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2대 큰 명절은 '설'과 '추석'이다.
설에는 떡국을 끓여 먹고 추석에는 송편을 빚어 먹는것이 전통으로 이어져 오는데, 요즘에는 거의 동네 방앗간에서 가래떡을 뽑아서 아예 썰어 오거나 포장 된 떡을 사와 떡국을 끓이지만 옛날에는 직접 집에서 가래떡을 만들었다.
섣달이 하순에 접어 들면 집집마다 햅쌀을 불려 절구나 디딜방아, 연자방아, 물레방아가 찌어 준 쌀가루를 '채'로 걸러 시루에 앉히고 장작불로 익혀 떡매로 치고 손으로 다듬어 가래떡을 만들었었다.
가래떡이 굳으면 며칠에 걸쳐 모든 식구가 둘러 앉아 썰곤 하였는데 기계문명의 발달로 '택택이'라 불리던 발동기에 피댓줄을 건 신식 방앗간이 생기자 떡국 떡을 만드는 고된 과정은 한결 편해졌다.
추석 송편도 쌀가루를 만들기까지는 동네 방아간이 다해주지만 대청마루에 송편 반죽을 가운데 두고 시누이, 올케, 동서가 둘러앉아 예기꽃을 피우며 팥, 콩, 녹두, 깨 등으로 속을 채워 누가 더 예쁘게 만들어 예쁜아기를 낳을까 하는 속샘으로 무언의 경쟁을 하는 모습도 요즘엔 핵가족 시대가 되어 왠만한 종가집 말고는 보기 힘들다,
쇠죽을 쑤던 큰 가마솥에 채반을 걸고 뒷산에서 따온 솔잎을 깔고 송편을 찌면 성한것은 차례상에 올리기 위해 아껴두고, 간혹 배터진 송편을 눈빠지게 기다리던 우리들에게 나눠주시던 그 송편맛은 지금도 잊을수가 없는데, 입성이 풍성해진 요즈음은 그맛을 느낄수 없는것은 넉넉해진 살림 탓 만은 아니리라.
예로부터 우리의 여인네들은 법도 있는 집에 시집가려면 음식 백팔십 수를 익혀야 했다, 장(醬) 36가지, 김치 36가지, 젓갈 36가지, 죽 36가지, 그리고 떡 36가지, 합계 180가지를 만들줄 알어야 했다, 어릴적부터 떡 이름을 타령조로 외우며 철이 드니 "왔더니 가래떡, 울려놓고 웃기떡, 정들어라 두텁떡, 수절과부 정절떡, 색시 속살 백설기, 오이서리 기자떡, 주눅들어 오그랑떡, 초승달이 달떡이냐, 비온뒤에 무지게떡, 못생겼다 호박떡" 하는식으로 지방에 따라 조금은 다른 가사와 박자로 떡 타령을 불렀었다.
이 밖에도 1년 열두 달 매달 있는 속절(俗節)마다 떡을 달리 빚어 먹으며 부른 떡 타령도 있으니 "정월 보름 달떡이요, 이월 한식 주악 송편, 삼월 삼진 쑥떡이요, 사월 초파일 느티떡, 오월 단오엔 수리치떡, 유월 유두 밀전병이다, 칠월 칠석 수단이요, 팔월 한가위 오곡송편, 구월 구일 국화떡이니, 시월 상달엔 무시로떡, 동지 팥죽 새알심이, 섣달 그믐에 골무떡일쎄" 농경사회에서 이처럼 매달 명절을 정하여 하루를 쉬면서 떡을 빚어 이웃과 나눠 먹으며 떡 처럼 끈끈한 정을 나누든 풍습이 이젠 볼수 없으니 늙은 까마귀는 많이 안타깝다.
경상도 일부지방(특히 북부)에는 큰손님(주로 사돈 또는 자녀의 스승)이 오시면 손님 밥상 한복판에 김이 모락 모락 나는 흰떡(백설기)이 올라있게 마련이다, 주인과 손님이 이 흰떡을 한쪽씩 떼어 먹는것으로 식사가 시작 되는데 떡에는 서로를 붙게하는 찰기가 있어 이를 더불어 먹음으로써 정 붙임을 하고자 하는 뜻이 담겨있다.
과거 보러가는 서생이 출발 보름 전 부터 내내 찰떡을 먹고 그 찰떡을 동네 어귀 당산나무나 장승에 붙이고 떠나던 것이 급제를 바라는 염원에서 비롯되어 요즈음엔 대학입시 교문에 나붙는 찰떡으로 명맥이 이어지고, 시집간 딸이 첫 친정 나들이(첫근친)를 마치고 시댁으로 돌아갈때 "입 마개 떡"이라 하여 찹쌀로 만든 인절미(引切米) 한 고리짝을 보내는것은 그 떡으로 시집 식구들의 며느리 흉 보는 입을 막으려는 뜻보다 시집 식구와 며느리 사이의 정을 붙이고 친정집과의 늘어진 정을 자른다는 뜻(引切)이 이름 속에 더 깊게 숨어있다.
모든 제례에는 반드시 떡이 오르는것도 조상이나 모든 신령과의 접착제로써의 구실을 바라기 때문이요 그 떡을 골고루 나누어 먹음으로써 한마을, 한집안, 한가족임을 다지는 것이다.
집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가문에는 차례상과 제사상에 올리는 떡의 정해진 종류와 규격, 부피가 있었으니, 예로 들면 편틀 위에 본편이라 불리는 팥, 콩, 녹두 고물로 층을 이룬 시루떡을 5치(1치=약 3cm)이상 쌓고 백절편과 색절편 2층 이상, 그 위에 송편을 2층, 찰전병을 1층, 찹쌀 인절미 1층, 작은 깨 송편인 5색 주악 1층, 참기름에 지진 찹쌀 꿀편을 맨위에 올려 가로, 새로 1자(10치=30cm), 높이 1자2치(36cm)이상 되어야 한다고 가례규범(家禮規範)에 기록되어있다.
물론 다른 모든 제수(祭需)의 규격도 정해져 있지만 이는 아마도 묘사(묘제,시제)를 지낼 때 묘위답(墓位畓)을 붙이는 댓가로 산소를 관리하는 관리인(묘지기)에게 정해놓은 규격인듯 하니 집안 형편에 따라 정성을 드려 준비한 제수를 올리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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