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날 툇마루에 걸터 앉아 장죽을 입에 문채 호박전 앞에 놓고 막걸리 대접 들어본 세대는 입맛이 당길 이야기
날 맑고 더운날은 풋고추에 된장 안주도 좋지만 벼 논의 3벌 논메기가 끝나고 벼 이삭이 고개를 내밀 즈음의 비오는 날 오후에는 도롱이에 삿갓쓰고 논 물꼬 건사하고 돌아오는 길, 방천둑에 널부러진 누렁 호박 하나 따서 돌아오면 낮잠 자던 아내가 귀 찮은 눈초리의 눈꼽을 때어내고 바알간 호박속 들어 낸뒤 누런 과육을 긁게로 긁으면 황금빛 호박 채가 국수 가닥처럼 나오니, 희 멀건 밀가루 반죽에다 풋 고추도 송송 썰어 넣고 정구지(부추)와 쪽파도 몇가닥 집어 넣어 화덕에 불 지피고 뒤집어 걸은 솥뚜껑에 참기름 살살 바르고 지짐을 부치는데...침 넘어 가죠?
여기서 그 참기름 바르는 연모를 살 펴보면 무를 커다란 도장(印)처럼 다듬어 참기름을 살짝 찍어 솥뚜껑 가장자리에 문지르면 달궈진 솥뚜껑 경사면을 타고 안쪽으로 흘러내린다.
이때 호박전 반죽을 올려 적당히 익으면 주걱으로 뒤집어 반대편도 익히니, 요즘처럼 식용유에 범벅이 된 부친게(전:煎)가 아니고 겉은 바삭 바삭하고 속은 끈끈하니 고소하고 구수하게 정말 맛있었다.
참기름과 들기름도 귀하든 그 시절에는 돼지비게나 쇠기름으로 전을 부쳐 먹기도 하였었는데...
제목은 술 이름 올려 놓고 왠 옛날 이야기?
우리나라의 술은 원료의 종류로 곡식이 주원료인 술과 열매, 줄기, 뿌리가 주원료인 술, 크게 2가지로 분류할수 있고
모든 술은 누룩 곰팡이에 의해 발효되고 누룩 곰팡이는 밀로 만든 누룩에서 기생 하는데...
먼저 누룩을 만들어보자.
모심기가 끝나고 광속에 보관하던 밀을 방아간(연자, 물래, 디딜방아든 절구통이든 개명후 신식 정미소든)에서 빻아, 깨끗한 물(수돗물은 안됨)로 되게 반죽을 하여 둥글게 뭉치고 삼배 수건을 덮어 발로 밟아서 평평하게 원반처럼 만들기도 하고,
매주처럼 틀에 넣고 밟아 네모 나게 만들어 볏짚으로 엮어서 광이나 뒷켠 처마밑에 매달아 놓으면 서서히 건조 되면서
누룩 곰팡이에 의해 뜨게되니 두 세달 후 표면에 하얀 분말이 생기면 누룩이 다 숙성 되었다고 보는데, 완전 건조된 누룩을 절구에 찧어 고운 가루로 만들어 놓고 필요 할때마다 꺼내 쓰며 누룩은 매년 5월 단오 무렵에 딛는다.
이제 부터 술담그는 법
불린 쌀을 가마솥에 쪄서 고드밥을 만들어 그늘에서 식힌다음 누룩가루에 버무려 항아리에 넣고 적당히 물을 부어 따스한 아랫목 한켠에 이불 등을 덮어 하루쯤 지나면 뽀글 뽀글 소리가 나며 발효가 시작되고 이때 술독을 상온의 광으로 옮겨 2,3일 지나면 술이 익는데, 계절과 주 원료에 따라 숙성 시기가 다르지만 우리 조상들은 술이 잘 익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었다.
가느다란 마른 나뭇가지에 불을 붇혀 술독 속에 넣어 불꽃이 금새 꺼지면 술이 덜 익었고 끝까지 잘 타면 술이 다익은 것이니, 발효시 증발되는 알콜로 인해 불꽃이 잘 꺼지지 않는 원리로 조상님들의 지혜가 돋 보인다
잘익은 술독에 대나무나 싸리로 만든 용수(틀)를 박아 속에 고인 맑은 술을 떠내어 청주(淸酒)라 부르며 일부 지방에서는 청주를 동동주라 부르나 이는 잘못된 호칭이고 동동주의 제조 방법과 모양은 전혀 다르다.
탁주(濁酒:막걸리)는 청주를 떠내고 남은 원액을 물과 섞어 채로 걸른것을 말하며 청주를 뜨지 않고 걸른 술을 노르미라 부르는데, 소주(燒酒)는 원액을 끓여 증발되는 알콜과 수증기를 냉각, 액화 시킨것으로 우리 조상들은 소줏고리에 잘 익은 술(원액)을 넣고 참나무, 소나무 등 정갈한 나무로 만든, 그것도 부정탄 곳에 보관 하지 않은 장작으로 불을 지펴 소주를 내리는데, 옹기로 만든 소줏고리가 없는 집에서는 가마솥으로 대신하니 술을 끓일때 가마솥 뚜껑을 뒤집어 덮고 그 위에 찬물을 부으면 증발된 알콜과 수증기가 온도 차이로 이슬이 맺혀 솥뚜껑 손잡이를 타고 흘러 내려 미리 넣어둔 그릇에 고이니 이것이 증류식 소주다.
현재 우리가 마시는 소주는 희석식(稀釋式)소주로 주세법에 의해 고구마로 만든 주정을 배정 받아 주류 회사별로 고유의 향료와 당분을 첨가하고 증류수에 희석시킨 엄밀한 의미에서 소주가 아니다.
동동주는 보리를 싹 티운 엿기름 가루를 고드밥에 버무려 항아리에 담고 끓여 식힌 물을 붙는데, 이것이 완전 발효가 되면
식혜(단술.甘酒)가 되고 발효 되기전 삼배 주머니에 누룩가루를 넣어 항아리 속에 담궈 놓으면 동동주가 된다.
동동주라 함은 술이 익을때 바닥에 가라앉아 있든 쌀(밥알)이 하나, 둘 떠 오르는데, 이 모양이 동동 떠오른다고 동동주라 하였다. 완전 발효가 되면 모든 밥알이 뜨고 알콜 돗수는 누룩의 양이 좌우하며 감주는 밥알이 모두 가라 앉아 있다.
한산 소곡주, 면천 두견주, 죽순주, 솔잎술, 송순주, 더덕주 등등 각지방 고유의 민속주도 쌀과 누룩의 기본재료에 특유의 약재나 꽃잎등을 넣은 것으로, 지방마다 집안마다 전해오는 비법이 있으나 원재료는 누룩과 쌀 또는 찹쌀에는 변함이 없고
보리.콩.조.수수.옥수수.밀 등 모든 곡물이 주재료가 될수있다.
각종 과일과 뿌리채소(고구마,감자,칡,연근 등)로 술을 담글때는 깨끗한 물에 씻어 항아리에 담고, 정갈한 물과 각종 부재료(벌꿀, 꽃가루, 약초)를 첨가한뒤 모주(母酒)라 부르는 발효용 술(사대부가에서는 항상 구비)을 넣거나 누룩가루를 넣어 발효 시키는데, 주재료에 따라 계절에 따라 그 방법이 천태만상이라 일일이 열거 하기는 힘들다.
2011.1.17
아주 오래전부터 돌까마귀 고향(경북 칠곡군 왜관읍 석전리 돌밭)에서 전해져 오는 술 담그는 법을 되돌아 봤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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