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언저리길 답사후기

癸卯年 첫 벙개 / 대전 땅 북쪽 끝자락에서

돌까마귀 2023. 1. 30. 15:56

언   제 : 2023년 1월 29일 일요일

어디서 : 대전광역시 유성구 금탄동, 신동과 세종시 금남면 박산리, 대박리 산길에서

누구와 : 한밭언저리길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검은 토끼가 호랑이를 밀어내고 큰소리치기를 시작한지 여드레째 되는 날.

비단강 형각진 여울목의 대청댐에서 09:30에서 출발하여 대전의 북쪽 끝마을 금탄동으로 가는 73번 외곽버스가 20명의 산꾼들로 꽤나 소란스러운데. 송강동 봉산동과 금고동을 지나온 버스가 '금남구즉로'에서 '대금로'로 길을 바꿔타고 대동을 지나 금탄동 종점에 닿으니 10:30이다. 

 

금탄(金灘) 쇠여울이 줄어서 '쇠일' 혹은 '새일'로 불리는 마을은 따스한 햇볕을 받아 아늑하고 

일거리가 없어 문을 닫은 방아간은 아직도 우뚝한데, 1989년 대덕군 구즉면에서 대전광역시 유성구로 편입된 이 마을은 567년전인 1456년 6월의 단종복위운동이 실패로 끝난 직후 사육신의 한사람인 성삼문(成三問)의 일가 창녕 성씨(昌寧 成氏)들이 멸족이 두려워 이곳으로 숨어 들어 생긴 마을이다.

마을 빈집 마당에서 몸풀기와 새해인사를 나누고 동쪽 서낭고개를 넘어 금강변으로 내려가며 

대청댐이 생기기 전인 70년대 말까지 신탄진을 비롯한 타지로 나가기 위해 지금은 문을 닫은 경부선 매포역으로 건너 다니던 

쇠여울 나루 못미쳐 양지바른 논배미에서 단체사진 한장을 남기고 대전광역시의 가장 북쪽 끝 극북점을 향한다.

2016년 '산따라물따라'님이 대전시에 요청하여 2017년 금강 변에 설치 된 후

수 차례의 홍수대비 대청댐 방류 때 아래로 떠 내려 간 안내판과 표지석은 유실을 피해 아예 언덕 위로 옮겨 놓았는데 

실제 대전광역시의 제일 북쪽 땅 끝은 금강 물속에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따스해 지는 햇살을 받으며 비단강변을 따라 걸어 나가다

잔디를 키워서 파는 '잔디밭 주막집'에 둘러 앉아 기력 충전을 끝내고 

세종-유성 과학길로 다듬은 회화나무길에 올라서니 그저께 내린 눈이 남아있어

길벗님들의 발걸음을 반겨 준다.

IBS중이온가속기연구소가 내려다 보이는 유성구 신동 산 77 문중묘지에 점심상을 차려

주님과 함께 한 오찬을 마치니

신바람 한바탕이 이어서 펼쳐지니 횐님들의 박수가 쏟아 진다.

솔잎이 깔린 임도를 잠시 걸어

대전광역시 기념물 소문산성 들머리에 닿으니 이제부터 잠시 오르막 길이다

산성 서벽을 올라서면 명문이 새겨진 성돌이 있는데 최(崔)씨 성을 가진 사람의 이름이 보이니 성벽쌓기의 실명제로 추정된다.

계룡산 암용추, 숫용추에서 발원한 두계천이 남쪽으로 흐르다 벌곡천을 만나 갑천이 되어 동쪽으로 꺾여 노루벌을 휘감다가 고릿골 새뜸에서 북쪽으로 머리를 틀어 한빝벌을 가로질러 비단강과 만나니 이름하여 물태극(水太極)이라 부르고

계룡산 쌀개봉에서 갈라져 민목재-관암산-백운봉-도덕봉을 지나 갑하산-신선봉-우산봉에서 흔적골산으로 내려와 금병산으로 치 올라서 보덕봉-오봉산을 지나며 북으로 뻗어나가 고래뜰(박산리)에서 오른쪽(동)은 소문산성, 왼쪽(서)은 꾀꼬리봉으로 고래 꼬리지느러미 모양으로 갈라지며 솟아 올라 비단강에 떨어지니 산태극(山太極)이라 부른다.

고구려 연개소문과 소문산성의 관계는 정설이 없으니 생략하고 

대전광역시와 세종특별자치시를 가르는 

박산2길이라 불리는 금동양수장길 고개마루로 내려 선다.

세종시에서 잘 다듬어 놓은 가파른 계단길과 바위길을 올라

쉼터에서 잠시 기력충전을 하고

편안한 능선길에서 좌우 조망을 둘러 본 뒤

마지막 된비알을 올라서니

2층 팔각정자가 있는 꾀꼬리봉이다.

잠시 숨을 돌리는 횐님들을 재촉하여 대전근교 최상급 조망터로 꼽히는 장군봉에 닿으니

횐님들의 탄성은 파란 하늘을 찌르고

특급 조망터 주막집은 문정성시를 이룬다.

꾀꼬리봉으로 되돌아 나오며 포토죤에서 사진 몇장을 남기고

꾀꼬리봉 팔각정자에서 단체사진을 찍은 뒤

비단처럼 부드러운 낙옆길을 타고 봉정사 방향으로 룰루랄라 길을 나선다.

봉정사 주차장에서 요강 비우러 가신 님들을 기다리며 베낭속 마지막 먹거리, 마실거리를 비우니

대박리로 내려가는 길에는 흥바람이 살랑거린다.

대박리 버스승강장에서 기다리는 횐님들을 꼬득여 남은 버스시간을 때우려 대전방향으로 3정거장을 지나 

박산리 작약마을 쌍탑 앞 승강장에서 15:10에 세종고속시외버스터미널을 출발한 75번 보훈병원행 외곽버스를 타고

신탄진 시장에 내려 해물파전과 동태전을 앞에 놓고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우리가 남이가! 대단하다 둘도 없다!를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