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제 : 2021년 6월의 마지막 날
어디서 : 대전광역시 동구 상소동 산림욕장에서
누구와 : 한밭언저리길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초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많은 길벗들이 상소동의 오토캠핑장 주차장에 모였다.
상소동 산림욕장 입구에서 오늘 산행코스를 설명하며 자신있는 길벗들만 나를 따르고
나머지는 산림욕장 내의 편안한 산책로를 걸으시며 산림욕을 즐기시라 분명히 강조하였건만
물놀이장 위의 사방댐 밑에서 시작되는 장장 1km의 된비알 돌길을
겁 없이 올라가는 길벗들이 늙은 까마귀는 무척 안쓰럽다. 속으로만 ㅎㅎㅎ
애고 이제 5분의2 밖에 못 왔어!
1시간 여의 사투끝에 올라 선 정상은 대전둘레산길 3구간 머들령길의
골넘이고개를 지나 머들령 방향의 첫 봉우리로 대전둘레산길 안내도와 평상이 있는 곳이다.
바닥판이 몇개 비틀어진 평상이지만 酒有所 차리기엔 손색이 없고
한참을 쉬며 기력충전을 하다보니 어느새 길벗들의 얼굴에 생기가 돈다.
상소동산림욕장에서 올라오는 3가지 길 중에서 짧지만 난이도가 높은 1km 구간 이정표 옆에는
수많은 산객들이 리본을 걸어 놓았고
조망터에서 포즈를 잡는 님들을 잡느라 두 분의 사진작가님은 셔터 누르시기에 바쁘시다.
머들령을 동 서 양쪽에서 지키는 작은 성의 서쪽 보루(堡壘)에 자리를 잡고 점심상을 펼치니
길벗들의 배낭에서 진수성찬(珍羞盛饌)이 쏟아 진다.
오찬을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서니
산악오토바이가 파 헤친 둘레산길은 늙은 까마귀의 울화통을 건드리는데
머들령 직전에서 하산길로 접어 들며
길벗들의 웃음소리와 디스코 춤에 눈과 귀가 즐거워 겨우 울화통을 닫는다.
소나무 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산정마을길과 542봉을 바라보며
솔향기 진한 완만한 내리막 능선길이 끝나고 이제부터 급경사 내리막이다.
급경사 중간 쯤에 자리잡은 팔각정에서 마지막 주유소를 펼친 뒤
길가에 핀 꽃향기도 맡어 보고
나머지 급경사 구간을 내려서 산책로를 따라 왼쪽으로 나아간다.
사방댐 앞 구름다리를 건너지 않고 오른쪽으로 내려서니
6월의 마지막 햇살을 밭은 숲향기가 늙은 까마귀의 알콜부족증상을 심화시키는데
계백장군이 맡아 두었던 따호표 나폴레옹 15세가 실신 직전의 늙은 까마귀를 회생시킨다.
지하수를 뽑아 올린 족욕장에서 시린 발을 다독이며 마주하는 술 한잔의 맛을 먼저 떠난 길벗들은 모르리라.
어린시절로 돌아가 물장난도 해보고 자갈돌에 등 깔아 얼음처런 차가운 등 맛사지도 받아 본 뒤
젖은 옷을 말리러 소룡골 입구 버스승강장까지
땡볕을 받으며 땡양지길 대전천 산책로를 걸어도
온몸에 스민 냉기는 501번 버스에 오를 때 까지도 식을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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