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발굴사업 마침표 찍었지만 여전히 미발굴 유해로 유가족들 마음 애타
3차에 걸쳐 유해 1441구 수습…전문가들 "8지점까지 사업 확대해야" 견해
[굿모닝충청 신성재 기자]
“유골 발굴을 마쳤다고 하는데, 저희 유족으로서는 여전히 한(恨)이 남습니다.”
가족 품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는 6.25 전쟁 민간인 희생자들의 유해가 대전 동구 낭월동(산내 골령골) 어딘가에 묻혀있다. 여전히 유해를 찾지 못한 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유족들이 이 땅에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해당 지역에 대한 유해발굴사업이 마침표를 찍었다지만, 아직 삽도 뜨지 못한 곳이 있는 이상 유족들에게는 미완일 뿐이다.
6.25 전쟁 이후 민간인 희생자들의 유해를 수습하기 위해 2007년 시작된 대전 동구 골령골 일대 유해매장지 조사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2007년 34구로 시작해 ▲2015년 20구 ▲2020년 234구 ▲2021년 962구 ▲2022년 191구 등 지금까지 무려 1141구의 유해가 수습됐다.
유해 발굴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행정안전부와 구는 9일 오후 구청 대회의실에서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 용역 3차 최종보고회를 개최하고, 주요 성과를 발표했다.
골령골은 1950년 6.25 전쟁 발발 직후 대전형무소 등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들과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들이 집단학살 돼 묻힌 비극의 장소다.
당시 종군기자였던 영국 출신 앨런 위닝턴이 발간한 ‘나는 한국에서 진실을 보았다’라는 증언록에는 민간인이 학살당한 가장 긴 구덩이 길이는 182m였으며, 크고 작은 구덩이는 약 1㎞까지 이어졌다고 기록돼 있다.
희생자 수는 최소 1800여 명에서 최대 7000여 명에 이른다. 현재까지 수습된 1441구의 유해는 앨런 위닝턴이 기록한 최소 희생자 수인 1800여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것이다.
게다가 3차에 걸친 발굴조사를 통해 안경과 시계, 배지, 비녀 등 총 1931점의 유품도 찾아냈지만 그 주인이 누군지는 끝내 알아내지 못한 것이다.
이들 유해와 유품은 현재 세종시 추모의집에 임시 안치 중이며, 추후 ‘산내평화공원(진실과 화해의 숲)’이 조성되면 이전·안치될 예정이다.
골령골 학살을 수년 간 심층 취재·보도한 심규상 <오마이뉴스> 기자는 “행안부와 구의 유해발굴은 10만㎡ 규모의 산내평화공원 부지에 불과하다”며 “아직 발굴하지 못한 8지점까지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족들 역시 추가 발굴을 요구하고 있다. 전미경 산내유족회장은 <굿모닝충청>과 통화에서 “발굴에 힘써주신 구와 행안부 등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면서도 “아직까지 찾지 못한 아버지의 유해를 생각하면, 또 가족을 찾지 못한 유족분들을 생각하면 목에 가시가 걸린 듯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8지점 발굴을 통해 큰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면서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유해수습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한다.
박선주 충북대학교 명예교수는 “여러가지 사료와 과학적인 증거들을 종합했을 때, 8지점에서 유해가 발굴될지는 미지수이다. 또, 인근이 아스팔트로 깔려 있으며 송전탑 아래가 사유지인 만큼 부지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는 걸로 안다”면서도 “(그러나) 떳떳하게 유해 발굴 사업이 완료됐다고 유족분들께 말하기 위해서는 나머지 지점까지 발굴 작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희조 청장은 추가발굴 작업에 대해서 말을 아끼면서도 산내평화공원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청장은 “다시는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공원을 교육의 장이자 치유와 화합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모든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출처 : 굿모닝충청 2023.2.9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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