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까마귀의 77살 돐잔칫날 밤에 벌어진 사태로 요즘의 나라 꼴이 하도 말이 않되어, 은하수 네거리와 대전역 광장을 오가며 소리치기를 반복하다가, 오늘 아침 눈 뜨자마자 문창초등학교 앞 '대청호오백리길 안내센터' 유리창에 두 번째 대자보를 붙였다.
그리고 15년 전, 2009년 4월의 나로 다시 돌아 가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되돌아보며
2009년 4월은 내게 정신적으로 너무 잔인하다.
1979년 4월은 유신독재가 무너지고 서울의 봄이 오는가 하였었다
신군부 군화 발에 짓밟히고 최류탄에 쫓기면서도 목 놓아 외치던 군부독재타도는 민주산악회를 모태로 생겨난 민주화추진협의회에서 삶의 보람으로 이어졌었다.
광주의 잔인한 봄이 지나고 해마다의 봄은 계속 힘들었으나 1987년 봄까지 이어진 고난의 세월은 6.29 항복선언으로 보람도 있었었다
민추협의 와해 속에 치러진 87대선은 형님먼저, 아우먼저 양보가 아닌 욕심에 거덜나더니
삼당야합으로 이어받은 정권은 작은 대통령의 전횡과 외환위기로 무너지고,
세번의 낙선과 세번의 은퇴선언을 뒤집고 올라선 정권도 세 아들의 욕심이 망쳤고
돼지 저금통과 수도 이전 깃발을 들고 인터넷 세대를 사로잡은 상고출신 노동변호사, 국회의원 딱 한번에 5공 청문회에서 떠오른 스타. 잇따른 여러 선거에서 번번히 무너지드니 딱 한번의 도전으로 나랏님 자리에 올라선 그가, '한판 붙자는거냐'며 '대통령 못해 먹겠다'며 '시골 촌구석의 힘 없는 노인 가만 놔두라'며 소리치던 그가, '깨끗하고 흠집없이 임기를 마치겠다'던 그가, 2004년 탄핵을 극복하고 임기를 마친 그가, 재임 중의 가족 일에 대하여 홈페이지에 구차한 변명을 올려놓고 이 상황을 빠져 나가려 하는구나.
지난 2006년 늦가을, 그가 기자회견에서 내 뱉은 '군대가서 삼년 썩는다'는 말 한마디에 온 예비역과 현역은 물론, 백성들이 흔들릴 때, 조기까지 내 걸고 사무실 유리창에 써 붇혔든 글을 책장 속에서 꺼내어 다시 한번 되내새겨 본다.
미친자는 제 스스로 올바른 정신이라 하는데
뽑은 자는 배깔고 엎드려 잠만 뒤집어 자는구나
깨우친 자 목쉬고 성내어 사자 울음을 내는데
신선은 보고 들으며 가소롭다 꾸짓는다
병술년 보내는 해 회한가득 생각하니
미친놈 한마디에 하늘 땅이 놀랐구나
정해년 새해에는 민초들이 바라건데
어진 님 뽑아모셔 나라부강 태평하세
근 2개월 간 내 걸었던 조기를 내리며 "글쎄 지금 자리에 앉아계신 분은 어떨런지?"
2009년 4월 17일 다음 블러그에 올렸던 글인데 뒤 이어 자리에 오른 이명박, 박근혜 두 대통령도 옥살이를 하였고, 박근혜 탄핵 후 자리에 오른 문 대통령도 자식농사 잘못지어 걱정이 많으신데, 요즘의 나라꼴이 하도 말이 되지않아 되돌아보니
"군대 가서 3년 썩는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에 화가 많이 나서, 산악센터 유리창에 대자보를 써 붙여 놓고 울화가 치민 속을 삭였던 옛 일은 요즘 상황에 비하면 '鳥足之血'이라고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쓰며 오늘도 쓰린 속을 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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