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2014년의 중복날,
한밭벌 서정리의 어느 '산꾼방' 앞에 땀에 젖은 세 사내가 나타나자 망을 보고 있던 녀석이 낮잠을 자다 벌떡 일어나 반가워 하는데, 그중 한 사내가 산꾼방의 주인인듯 "백구야" 하며 손까지 흔들며 등짐을 내리지만 녀석은 전혀 관심없이 다른 사내를 보고 오히려 펄쩍뛰기 까지 하며 좋아하니, 또 다른 한 사내도 "야 너 오늘 왜 그러냐"고 나무라지만 녀석은 전혀 개의치 않고 그 사내만 반가워 한다.
그 사내의 손에는 검은 봉지가 들려있고 사내가 봉지속의 무엇을 꺼내어 녀석의 밥그릇에 부어 주니 뒤도 돌아보지않고 개걸스럽게 침까지 흘리며 아구창 상하운동을 열심히 하는데 주인사내의 일갈이 "야! 임마!" 하며 녀석의 귓전을 때리지만 녀석은 한번 돌아보지도 않고 오로지 교반작업에만 열중이다.
주인은 녀석의 냉대에 섭섭하였는지 아니면 화가 났는지 장탄식을 내 뱉는데
"아이구 이새끼야, 니가 나한테 이럴수 있어?"
"얌마! 세상 그렇게 살지마라 임마!"
"인간 아니 견간의 도리를 지켜라 이새끼야"
"너 이새끼 내가 너 한테 어떻게 해 줬는데"하며 사설을 늘어 놓으니 우리 한번 들어보자.
비가오면 비 맞을세라 천막도 쳐주고
추우먼 얼어 죽을까봐 전기장판도 깔아주고
더우면 땀띠 날까봐 목욕도 시켜주고
배고플때 때 맞춰 밥도 챙겨주고
고지혈증 걸릴까봐 조석 산책도 같이하고
산에 가서 물린 진드기 맨손으로 잡아주고
니가 싼 대소변도 내손으로 치웠는데...
주인 사내의 사설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녀석은 전혀 관심없이 먹는 일만 계속하다가 주인도 제풀에 지친 듯
"에이 개새끼!"하고 소리치자 그제서야 녀석은 꼬리를 흔들며
"아이고! 주인어른 언제 오셨수?"
"에이 치사한 놈, 먹는것만 밝히고... 얌마! 세상 그렇게 살지마"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며..."
2014.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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