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한밭벌을 남에서 북으로 세로질러 '버드내'와 '으뜸내'에 섞여 '비단강'으로 흘러드는 '대전천' 中流, 보문교와 문창교 사이의 '대전천西路'에 '살구꽃'이 만발한 3월의 어느 '불타는 금요일' 오후
지난 2월 말에 동구 소재동에서 중구 대흥동으로 옮긴 (사)대전문화유산울림의 사무실 정리를 하고있는데 경북 구미에서부터 40년 넘게 친하게 지내는 친구로부터 카톡이 왔다.
“어디서 뭐해?.”
소주 한 잔 마시자는 뜻이다. 30분 전에 보낸 카톡을 늦게 보았으니 바로 다이얼을 눌렀다.
“왜 이제 전화 해?.”
귀가 찢어진다. 사정을 설명하고 살구꽃 향기를 맡으며 소주 잔을 기울일 곳에서 6시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대충 정리를 끝낸 뒤 15년을 함께 한밭벌을 누벼온 자전거를 타고 약속장소에 닿으니 친구는 벌써 김치 깍두기와 콩나물 무침을 앞에 놓고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뭐 먹을래?.”
“이번 주에 육군을 너무 써먹어서 좀 미안한데.”
“그러면 공군으로 해, 아줌마 여기 닭도리탕 중짜 하나.”
화장실에 들러 요강도 비우고 손도 닦고 자리에 앉으니 인심 좋은 사장님이 '양념게장'을 한접시 내 놓으며 닭볶음탕 나올때까지 안주 하라고 한다.
"이거 돈 안받죠?."
“공짜 좋아하시니까 그렇게 머리가 빠지시지.”
대머리에 대한 농담을 할 만큼 여사장의 인심은 항상 후했다.
“사장님은 먼저번 보다 많이 예뻐 지셨는데 비결이 뭐유?.”
여사장은 식탁 앞으로 다가와 일급비밀이라도 알려주는 듯 귓속말을 했다.
“그 얼굴은 나이가 안들어서 주름이 없는거유, 다리미로 주름을 억지로 편거유?.”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술이나 마시라는 말이다.
점퍼를 벗고 옷걸이에 걸려있는 앞치마를 걸치자 친구가 한마디 했다.
“아니, 생전 안 하던 앞치마를 하고 그래. 좋은 옷도 아닌 것 같은데.”
“흐흐 짐정리 하다 지퍼가 튿어져 남대문이 열렸어.”
“야! 탄저병 걸린 고추 좀 보이면 어때.”
“그래도 고추는 고추라 다른 손님들이 궁금해 할까 봐”
“지랄하네, 그건 그렇고 지난번 고향 같다가 구미에 들러 술 한잔 했다며?.”
"응 태근이하고 태호랑 셋이서 한잔했어."
“태원이하고 무학이는?.”
이렇게 시작된 고향 이야기가 닭도리탕이 탁자 위에 올라와 육수를 더 부어 끓이고 밥을 볶아 먹을 때 까지,
'한 테이블 건너 띄워 앉기 방역수칙'을 지키느라 자리가 모자라 대기손님이 기다리는 상황이 될 때 까지,
옆집여자와 서울시장, 부산시장, 법무부 장관에 대전시장까지 안주로 삼아
각 1병을 초과하여 각 2병을 넘기고 각 3병을 비우고 나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입가심을 핑게로
보문산 한절골에서 흘러 내린 '대사천'이 대전천과 만나는 '물레방아골'의 단란주점에 들어서니
카운터의 여주인이 반기며 하는 말씀.
“요즘 대장님 사정이 많이 어려우신 모양이네요.”
“그게 뭔 소리여?”
“투잡을 하시나 봅니다, 밤에는 소주 회사 판촉을 다니시고.”
"으잉! 아이고 이걸 그냥 걸치고 여기까지 왔네 ㅎㅎㅎ"
대전, 세종, 충남에서는 내가 항상 즐겨 마시는 소주 이름이 새겨져 있는 앞치마가 모두를 웃게 만들고, 건너편 테이블의 아는 얼굴들도 한수 거들며
”모델료는 얼마나 받으시나요?.“
"아이고 무료봉사입니다. "계족산황톳길"을 만들어 1년에 16억원이나 쓰며 유지관리를 해주는 소주회산데 ㅎㅎㅎ."
2021년 3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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