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표님에게
요즘도 더운 날씨에 여전히 산천을 해매시고 다니시나요?
그렇게 강산이 몇 번이나 변하도록 쉬는 날이면 빠짐없이 산과 들을 해매고 다니시니 뒷바라지를 하는 아주머니 생각도 하시어 가족과의 시간도 많이 가지시고 당신의 건강도 좀 챙기셔야지요.
당신의 소싯적 이력이야 잘 모르지만 최근 10여 년 동안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오늘 충고 아닌 부탁의 말씀 한번 해볼까 합니다.
당신께서 백두대간과 정맥 길을 비롯해 전국 유명산을 오르내리기가 몇 번 인데, 10여 년 전 부터는 한밭 벌을 둘러싸고 있는 산줄기에 미쳐 “대전둘레산길” 개척에 일조 하더니만 어느새 대전시 경계 길을 지나 충남도계길, 각 시,군 둘레 길도 모자라 유성, 세종 올레길, 연구단지 사이언스 길까지 섭렵하시다가 급기야 이제는 “바위구멍여행길(책이름)” 책까지 만드십니까?
산마루와 산허리, 골짜기 구석구석을 뒤지다가 끝내는 남의 묘지며 비석까지 살피고, 동네어귀며 물가도 모자라 남의 논밭도 넘나들다가,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 된 군사시설구역까지 찾아다니며 빗자루로 쓸고, 물로 닦고, 분필로 그리고, 카메라에 담고, 자(尺)질까지 하여 항상 챙겨 다니는 수첩에 꼼꼼히 기록하는 그 정성과 노력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여도 모자랄 줄은 잘 압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많은 세월동안, 출근을 하지 않는 날에는 무조건 길을 나서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느라 길바닥에 쏟아 부은 기름 값이 엄청 난 줄도 잘 압니다.
험한 산등성이의 바위 끝에 오르느라, 우거진 가시덩굴을 해치느라, 맨발로 물길 건너다 미끄러져 팔다리에 생긴 수많은 상처의 아픔도 잘 알고 주인 잘못 만나 고생 많은 애마와 신발의 하소연도 잘 압니다.
작은 체구에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산과 들을 헤매다가 길 잃고 고생한 것도 잘 알고, 가지고 간 먹을 것이 모자라 남의 집에 구걸하여 고픈 배를 채운 것도 잘 압니다.
마을 경로당이나 둥구나무 아래에서 쉬고 계신 어르신네들에게 전해오는 이야기 들으며 나눠 먹은 먹을거리 값도 수월찮은 줄 잘 압니다.
그렇게 힘들게 발품 팔고 경비 들여 수집한 귀한 자료를 밤늦도록 컴퓨터와 씨름하여 쓴 맛깔난 이야기를 여러 기관지며 매스컴에 연제하여 우리들의 눈을 호강시켜 주신 것도 잘 압니다.
그러나,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이제 전국 유일(?)의 “바위구멍여행가”로 명성도 그만큼 얻으셨는데 책까지 내 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좀 남겨 놓으셔야지 혼자서 다 해버리면 뒤 따라오는 사람들은 목표도 없이 그저 당신의 발뒤꿈치만 쫓아 다니란 말씀입니까?
제발 우리들도 다음 세대를 위해 뭔가 하나쯤 남길 기회를 주십시오.
혼자서 다 하시지 말고...
2014년 8월 8일 무더운 날, 돌까마귀(石烏) 이주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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