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군관 나신걸 500년 전 작성 추정…2011년 유성구서 발견
"안부를 그지없이 수없이 하네. 집에 가 어머님이랑 아기랑 다 반가이 보고 가고자 하다가 장수가 혼자 가시며 날 못 가게 하시니, 못 가서 다녀가네. 이런 민망하고 서러운 일이 어디에 있을꼬. 군관에 자망한 후면 내 마음대로 말지 못하는 것일세.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을 구태여 가면 병조에서 회덕골로 문서를 발송하여 조회하여 잡아다가 귀향 보내게 될까 하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꼬? 아니 가려 하다가 못하여 영안도로 경성군관이 되어 가네. 내 고도와 겹철릭을 보내소. 거기는 가면 가는 흰 베와 명주가 흔하고 무명이 아주 귀하니 관원이 다 무명옷을 입는다고 하네. 무명 겹철릭과 무명 단철릭을 입을까 하네"
"내 삼베 철릭이랑 모시 철릭이라 성한 것으로 가리어 다 보내소. 또 분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집에 가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꼬 울고 가네. 어머니와 아기를 모시고 다 잘 계시소. 내년 가을에 나오고자 하네."
"또 다랑이 많이 하는 논에 씨 열여섯 말, 이필손의 논에 씨 일곱 말, 손장명의 논에 씨 다섯 말, 소관이가 하는 논에 씨 다섯 말, 하던 논에 씨 다섯 말, 이문지에 논에 씨 여덟 말, 하는 논에 씨 여덟 말, 진 구레논에 씨 열 말, 또 두말 구레 밭에 피 씨 너 말, 피 씨 너 말, 삼밭에 피 씨 한 말, 아래 밭에 피 씨 한 말 닷 되 (중략) 전지의 세납이란 형님께 내어 주소하여 세납에 대답하소. 공세는 박충의 댁에 가서 미리 말하여 두었다가 공세를 바꾸어 두소. 쌀 찧어다가 두소. 또 골에서 오는 제역 걷어 모아 주거늘 완완히 가을에 덩시리에게 자세히 차려서 받아 제역을 치라 하소. 또 녹송이야 슬기로우니 녹송이에게 물어보아 제가 대답하려 하거든 제역을 녹송이에게 맡아서 치라 하소."
대전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한글편지인 '나신걸 한글편지'가 보물로 지정된다.
29일 문화재청은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한글편지이자 훈민정음 반포의 실상을 알려주는 '나신걸 한글편지'를 이날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나신걸 한글편지는 조선 초기 군관 나신걸(1461-1524)이 아내 신창맹씨에게 한글로 써서 보낸 2장의 편지다. 2011년 대전시 유성구 금고동에 있던 조선 시대 신창맹씨 묘안 피장자의 머리맡에서 여러 번 접힌 상태로 발견되면서 세상에 공개됐다.
편지 제작시기는 내용 중 1470-1498년 동안 쓰인 함경도의 옛 지명인 '영안도(永安道)'라는 말이 보이는 점, 나신걸이 함경도에서 군관 생활을 한 시기가 1490년대라는 점 등을 통해 이 무렵 작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편지는 위, 아래, 좌우에 걸쳐 빼곡히 채워 썼으며, 주된 내용은 어머니와 자녀들에 대한 그리움, 철릭(조선 시대 무관이 입던 공식의복) 등 필요한 의복을 보내주고, 농사일을 잘 챙기며 소소한 가정사를 살펴봐 달라는 부탁이다.
이 편지가 1490년대에 쓰였음을 감안하면, 1446년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불과 45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지역과 하급관리에게까지 한글이 널리 보급된 실상을 알 수 있다. 특히 조선 시대에 한글이 여성 중심의 글이었다고 인식됐던 것과 달리, 하급 무관 나신걸이 유려하고 막힘없이 쓴 것에 비춰 조선 초기부터 남성들 역시 한글을 익숙하게 사용했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기존에는 조선 시대 관청에서 간행된 문헌만으로는 한글이 대중에 어느 정도까지 보급됐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면, '나신걸 한글편지'가 발견됨으로써 한글이 조선 백성들의 실생활에 널리 쓰인 사실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나신걸 한글편지가 발견됨으로써 한글이 조선 백성들의 실생활 속에서 널리 쓰인 사실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며 "특히 조선 초기 백성들의 삶과 가정 경영의 실태, 농경문화, 여성들의 생활, 문관 복식, 국어사 연구를 하는 데 있어 활발하게 활용될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훈민정음 반포의 실상을 알려주는 언어학적 사료로서 학술적·역사적 의의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
<문화재청 보도자료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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