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밤세워 아침까지 꽃샘추위 예보와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결승전 예기로 꽉 차있으니 갈등이 생기지만 이정도 추위야 산행하기좋고 야구는 라디오로 들으면되고 십여 년 전 다녀온 팔봉산은 가물가물하고 그래 가자!. 공주 예산을 거쳐 서산 팔봉면 양길리에 닿으니 11시30분 야구는 이미 시작되었고 산행은 이제 시작이다.
설명이 필요없는 유명한 산이지만 나에겐 잊지못할 사연이 있으니 불편한 몸으로 집 뒤 보문산도 못오르던 그때, 회사 업무차 팔봉산을 남에서 북으로 넘으며 얼마나 힘이들고 시간이 걸렸던 지 고생한 기억밖에 아무것도 없다.
들머리 주차장이며 편의시설이 아주 잘되어있어 격세지감을 느끼지만 오늘은 주변경관을 마음껏 즐기리라 다짐한다.
양길리 입산통제소를 지나 1봉과 2봉사이로 오를 무렵 일본에 선취점을 내줬다.
두 귀는 야구중계에 집중하고 두 눈은 사방경치를 즐기니 일석이조라 하던가 1봉에서 2봉을 건너다 보고
서쪽으로 태안군 원북면도 내려다 본다
2봉에 올라 팔봉면 소재지도 둘러본 후
1봉을 뒤돌아 보니 시원하게 펼쳐진 가로림만은 가슴이 탁 터지고 추신수의 홈런포도 같이 터지니 신바람이 절로난다.
건너 편 3봉은 어서오라 손짓 하지만
이쪽도 둘러보고
저쪽도 둘러보고
봉 철계단을 천천히 오르는데 일본은 한점을 도망간다
팔봉면 소재지에 쏟아지는 햇살은 따스해 보이지만 야구 소식과 꽃샘바람은 돌까마귀의 귀를 시리게 한다.
바위 틈을 뚫고
구름다리를 건너고
큰 바위 작은 바위 사이로 돌아드니 건너편이 해발 362m의 팔봉산 정상인가?
서있는 이 봉우리가 팔봉산 정상인가?
이곳에 있는 표지석은 무엇이고 저 봉우리의 표지석은 무었인가?
7,8봉으로 이어진 능선을 꽃샘바람이 타고 넘지만
까마귀는 매우 햇갈린다.
멋진 자태의 소나무 아래로 태안읍에서 흘러온 물줄기가 만으로 빠져들고
4봉을 넘을 즈음 일본은 또 한점을 도망가고
5봉 아래 양지쪽에서 시장끼를 때우는데 일행들은 어디까지 갔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6, 7, 8봉 넘어 저멀리 아련하게 천수만과 안면도도 보이고
서쪽으로 보이는 얕은 저산이 태안읍의 오석산(169m)인가?
6봉에서 뒤 돌아 본 4봉과 5봉 위에 또 다른 산꾼들이 나타나고
7봉을 넘는데 한국팀이 한 점을 따라 붙었다.
지나온 봉우리들을 뒤 돌아 보고
서산 팔봉면과 태안 원북면 사이 가로림만을 건너다 보니 북으로 뻗은 이원 반도 저 넘어의 서해바다가 흐미하다.
동쪽 저 멀리 서산시가지도 보이고
바위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결이 조금은 맵다.
8봉 오르는 길에서 잠시 목을 축이며
팔봉산 정상을 향해 기원해본다. 일본과 한점 차이인 스코어를 9회 말 공격에서 뒤집어 승리하기를...
마지막 팔봉을 넘고
319봉에서 태안읍 백화산의 마애삼존불을 향하여도 빌어보고
정수암 터 바위 밑 신령님께도 빌었더니 돌까마귀의 정성 덕인가? 이범호의 안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골짜기 아래의 어송리도 평온해 보이고
정수암 터에서 봄볕이 따스하게 느껴짐은 분명 우리 야구대표팀 덕분이리라.
발걸음도 가볍게 날머리를 나오는데 10회 초 2사 2, 3루, 타석에는 이치로가 섰다, 만루작전을 펼치니 한 놈만 잡으면 된다.
전주에서 오신 산꾼들을 먼저 보내고 온 정신을 두 귀로 모으는데 이런! 임창용이 정면승부로 2점을 빼았겼다.
아쉽지만 잘했다 세계2위가 어딘데... 아쉬움을 뒤로 하고 간월도에 닿으니 천수만을 향해 돌팔매 던지는 쌍둥이가 귀엽고
찬 바닷바람은 돌까마귀 어깻죽지를 움츠리게 한다.
대천신항에서 배달해 온 쭈꾸미 안주와 싸늘한 깡소주로 아쉬움을 달래고
전세버스 타러 가는 길가의 목장승께 괜히 투정을 부려보지만 돌까마귀 가슴 한구석에는 아쉬움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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