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까마귀(石烏) 창작글 모음

그때 그시절

돌까마귀 2025. 2. 12. 16:30

해방동이와 사변동이로 불리는 일흔 살이 훌쩍 넘은 세대들이 춥고 배고프던 시절의 추억 이야기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도 전력이 모자라 제한 송전을하던 시절, 대다수의 가정에서 우리네 엄마와 아버지는 호롱불을 앞에 놓고 양말도 기우고 새끼도 꼬셨으며, 우리들도 밥상을 놓고 낮 동안 뛰어노느라 밀린 숙제를 하였었지

 

대가족이 한방에서 함께 자고 날이새면 일어나 앞 다투어 '뒷간'을 다녀와서

 

형이나 누나들은 물지게를 지거나 물동이를 이고 공동우물에서 물을 퍼다가 물항아리를 채우고 

 

아버지는 가마솥에 소죽을 끓이시고, 어머니는 밥을 지으시는데, 설이나 추석 명절에 가마솥은 밤낮으로 쉴틈없이 바쁘다.

 

일년에 2번 만 하는 온 식구들의 목욕물도 데워야하고 시루떡도 찌고 고기와 나물도 삶아야하니까

 

고무신을 신고 책보를 맨 

 

까까머리와 단발머리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고

 

어머니는 동네 아낙들과 빨래터에 모여 모진 시어머니 등짝을 대신하여 옷가지를 빨래방망이로 힘껏 두들기며 한을 풀었으리라. 

 

학교에 도착한 우리들은

 

난로 당번이 먼저와서 피워놓은 '조개탄' 난로를 쬐며 3교시를 마치면

 

노란 알미늄 '벤또'를 난로 위 에 켜켜이 쌓아놓고 4교시를 마치고 도시락을 까먹거나

 

미국 원조물자로 들어 온 옥수수 가루로 끓인 '강냉이죽'을 나눠 먹고

 

운동장으로 달려나가 머슴애들은 '땅따먹기'

 

기집애들은 '고무줄놀이'를 하거나

 

"딱지치기'며

 

'공기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5교시, 6교시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기가 무섭게 책보를 내 던지고 동네 공터에 모여 '자치기'를 하거나 

 

'비석치기'도 하고

 

'제기차기'

 

'구슬치기'를 하다가 다툼이라도 생기면

 

혼자서 '굴렁쇠'를 돌리며 낮 시간을 다 보내고 아버지 호령소리에 달려가 숙제하느라 바빴었지

 

* * * * * * * * 

세월이 흘러 국민학교를 졸업한 누나들은 구로공단 피복공장에서 열심히 일하며 받은 월급을

 

거의 모두 고향 동생들 학비로 보내다가 설, 추석 명절에는 귀성전쟁도 치뤘었고

 

간호학교를 졸업한 누나들과

 

고등학교 이상 졸업한 형들은 독일로 파견나가

 

환자도 돌보고 석탄도 캐며 달러를 벌고

 

월남전쟁에도 참전하여

 

목숨을 담보로 달러를 벌어 경부고속도로를 만드는데 보태었고

 

중동 뜨거운 아라비아 사막에서 흘린 땀방울과

 

북아프리카 리비아 사하라사막에서 흘린 땀방울에다

 

10년간 계속된 월남전쟁 목숨값이 더해져 오늘의 '대한민국'이 이렇게 우뚝한데

 

요즘 나라꼴이 하도 어수선하여 그때 그시절을 늙은 까마귀는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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