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둘레산길 산행후기

12월 11일 제10구간 성북동산성길에서 울화를 다스리다

돌까마귀 2024. 12. 12. 13:38

언   제 : 2024년 12월 11일 수요일

어디서 : 대전둘레산길 제10구간 성북동산성길에서

누구와 : daum cafe 대전둘레산길잇기의 수요안내산행팀과 함께

 

요즘 세태에 울화가 치민 속을 겨우 다스리며 플레카드도 챙기지 못하고

유성구 계산동 수통골 버스종점 옆 봉이호떡 앞에 10분 늦게 닿으니

반가운 산벗들이 웃으면서 반겨주니 가슴 속 울화통이 조금은 진정된듯 하다.

인사를 나누고 단촐한 산벗들과 산행을 시작하니 끝날때까지 종일 화기애애한 산행이 이어졌었다.

 

빈계산 조망터에서 계룡산 무리를 바라보며 쓰린 속을 탁배기 한잔으로 달래고

빈계산을 넘어 방동저수지 방향으로 남행을 시작하니 이제부터는 편안한 내리막 산길이다.

국립대전숲체원 뒤 성북동 임도를 가로질러

이장해 간 따스한 묘지에서 점심상을 차려 허한 속을 채우고

유성구 성북동과 대정동을 이어주는 고개를 지나

탁트인 봉덕사 조망터(유성구 대정동 산 47)에서  

넓직한 계산동, 대정동, 교촌동 벌판을 내려다 보니

가슴속 울화통은 자그마해져 명치 끝에 매달려서 숨을 죽인다.

하늘을 향해 咆哮하는 범바위에 올라 

명치 끝 울화통을 때내어 저 멀리 구비도는 으뜸내(甲川)에 던져 서해 용왕님께 바친 뒤 

흔들리는 나라 걱정에 버팀 목을 겹겹이 받치니 늙은 까마귀의 마음이 조금 편안해 진다.

봉덕사 갈림길 삼거리의 성북산성 방향표지가 잘못되어있다고 수도없이 지적하였지만

납짝 엎드려 꿈적도 않는 유성구청 산림담당 공무원의 伏地不動 직업윤리도 오늘은 참기로 하고

엉뚱한 곳에 세워져 위치를 옮겨 달라는 돌까의 부탁을 아직도 듣지않는 그 공무원의 태도도 오늘은 참을 만 하니

이 바위는 범바위가 아닌데도 사진 구도가 아주 좋으니 

오늘은 그 공무원에게 전화하지 말고 그냥 넘어가리라 ㅎㅎㅎ

유성구 교촌동 산 1-3 용바위에서 

탁배기 한잔을 손에 들고

탁트인 한밭벌을 조망하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스리고

1990년대에는 무덤으로 가득 찾던 옛 공동묘지를 지나

유성구 성북동과 교촌동을 이어주는 대정임도의 성재 고개마루에 내려선다.

국립대전현충원 조성공사 때 수 없이 많은 무연고묘지를 이장해 놓은 外城 북벽 밑을 지나

內城 북벽을 올라서 운동기구가 놓여있는 將臺地에서 잠시 숨 돌린 뒤

유성구 성북동 산 30-31 조망바위에서 '약사단맥'의 약사봉 뒤로 살짝 보이는 '금남정맥'도 살펴보고

산장산 팔각정자에 올라 

마지막 주막집 주모와 마주 앉아 허한 속을 채운다.

요즘의 나라 모습을 닮아 

뿌연 燃霧에 가려진 오른쪽의 보문산 뒤로  대전에서 제일 높은 식장산의 송신탑 콘크리트 축대가 

하오의 햇빛을 살짝 되 뱉어내며 빛나고 있으니 아직 나라의 등불은 꺼지지 않았나보다.

산장산 정상 삼각점 주변 돌탑에 國泰民安을 빌며 작은 돌 하나를 올려 쌓은 뒤

유성구 방동 산 18-6에 있는 너럭바위에서 연출 사진 한장을 남기고

왼편의 방향표지판을 따라 '득공터'로 내려가

베낭속 먹거리 모두를 꺼내어 유성구 원내동 산 37-1 '면바위' 앞 상석에 차려놓고

산장산 산신령께 치성을 올리니

하늘나라에 계신 '박동진' 명창이 위에있는 방향표지의 '득'자를 '독'자로 고쳐 달라고 부탁하신다.

오후 4시를 막 넘기고 '박동진 백일 독공터'를 내려와

호남고속도로지선 서대전교차로 뒤에서 또 하나의 잘못 된 방향표지를 눈여겨 보고 

<'산장산' 방향을 '박동진 독공터'와 같이하고, 그 자리에는 방동저수지 또는 '돌팍재' 표지를 붙여야 함>

고속도로 지하통로를 지나

진잠초등학교 뒤 편 

느티나무 약수터에서 스틱도 접고 옷 매무새도 고친 뒤

40년 전통의 풍년갈매기살로 허한 속을 가득 채우고

(사)대전문화유산울림의 2024년 마지막 이사회장으로 달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