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한 두 번은 다녀왔든 고향길이지만
육십에 든 마음 속에도 설 쇠러나서는 새벽 고향길이 설래다
어릴적 새뱃 돈으로 받은 빨간 지전이 신기하여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창고에 넣어놓고
학교 다녀와서 꺼내어 냄새 맡아보든 그 추억도
스무명이 넘는 대소가 손주녀석들 나눠줄
빳빳한 신권 배춧닢으로 불룩한 쌈지를 더듬으며
새벽별이 빤짝이는 플렛폼에서 파란 하늘로 띄워본다
한밭벌 출발 무궁화호는 조금 냉하였지만
옥천 이원 영동 황간가는 경상도 억양 썩인 충청도 사투리와
들고 맨 선물 꾸러미들로 객차 안은 금새 따뜻해진다
추풍령역에서 뒤 쫓아 온 번개차를 앞서 보내고
백두대간을 넘어 경상도 땅 내리막 길
차창 밖 황학산 위로 새 날이 밝아온다
온누리의 평화와 우리나라의 힘과 배달민족의 꿈과
우리 집의 행복과 나의 희망을 담고...
우리 회원님들의 건강을 담고...
아직은 잠이 덜 깬 고향역을 뒤에 두고
어스름 논 길따라 추억의 밭 길따라
고향 흙 밟으며 고향 설 맞으며 고향 길을 걷는다
탄피 주으러 형들 따라 올랐던 화악산도 반겨주고
해골 바가지 주어와 공 차기 하던 작오산도 반겨주고
도리솔에 둘러 쌓여 편히 누워계시는
조상님의 묘소도 반겨 주시고
400년 된 동구 밖 정자나무도 반겨주고
불천위 사당에 문안드리고 돌아 나온 사랑채 옆 회나무도 반겨준다
차례 마치고 찾아 뵌 백을 넘어 한 살되신
젊은 종숙모 해진 손에 배춧닢 두어 장 쥐어드리고
천수하시라 덕담올리고 나서는 문밖에는
정월 초하루 서설이 고향 땅에 나린다
서너 칸 되는 방도 모자라 댓돌 밑에 자리 깐
조카놈들 시중에 칠순 제종 형수는 신바람이나고
흰눈 흩 뿌리는 망정골 앞 산 찬바람도
모닥불 쬐며 나누는 정담속에 따스하게 녹아든다
내리는 서설에 행여 어깨 젖을세라
한살배기 종숙모님의 손주들 걱정은
고리짝 속 신식 수건 마저 동이나게 하니
그래서 고향마음 일레라
그래서 고향사람 일레라
그래서 고향마을 일레라
그래서 고향산천 일레라
그래서 고향하늘 일레라
기축년 정월 초하루 고향땅에서
< 2009-01-27 08:02:31 다음블러그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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