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까마귀(石烏) 창작글 모음

그 때, 그 시절, 그 모습, 그 목소리

돌까마귀 2022. 7. 30. 09:49

그리운 승리부대 사령부 전우들에게

 

 

옛날 우리의 선배 전우들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든가요? 군대는 짬빵순이라고...

허지만 우리 승리부대 사령부의 전우들은 짬빵순 만은 아니었죠. 힘든 내무반 생활과 항상 긴장속에 빠듯한 시간을 쪼개야 하는 상황실 근무를 하다 보면 군인으로서 목메이게 기다리든 식사시간 마저 놓쳐 버리고 할수없이 취사반장의 눈치를 보며 대형 가마솥의 누룽지라도 긇어 배를 채우면서도 서로를 다독여 주던 바로 그것, 사단사령부 근무자의 끗빨이자 자긍심이며 끈끈한 전우애였죠. 쏟아져 나온 월남병장때문에 T/O가 모자라 병장 계급장 달기가 하늘의 별따기라 진급심사라는 미명으로 치뤄야 하던 10km구보도 힘들었지만 즐거웠었고, 1년에 한번은 꼭 다녀와야 하는 유격훈련을 가기 위해 군장을 꾸리던 날 저녁의 PX 막걸리 맛, 그것도 사령부 PX만이 맛볼수 있는 걸쭉한 전배기 맛은 결코 잊을수 없지요. 그리고 간혹 무식한 면도 있었지만 정도 있었든 내무반 고참병(요셋말로 선임병)의 선착순 집합소리도 지금 돌이켜 보니 아련합니다.

 

전우여! 그대들은 아시는가?

30개월 이상의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명월리 생활이 우리가 어려운 사회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됐는지를...

자동화사격장에서의 PT체조도, 지휘부 똥깐 재고 정리작업 때의 진한 향기도,

무거운 눈꺼풀을 지탱할수 없어 연대 직통 전화박스에 들어가서 단잠을 즐기다가 상황장교의 호출에 깜짝 놀라서 깨어 나면 쥐가 난 양다리 때문에 걷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하던 그추억도 뒤돌아 보면 전우들의 젊음의 노트 속에서 힘들었지만 가장 값진. 가장 멋있는 시절이 아니었을까요?

 

간혹 개개인의 추억 속에는 한 맺힌 사연도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승리부대의 엘리트, 사단사령부의 전우였었지요.

다시 한번 그 때 그 시절이 돌아온다면 그리운 그 모습, 정겨운 그 목소리 듣고파서 달려가고 싶네요, 명월리로...

 

승리부대의 선후배 전우들이시여! 올 여름 휴가는 명월리가 어떠하신지?

40년전의 아련한 추억, 아니 고생담을 되새기며 함께 한 마나님과 아들. 딸, 며느리, 사위,손주 녀석들에게 "내가 이곳 승리부대 사령부에서 큰소리 뻥뻥치면서 국방의 의무를 성실하게 다 마쳤노라"고 푼수 한번 떨어보시지요               

 

단군기원 4340년(2007) 정월 스무여드렛날, 후배 전우의 전화를 받고 추억에 젖은 돌까마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