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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바다에 산우(山友)를 보내고:경남 남해 응봉산

돌까마귀 2024. 11. 2. 10:22

월요일 하루를 쉬고 봄맞이를 나선다

남해대교를 건너 꾸불꾸불 돌고돌아 40분만에 남면 선구리 옥녀봉 아래에 닿았다

반겨주시는 산불감시요원을 뒤로하고 후미를 맡아 천천히 주변경관을 즐긴다

 

사촌해수욕장은 봄볕이 따뜻하고

 

옥녀봉으로 오르는 들머리의 안내도가 반긴다

 

사촌만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보고

 

이바위가 옥녀봉인가? 

 

이바위가 옥녀봉인가? 

 

진달래 꽃봉오리는 봄소식을 전해주는데 

 

이바위가 옥녀봉인지 햇갈린다

 

암릉지대에서 힘들어하는 한분과 듬직한 친구분이 미안해 하며 앞서가라시니 

 

등로를 벗어나 바위를 넘나들며 경관을 즐긴다.

 

점점이 떠있는 배들은 좌로가면 부산 거제, 우로 가면 여수 광양이다 

 

항촌마을 끝 항도를 지나는 대형크레인선도 보이고 

 

낙뇌산이라던가? 암봉을 담는 찍사의 뒷모습에도 봄내음이 묻어있다

 

좌측 북벽은 수직 절벽이고 우측 남쪽은 그나마 80도 경사다 

 

암릉지대의 중심 칼바위능선에서 나홀로 시장끼를 때우려 칼국수에 물부어 놓고

뒤돌아 본 남해바다에 봄기운이 넘실거린다 

 

우회로를 버리고 암릉에 오르니 후미에 처져있던 두분이 발아래에서 쉬고있고 앞서 나간다.

 

전국에서 몰려온 상춘객, 등산객은 모두가 봄바람에 들떠있고  한척의 모터보트가 해안선을 가른다 

 

80도 경사의 철계단은 앞으로 내려가기가 무섭고 우회로에서 오르는 길은 나무계단이 놓여있다 

 

철계단 아래의 바위틈에도 봄이오는소리로 가득하고 

 

뒤돌아 본 칼바위 뒤로 남해바다 봄바람이 불어온다

 

응봉산 또는 매봉으로 불리는 정상까지 이어지는 암릉지대는 끝이없고

 

파아란 하늘 파아란 바다 청회색빛 다도해의 여러섬들 그리고 바위 

 

정상에서 남으로 뻗어내려 매머리에서 바다로 빠지는 능선에도 봄바람이 불어오고

 

남녀 6명의 일행이 도시락을 가진 후미 두분을 기다리기에 현재 두분의 위치를 일러주고 앞서나간다 

 

매봉이라고도 불리는 응봉산 정상에서 한참을 쉬며

 

오늘 산행의 최종 목적지 설흘산(484m)능선 넘어 진주(晋州灣)만을 살펴본다 

 

정상에서 북면 나무계단을 내려서니 또다른 일행이 늦은 점심을 마치고 담소를 나누고있어

쐬주 한잔을 얻어마시고 일행들을 먼저 보내고 나홀로 천천히 조망을 즐기며 천천히 걷는다 

 

가천마을 주차장에는 전국에서 몰려온 관광버스로 가득하고 다랭이논에는 봄처녀들이 나물을 캐고있다

 

뒤에 있던 6명의 일행이 후미 두분을 40분이나 기다리다지쳐 겨우 끼니를 나눠 때웠다며 오시니 앞서가시라 보내고 혼자남아 후미두분을 기다리며 신발도 벗고 바위에 앉아 도를 닦기 시작하니 오가는 산꾼들이 힐끔 거린다 

 

응봉산에서 육조바위를 거쳐 가천교로 떨어지는 동남릉도 둘러보며 기다린지 한시간 남짓 자꾸 불안해진다

 

선두대장에게 전화를걸어 혹 소식이 없나를 물어보고 앞서간 일행 한분께도 전화를 해봐도 후미 두분의 전화번호를 아는분이 없다. 다시 되돌아 정상에 오르니 설흘산을 선회하는 119구조헬기가 보이니 불현듯 떠오르는 불길한 예감. 암릉지대에서 마지막 보았던 두분을 찾아 정신없이 달린다. 약 1km의 바위길을 숨찬줄도 모르고 어떻게 달렸는지도 모르겠다.

휴대폰은 터졌다 꺼졌다를 반복하고 호루라기를 불어봐도 대답은 없고 20여 분 만에 절벽아래의 구조대원과 조우한다.

이미 산우는 숨결이 미약하고 얼굴색은 창백하다. 119 대원들의 인공호흡도 소용이 없는듯 안타깝기만한데 구조헬기는 아직도 우리를 못찾는다, 두명의 대원과 함께 절벽 꼭대기에 올라 내목에 걸고있던 붉은 수건을 흔들기를 10여분, 드디어 헬기가 우리를 발견했다.

 

구조헬기에서 구급대원이 내리고 뒤이어 들것도 내려온다 

 

준비하는 동안 강한 바람을 피하기위해 헬기가 선회를 하여주고 위험한 꼭대기를 피해 아래로 내려서 자초지종을 물으니

놀며 쉬며 오르다가 조금 힘들다기에 되돌아 200m쯤 내려오다가 가슴이 아프다며 양지쪽 바위에 기대앉아 쉬다가 쓰러졌단다

 

이송준비가 끝난 산우가 먼저 올려 보내지고 

 

뒤이어 구급대원이 올라갈 와이어로프가 내려온다

 

우선 응급이송을 위해 남해공설운동장에 앰블런스 대기를 명령하는 남해소방대장님께 돌까 폰번호를 입력하고

 

경남소방본부 소속 헬기 응급대원이 올라간다

 

뒤쫒아 온 또한분의 산우와 환자와 같이계시던분이 산악구조대와 같이 떠나고 나홀로 되돌아 올 다섯분의 산우들을 기다리며 겨우 갈증을 달래고 있는데 두명이 먼저 오셔서 천천히 들머리로 하산하며 날머리쪽 일행들께 경과를 알리며 환자가 무사하길 기원한다 

 

옥녀봉에 다다라 뒤쫒아올 3명을 기다리는데 119구조대장의 전화는 헬기에서 앰블런스로 옮겨 병원가는동안 숨을 거두었단다. 이렇게 허무할수야 내 눈앞에서 희미한 숨을 내쉬든 그가 운명을 하다니... 들머리에서 기다리는 일행들께 부음을 전하고 후미와 조우하여 함께 내려오는 발걸음은 6명 모두가 천근 만근이다. 버스에 올라 남해병원에 당도하니 산길을 되돌아왔던 한분의 산우가 다리에 쥐가나 병상에 잠시누우니 아마 긴장 때문이리라,  세분의 산우가 남해병원에 남으시고 버스에 오르는 일행들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산이 좋아 산에 살다 산으로 돌아가신 이름모를 산우의 명복을 빌며 비통한 마음으로 산행기를 마친다.

 

<2009-03-11 06:51:56 다음블러그에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