에서 퍼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