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제 : 2021년 6월 9일 수요일
어디서 : 식장산 불당골-꾀꼬리봉-대전 충북 경계 능선-장고개-철탑삼거리-세천저수지-세천생태공원
누구와 : 한밭언저리길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아침 8시 55분에 대전역 동광장을 출발하여 회남으로 가는 63번 외곽버스는 식장산 세천공원을 지나가는 유일한 대전시내버스이다. 대청호벗꽃길로 유명한 회남로를 70분 간격으로 3대의 버스가 운행을 하는데 올들어 제일 덥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많은 산벗.길벗들이 "가는골 입구 승강장"에 내리니 불당골 사방댐이 들썩인다.
바람 한점 없지만 녹음이 짙은 불당골은 짙은 숲 향기에 더운줄을 모르고 약 1.5km의 계곡길을 타고 꾀꼬리봉의 북릉에 올라서니 저멀리 대청호와 경부고속도로의 신상교가 발 아래로 펼쳐진다.
된비알을 타고 꾀꼬리봉의 동쪽 전위봉에 올라 잠시 숨을 돌린 뒤
급경사를 로프에 의지하여 내려서니 대전광역시와 충청북도를 가르는 경계능선이 이어진다.
충청북도 옥천군 군북면 자모리가 내려다 보이는 조망터는 자라난 나무가지가 훼방을 놓아 아쉽지만
길가의 소나무 연리지는 수명을 다하고 윗가지가 없어졌다.
장고개로 내려 가는길에 아름드리 소나무와 나이자랑도 해보고
고개마루에 내려서니 1,360년 전 백제군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식장산 둘레길 제1구간 탄현길 도상거리 약 9km, 4시간 반 소요
망태골 경부선굴다리-남부순환고속도로 굴다리-바깥삼정-큰삼정-안삼정-식장산길-세천공원계곡 대둘4구간 사거리-장고개-임도 종점-사방댐-자모소류지-윗자모실-가운데말-갯골저수지-평지-이백리 군북지서
대전 시민이 즐겨 찾는 새천공원의 저수지를 지나 계곡을 오르다 보면 좌측으로 운동기구와 벤치가 놓여있는 작은 광장에서 주 등산로와 갈라지는 길이 나오니 꾀꼬리봉과 국사봉 사이의 계곡길로 능선에 올라서면 넓찍한 소나무 밭이 펼쳐지는 고개마루다. 등산지도에는 장고개로 표시되어 있고 대전광역시와 충청북도를 가르는 경계선으로 대전 동구 삼정동에서 충북 옥천군 군북면 자모리로 넘어가는 아주 오래 전부터 있던 고개 길인데 옥천 쪽에서는 자모실고개 라고도 부르는 이 고개가 바로 삼국사기에 기록된 탄현(炭峴)이라고 많은 역사학자들이 보고 있다.
일부단창 만인막당(一夫單槍 萬人莫當)
삼국사기(서기501년/백제 동성왕 23년)에 "탄현에 목책(木柵)을 설치하여 신라에 대비하였다"는 기록도 있고 백제의 충신 성충(成忠)의 임종상서(臨終上書)에도 "충신은 죽어도 임금을 잊지 않는다 하니, 원컨대 한 말씀 드리고 죽고자 합니다. 신은 항상 시세의 변화를 관찰하는데 반드시 전쟁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무릇 군사를 쓸 때에는 그 지리(地理)를 살펴 상류(上流)에 처하여 적세를 늦춰 놓은 뒤에야 가히 보존할 수 있사오니 만약 다른 나라의 군대가 쳐들어 오면 육로로는 탄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수군은 기벌포의 언덕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십시오"라며 탄현에서 적을 막을 것을 강조하였다. 또 한사람의 충신 흥수(興首)도 의자왕의 잘못을 막으려다 귀양을 가게 되었지만 서기 660년(의자왕 20년)에 신라가 5만 군사로 쳐들어 오자 거듭 "탄현이 백제의 요충지이며 이곳에서는 한 사람의 창 한자루로 만 사람을 막을수 있는 곳(一夫單槍 萬人莫當)이니 마땅히 용맹한 군사를 뽑아 이곳을 지켜야 한다" 고 하였다. 그러나 의자왕은 성충과 흥수의 말을 듣지 않아 결국 백제의 멸망을 가져 오는데 이때 신라군은 무방비의 탄현을 넘어서 한밭벌을 가로 질러 사비성으로 향하든 중 연산의 황산벌에서 계백장군의 5천결사대를 만나 주춤하다가 화랑관창의 죽음으로 사기가 오른 신라군이 5천결사대를 물리치고 사비성을 함락하였으니 이 고개는 백제의 멸망을 앞당긴 고개이다. 신라가 백제의 고토인 웅진에 주(州)를 설치하고 경주를 오가던 통로가 바로 탄현에서 삼징이(삼정동), 널바위(판암동)를 지나 지금의 유성으로 가는 길목이었기 때문에 1년 뒤 661년에 일어난 백제 유민들의 백제부흥운동에서도 백제부흥군이 신라의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하여 이 고개마루를 지켰다.
탄현의 위치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있으나 설혹 다른곳에서 발견된다 하더라도 주요 교통로 로서의 그 역사적 의의는 크다. 옥천과 유성을 이어주는 고개로 나제 동맹의 평화시대에는 두 나라의 교역로로 몫을 다하다가 충신의 말을 듣지않은 군주의 우매함으로 백제 멸망을 앞 당긴 이 고개는 1902년 경부선 철길이 놓이고 일제 강점기 국도4호선이 증약 세천을 거쳐 개통되기 전까지 많은 장꾼들이 대전 인동장과 옥천장을 오가던 곳으로 고개마루에는 아무리 가물어도 사시사철 콸콸 솟는 샘이 있고 주막집이었을 법한 집터의 흔적도 몇곳 살펴볼수 있다.
고개마루에서 한참을 쉬며 막걸리 잔을 기울이다 철탑삼거리로 불리지만 철탑은 없는 산길로 내려가다가
시원한 물가에 앉아 잠시 발을 담근 뒤
세천저수지로 흘러 내리는 주원천 물길을 따라 내려가니
독수리봉과 구절사에서 내려오는 길이 "대전둘레산길" 4구간이란 이름으로 합쳐지고
몇 년전에 완성 된 "무장애 로드"의 넓직한 쉼터에서는
'대전충남 생명의숲'에서 나오신 숲 해설사 두분이 길벗들에게 예쁜 나무명찰을 나눠 주신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길벗들의 명찰 만들기에 빠졌다가 길을 나서니
녹조가 핀 세천저수지를 향한 '달밤'님의 외침은
오늘 산행이 끝났다는 신호로 늙은 까마귀 귀에는 들리는데
철도 침목으로 되어있던 계단길이 깔끔한 데크계단으로 최근 고쳐져 준공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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