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3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의 글 퍼옴>
역대 도정 '대전 중심성 극복' 최대 과제…수도권 1극 체제 극복도 미지수
남자들의 군대 얘기는 어느 정도 과장이 허용되는 영역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이 산이 아닌게벼’는 누구나 한 번쯤 직접 겪었거나 들었을 법한 에피소드일 것이다. 소대장을 비롯한 하급 장교의 명령에 따라 제법 높은 고지를 힘겹게 점령했건만 정작 목표 지점은 다른 곳이었을 때를 두고 하는 얘기다.
갑자기 군대 얘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느낌이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행정통합 자체에 대한 찬반을 떠나 이런 의구심을 씻어내지 못한다면 성공하기 만무해 보인다. 그 이유는 이렇다.
주지하다시피 심대평-이완구-안희정-양승조 지사(전)로 이어지는 역대 충남도정의 최대 과제 중 하나는 ‘대전 중심성 극복’이었다.
대전에 있던 도청을 충남으로 옮기기 위한 작업이 본격 시작된 민선3기부터 따지면 최소 20년 이상 이런 기조를 유지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투입된 재원과 에너지만 해도 수십조원의 가치는 족히 될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KBS 충남방송총국 유치다. 대전대학교 양선희 교수 연구팀이 지난 2023년 3월부터 3개월 동안 KBS 대전방송총국 ‘뉴스7’에 보도된 총 208건의 뉴스를 분석한 결과 대전 51건(24.5%)에 비해 충남은 32건(15.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기간 계룡시, 서천군, 청양군, 태안군에 대한 보도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만큼 충남이 뉴스 밸류 측정에서 뒷전으로 밀려 있다는 것이다.
역대 도정은 이미 마련된 부지에 KBS를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고, 충남도의회 의원들은 여의도 KBS 본사에서 1인 피켓시위까지 진행했지만 내포신도시 도청 남문 주차장 건너편은 여전히 공터로 남아 있다.
공직사회도 마찬가지다. 2012년 도청이 내포신도시로 이전한 이후 상당수 공직자들은 무언의 압력(?)에 못 이겨 익숙했던 대전을 떠나 이주해야 했다. 자녀들 때문에 두 집 살림을 해야 하는 공직자들도 적지 않았다.
일부 공직자들은 내포신도시가 아닌 세종시로 이주하는 용기를 발휘하기도 했다. “말 잘 안 듣는 공무원들은 세종시로 갔고 아파트값 상승으로 퇴직 후에 대한 걱정을 덜게 됐다”는 얘기가 지금도 종종 들리는 이유다.
민선8기에도 이런 노력은 계속됐다. 대표적인 것이 ‘대전 소재 충남 관할 공공기관 본부·지사의 분리·독립’ 노력이다. TBN 충남교통방송 설립도 이런 차원에서 이끌어낸 성과 중 하나다.
그러나 10만 명이 목표였던 내포신도시 인구는 여전히 4만 명에 그치고 있다. 도는 미국 등 역 이민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당장 성과가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산군에 둥지를 튼 충남도 남부출장소 역시 일부 시·군의 대전 통합론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다소 생뚱맞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지금은 ‘분리의 이익’보다 ‘통합의 이익’이 더 커졌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동안의 노력을 원점으로 돌리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한 명쾌한 설명과 근거 자료 제시가 필요해 보인다. ‘1+1=2’ 이런 식이라면 누가 행정통합에 동의할 수 있겠나?
계획대로 2026년 7월 대전충남특별시가 출범한다 하더라도 수도권 1극 체제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이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현재 겪고 있는 초저출생 현상 역시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미 상당수 국민의 시각에선 ‘서울 vs 지방’ 구도가 고착화된 마당에 대전충남특별시가 과연 탈수도권을 유도할 동력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대전과 충남의 청소년들이 수도권 대신 우리 지역에서 평생을 살아도 될 만한 인프라를 갖추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충남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살고 있는 천안시와 아산시만 해도 이미 수도권화 된 상태다.
오히려 지금은 행정통합이 아닌 지방의 전초기지로 국가균형발전의 거점 역할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역량을 집중하는 건 어떨까 한다.
당장 차일피일(此日彼日)인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이전을 위해 보다 강력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부터가 시급해 보인다.
특히 국회 세종시 완전 이전과 함께 조기 대선이 현실화될 경우 대통령실 이전을 통해 명실상부한 신행정수도를 건설함으로써 충청권을 비롯한 지방의 미래세대들이 굳이 서울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좋은 일자리와 양질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말이다.
전문가들은 행정통합의 최대 관건은 공감대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양 시·도지사가 합의한 만큼 이미 50% 이상의 동력은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도대체 왜?”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변이 없다면 공감대 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언제부턴가 ‘말 앞에 수레를 놓는 일’이 자주 벌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 그것이 진정 옳은 길이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함께 가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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