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담기전 효뜰 심곡 사람들은
닷세마다 열리는
신탄진 장보러
배 고개를 넘었으리라.
갈밭사는 친구집 들러 물 한바가지 들이키고
덕고개 넘어 하산디에 이르면
둥구나무 아래서 사둔도 만나
시집간 딸년 소식도 듣고
사둔 등에 엎힌 외손자 재롱이 귀여워
지개 작대기 받쳐놓고
바지게에 담아온 계란 한 꾸러미
사둔 손에 쥐어 줬으리라.
물 담기 전 효들 심곡사람들은
바지게 가득 지고온
푸성귀며 알곡에다 인심까지 붙여 판 뒤
찢어진 마누라 고무신도 때웠고
아들놈 운동화도 한켤래 샀으니
허리 꾸부러진 노모에게는
털 쉐타 하나쯤은 챙겼으리라
장터 주막집 주모 넉살에
방아간 전표 건내고 대취 하며는
지갯다리에 매어논 갈치
괭이 놈이 물어 가도 모르고
육자배기 한가락에
젓가락 장단이 흥겨웠으리라
돌아 오는길
물 담기 전 효뜰 심곡 사람들은
할애비 산소 올려다 보며
시월 시향 걱정도 했을법 하고
해바라기 씨 영글면 기름짜서
등잔불 밝힐 궁리도 하였으리라.
실 개천 건너며
지난 여름 동네 천렵때 함께 끓여 먹은
매운탕 생각에 침 삼키고
집 앞에 다다르면 평상에 널어 놓은
다음 장날 내다팔
태양초 건사도 하였으리라.
뒤켠 부로끄 담장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 넝쿨은
가을이 오는게 두려울 터이 지만
물 담기 전
효뜰 심곡 사람들은
파아란 가을 하늘 쳐다보며
양지뜸 골짝 다랭이 논
나락 잘 영글기를 빌었으리라
2010.9.23 추석 다음날 대덕구 갈전동 대청호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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