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31일 다음블러그에 쓴 글>
대전시내버스 노선이 전면 개편된 뒤 불편을 느끼는 시민이 많은 것 같으나 오지 노선을 운행하는 두자리 수 외곽버스는 변함이 없고 환승을 3번이나 할 수 있으니 돌까마귀 같이 구석구석을 뒤지는 산꾼에겐 더 없이 편할 따름이다.
한가한 봄 날 오후 늦으막히 길을 나서보자.
대전역에서 중앙로와 서대전4가를 지나 가수원4가와 원내동을 거쳐 신도안까지 가는 202번을 타고 방동저수지에서 내려 지하차도로 빠져나가면 장승배기 넘어 봉곡동 가는 길이 산비탈에 걸려있으나 포장도로를 버리고 저수지 옆의 비탈로 들어서면 철책 옆으로 산책로가 나타난다.
오른편 아래로 방동저수지의 푸른 물빛은 오리때의 날개짓에 흐트러지고 한적한 길은 시멘트 구조물에 갈길이 막혀도 포기하면 안되니
호남고속도로 교각 아래로 빠져 두 번째 다리 밑을 지나 세번째 다리 위로 올라서면 폐 호남고속도로 금곡천교다.
낡은 다리 난간은 빨갛게 녹 쓸었지만 상판은 아직도 튼튼하니 마음 조릴일은 없고
다리를 건너 좌측으로 들어 묘지를 몇 차례 지나고 비탈길을 굽이돌아 능선에 올라서면 위왕산 마루금이다.
왼쪽 길은 송전철탑이 있는 213봉 넘어 봉곡동으로 내려가고 오른쪽으로 가면 편안한 능선길로 위왕산에 닿으니 곳곳에서 조망을 즐길 수 있다.
방동저수지 뒤로 성북동산성이 보이고
봄을 알리는 진달래 향기에 취해 걷다보면 정상 헬기장에 닿으니 절경은 이곳부터 시작된다.
300m쯤 이어지는 바위 능선을 그냥 넘지말고 곳곳의 경치를 즐기며 나가다 보면
위왕산 정상, 최고의 절경, 암봉 위에 올라서니 발 아래로 펼쳐지는 갑천 상류 두계천 물굽이에 정신이 혼미하다.
호남고속도로 계룡휴게소 옆으로 흐른 두계천은 서구 원정동 무도리를 휘돌아 중뫼마을 앞에서 또 한번 휘돌며
발 밑의 위왕산 철교 아래를 지나 남쪽으로 흘러 나가는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위왕산 정상에서 북사면의 우회로를 내려오다 작은 암봉에 올라서면 또 다시 구비치며 흐르는 두계천 물길이 구만리 들판을 가로지르며 원정역을 지나는 모습이 발 밑에 펼쳐진다.
동쪽으로 위왕산의 위용도 뒤 돌아 보고
북쪽으로 논산길 국도4호선 양 옆의 나무골, 수렁골, 산새골 마을 뒤로 저 멀리서 손짓하는 흐미한 계룡산도 둘러 본 뒤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오면 공용화기 진지가 있으니 위왕산 정상의 진지와 더불어 '작전명령 데프콘2'가 발령되면 현역 향토사단이 병력을 전개하여 국토의 대동맥 호남선 철길을 지키는 중요한 군사시설이다.
두계천변에 내려서면 두계철교가 반기는데
위왕산 암릉을 뚫지 못해 무도리로 흘러 돌아 간 물길을 대신하여
호남선 철길이 바위산 줄기를 2번 짤라 위왕산 암릉을 3토막 냈다.
두계 철교 밑으로 돌아 나오면 오른쪽 간판 옆으로 163봉으로 가는 등산로가 있지만 왼쪽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면
위왕산에서 뻗어 내린 암릉이 호남선 철길로 짤린 절개지 위에서 오고가는 열차를 살펴 볼 수 있다.
이동통신 안테나가 서 있는 봉우리는 평평하며 목련 꽃 가지 사이로 위왕산이 바로 코 앞에 보이고
되 돌아 내려와서 태평가든 마당을 지나 올라 선 '중뫼마을' 뒷산(169m)은 조망이 아주 좋다.
호남고속도로와 호남선 철길 너머로 위왕산이 가까이 보이고
호남고속도로 계룡휴게소도 바로 발 밑으로 보인다.
저 멀리 계룡IC옆으로 '두계우편물류센터'도 보이고 묘지로 이어진 능선을 내려서면 무도리 마을이니
논두렁 양지 쪽 옹달샘 옆에는 '머위'가 돋아나서 봄이 한창임을 온 세상에 알린다.
모내기를 기다리는 논배미 저 멀리 방천길에는 경운기를 몰고가는 농부가 보이고
두계천 방천 길에 올라서 위왕산 암벽 밑의 위왕산 철교 위를 달리는 석유수송열차도 만났다.
하루에 4번 이곳 무도리까지 들어오는 23번 버스를 기다릴까 하다가 내친 김에 원정역까지 나가리라하고
위왕산 철교 밑을 지나 원정교 포장길을 벗어나 방천길로 나가는데
두계천이 또 한번 휘돌아 나가며 절경을 이룬다.
신도안에서 흘러온 물 줄기가 구비구비 돌고돌아 정뱅이에서 벌곡천을 만나면 갑천으로 이름이 바뀌지만
위왕산 바위 벽에 부딛힌 물줄기는 구만리 들판의 목마름을 풀어 준다.
철길 옆에서 보를 건너 구만리 방천에 올라서니
뒤 돌아 본 위왕산이 잘가라고 손짓하고
목포로 달려가는 호남선 열차의 기적소리도 정겹고
'재두루미'며 '외가리'도 외로운 길손을 반겨준다.
두계천 건너편의 원정역에는 여객열차가 서지는 않고
자물쇠 채워 진 출입문에는 선로보수반의 창고표찰이 붙어있다.
인적 끊긴 역사에서 지나가는 열차를 기다리다가
광장이라 할것도 없는 좁은 역 광장으로 나와 아련한 옛 추억에 젖어 고향역에도 다녀오고
기억 속에서 가물거리는 선양소주 아크릴 간판과 낡은 약방 간판이 '간판쟁이' 현직시절의 추억도 되살려 보았다.
'세편이들'을 싸고도는 두계천과 이별하고 철로 변 원정길 언덕 위에있는 '동춘당 송준길 선생'의 묘지 표석도 둘러보고
원정길을 따라 용촌교로 나오다 좌측 산기슭 늙은 느티나무 아래 정자에서 피곤한 다리를 잠시 쉰다.
용촌교 승강장에서 23번 외곽버스를 기다리며
5개의 공깃돌로 놀이하는 아이들 놀이 '공개축제'를 알리는 깃발을 살펴보고
다리 옆에 서있는 무슨일을 하셨는지 알수없는 명주환선생의 기념비도 살펴보고
벌곡천 제방에서 쑥 뜯는 여인네들과 예기도 나누다보니 서부터미널행 23번 버스가 달려온다.
난이도 中급의 산길, 물길, 들길 10km를 쉬엄 쉬엄 5시간 동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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