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오백리길 답사후기

말뫼 산성을 넘어 대청호 물빛에 흠뻑 취하다

돌까마귀 2021. 5. 10. 13:35

언   제 : 2021년 5월 9일 일요일

어디서 : 대전 동구 마산동 대청호오백리길 제3구간 호반열녀길에서

누구와 : 대청호를 좋아하다 미친 사람들과 함께

 

대전역의 그녀는 이제 산토끼버스가 기다려도 뛰지 않는다.

뛰어오라고 손짓해도 그냥 '세월아 네월아' 하며 '유유자적'하기까지 하다.

대청호수로를 달려온 산토끼호가 동구 추동의 '대청호자연수변공원'에 잠시 들러 몸풀기 산책을 마치고 마산동 삼거리에서 우틀하여 냉천로에 들어서니 대청호오백리길의 제3구간이 끝나고 제4구간의 시작점이다.

 

동구 마산동 195번지에서 직진하면 은골길이고 좌회전하여 고개마루를 넘어서 우회전 오르막을 살짝 올라서 마산동산성 표지판 앞에 버스를 세워놓고 모두 함께 녹음이 한결 짙어진 산길을 타고 대전시 기념물 30호 마산동산성을 향한다.

동구 마산동 산 6번지의 무너진 성벽위에 올라서니 저멀리 옥천의 고리산 뒤로 충남 최고봉 서대산이 아련하고

남쪽으로는 대전 최고봉 식장산도 보이고

서쪽으로는 국가사적 355호 계족산성도 손에 잡힐듯 하다.

제작년에 이장해 간 회덕황씨 묘터에 1차 주유소를 펼치니 심하다던 황사도 날러 가버린 파란하늘이 술맛을 돋우고

동구 내탑동 산 34번지의 동봉에 올라서니 물 건너편의 '5-1구간 내탑수영장길'이 바로 코 앞이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동봉 풀섶에 가려진 화살표를 따라 동북방향으로 우거진 나뭇가지를 뚫고 내려가면

주소는 동구 마산동에서 내탑동으로 바뀌며 트렉터가 다니던 농로에 내려선다. 

풀이 우거진 농로를 따라 왼쪽으로 나가니 동구 오동 안골에 사는 농부가 배를 타고 건너와 농사짓는 

오두막이 다 쓰러져 가고 북쪽으로 넓게 펼쳐진 맑고 푸른 대청호는 길벗들을 반겨준다. 

정신줄을 놓은 님들은 무시하고 늙은 까마귀는 두번째 주유소를 차려 기력 충전에 여념이 없고

앞서간 님들은 풍광에 취해 아직도 정신줄을 잡지 않고

파도소리에 넋을 잃은 여인은 아예 모래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물이 차면 섬으로 변하는 동구 내탑동 산 29-1번지에 세번째 주유소를 차려 한참을 보낸 뒤

산길로 접어들어 잠시 된비알을 오르다 완만한 능선을 타고 나가면 아까 내려선 농로를 만나니 

왼쪽으로 내려가면 내탑동 376~380번지 골짜기 다랭이 논에 수풀이 우거져 있고

묘지 능선을 넘어서 내려가면 동구 내탑동 501번지 골짜기요 능선에 올라서면 내탑동과 마산동을 가르는 산줄기다.

마산동산성에서 동남으로 뻗어내린 산줄기 끝자락 내탑동 산 38번지는 경주이씨의 문중묘지로

냉천길에서 갈라져 사슴골을 내려온 길로 사륜구동이 아니라도 중소형차는 무난히 접근할수있는 명소이다.

배낭속에 남아있던 모든 먹거리와 마실거리로 네번째 주유소를 펼치니 

님들의 흥은 도를 넘어 위험수위를 오르내리고

오늘도 배낭 한가득 먹거리를 짊어지고 온 '외돌괴'님은 아카시향에 취한다.

사슴골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접어들어

전망좋은 묘지에서 물건너편 모래재를 살펴보고

작년 가을에 새로 뚫은 코스를 타고나가니

300살은 넘었을 상수리나무가 반겨 준다.

오백리길은 좁은 산길에서 넓은묘지길로 바뀌고

모퉁이를 돌아나가니 '늦산'님의 선조께서 길벗들을 반겨 주신다.

다시 길을 나서 대전시 문화재자료 37호 관동묘려(寬洞墓廬)를 향해 나아가는데

아카시꿀을 찾어 온 꿀벌들이 길을 막는다.

옆의 묘지길로 우회하여 관동묘려앞 물가에 내려서니 건너편으로 5구간의 방축골이 손짓하고

은진송씨의 왕할머니 '고흥류씨' 묘소를 지키는 관동묘려 기와지붕에는 햇살이 따스하다.

3년전 부터 왜가리 때의 분뇨세례를 받아 하얕게 변한 '햄버거 섬'을 뒤로 하고

려말 선초 회덕황씨 집안에서 오가는 길손에게 무료숙식을 배풀었던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표본 

대전광역시 기념물 제41호 미륵원 터 (彌勒院址)를 찾아 간다.

미륵원을 지키며 여생을 보낸 관리인 내외가 모두 돌가시고 텅빈 관리사 툇마루에

다섯번째이자 마지막 주유소를 펼쳐 늙은까마귀가 꼭꼭 숨겨왔던 막걸리잔을 돌리며 오늘 대청호 벙개를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