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사 발행, 농학박사 박상진 저, '우리 나무의 세계 1' 에서 퍼옴>
Japanese Honeysuckle , 忍冬 , スイカズラ吸い葛, 겨우살이덩굴, 金銀花, 忍冬草, Honey-suckle
분류 : 인동과, 학명 : Lonicera japonica
인동덩굴의 옛 이름은 겨우살이넌출이다. 겨울을 살아서 넘어가는 덩굴이란 뜻이니 생태적인 특성에 딱 맞는 이름이다. 인동덩굴은 제주도에서부터 중부지방에 걸쳐 만날 수 있고, 비교적 따뜻한 곳을 좋아하며 약간 수분이 있고, 햇빛이 잘 드는 길가나 숲 가장자리에서 잘 자란다.
남쪽지방에서는 겨울에도 거의 잎을 달고 있으나 북쪽 지방으로 올라갈수록 잎 일부가 남아서 반상록(半常綠) 상태로 겨울을 넘긴다. 그만큼 어려운 환경이 닥쳐도 잘 버틸 수 있는 강인한 식물이다. 우리나라, 일본, 타이완, 중국을 고향으로 하는 인동덩굴은 유럽과 미국에도 진출했다.
고향땅에서의 인동덩굴 대접은 각별했다. 우선 약용식물로서는 보정강장제에서부터 이뇨제까지 두루 쓰였다. 《동의보감》에는 “오한이 나면서 몸이 붓는 것과 발진이나 혈변에 쓰며 오시(五尸)를 치료한다”라고 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정조 10년(1785)에 앓아누운 세자에게 인동차를 올려 세자의 피부에 열이 시원하게 식고 반점도 상쾌하게 사라졌다”라는 기록이 나온다. 순조 14년(1813)에는 의관이 임금을 진찰하고 “다리에 약간 부기가 있는 듯하므로 인동차를 드시게 했다”라는 기록이 있다. 인동차는 단순히 마시는 차가 아니라 왕실에서 애용한 약용 차였다. 그 외에 줄기와 잎, 혹은 꽃을 말려 술에 넣어 만든 인동주도 좋은 약술로서 즐겨 마셨다.
또 다른 이용 예는 덩굴이 비꼬여 뻗어나가는 모양을 문양으로 형상화한 당초문(唐草紋)의 모델 식물이 바로 인동덩굴이다. 주요 옛 건축물은 물론 벽화 장식품에 이르기까지 인동덩굴은 예부터 무늬 모델로 널리 쓰였다. 고구려 강서대묘의 천장 굄돌과 발해의 도자기 그림을 비롯하여 와당(瓦當), 백제 무령왕의 관식(冠飾), 천마총의 천마도 둘레에도 역시 인동무늬가 들어 있다.
《산림경제》에 보면 “이 풀은 등나무처럼 덩굴져 나고, 고목을 감고 올라간다. 왼쪽으로 감아 나무에 붙으므로 좌전등이라 한다. 또 추운 겨울에도 죽지 않기 때문에 인동이라 한다”라고 했다. 옛사람들은 흔히 풀로 알았고, 지금도 인동초(忍冬草)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굵은 나무줄기의 인동덩굴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우니 풀이라고 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또 실제로 인동덩굴은 Z나선(螺線), 즉 오른쪽으로 감는 것이 보통이며, 드물게 S나선, 즉 왼쪽으로 감는 것이 있다고 한다. 왼쪽감기 인동덩굴을 더 좋은 약재로 생각하여 따로 좌전등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았나 싶다.
인동덩굴은 초여름에 특별한 모양의 꽃이 핀다. 세워둔 작은 야구방망이 같은 꽃봉오리가 초여름이 되면 나팔모양의 긴 통꽃으로 핀다. 끝은 다섯 장의 꽃잎 중 네 개가 합쳐져 위로 곧추선다. 나머지 꽃잎 한 장만 아래로 늘어지며, 그 사이에 다섯 개의 수술과 한 개의 암술이 혀를 내밀듯이 길게 뻗어 있다. 밤에 달콤한 향기를 내뿜어 야행성 나방을 꼬여내어 수정을 한다. 꽃 빛깔은 처음에 하얗다가 차츰 색이 변하여 나중에는 노랗게 된다.
꽃이 피는 시기가 서로 다르므로 한 나무에 갓 피기 시작하는 흰 꽃과 져가는 노란 꽃이 같이 섞여 있는 2색 꽃이 된다. 그래서 금은화(金銀花)란 이름도 널리 쓰인다. 긴 타원형의 잎이 마주나기로 달리고 앞뒷면에는 털이 많이 나 있다. 열매는 까맣게 익으며 물이 많은 장과다.
이렇게 동양에서는 최고의 대접을 받는 인동덩굴이지만 고향을 떠나면서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특히 미국으로 몰래 이민 간 인동덩굴은 지형이 고향과 다른 넓은 초원을 만나자 온통 덩굴로 뒤덮어 초원을 지배해버렸다. 동양에서 온 노랑이 꽃이라 이래저래 별로 탐탁지 않았는데, 하는 짓도 무법자이니 유해식물로 지정하여 제거에 열을 올렸다. 유럽으로 건너간 인동덩굴은 그래도 꽃에 꿀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하여 꿀젖이라는 뜻의 ‘허니 서클(Honey-suckle)’이란 이름을 하사받은 것만도 큰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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