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이전 대둘 산행 후기

웃고 즐기며 취나물에 취한 7구간 자율산행

돌까마귀 2025. 1. 20. 16:30

<2009년 5월 18일 다음블로그에 쓴 글>

 

봄가뭄에 매말랐던 대지가 촉촉히 젖은 5월의 셋째 일요일, 이틀 동안 내린 비가 아침에도 간간히 뿌리지만 일기예보를 믿고 급행2번에 오르니 하늘채와 사랑채 내외가 반겨주시고 봉산동 종점에 닿으니 청소부님이 기다리고 계신다.

속속 도착하는 버스마다 한 명 씩 내리시니 아우라지 공동대표님, 보스톤님, 올곧여나짱님이 오셨고, 9시를 막넘긴 시간에 날마다행복과 늘행복, 타샤, 정섭짱, 폴로님이 한꺼번에 내리시니 총 12명이다.

9시15분까지 서너대의 버스를 기다려 보다 날씨탓이련가 생각하고 안내판 앞으로 옮겨서 전체 인사와 기념촬영을 마치고 "대전둘레산길잇기 화이팅! 화이팅! 화이팅!"을 외치고 출발한다.

목마른 대지를 흠뻑적신 단비가 길섶의 풀과 나무가지에 알알이 맺혀있고 등산로는 쾌적이니 발걸음은 가볍고

하늘은 흐렸으나 비는 완전히 그쳐 5월의 푸르른 숲의 향기는 가슴 속까지 파고드니 기분은 유쾌! 상쾌! 통쾌!

가파른 들머리 오르막에서 서늘한 날씨에도 땀을 흘리니 마루금에 올라서기 바쁘게 너도나도 윗옷을 벗어 젖힌다.

편안한 능선길과 임도에서 발걸음도 가볍게 콧노래도 흥얼거리다 보니 어느새 오봉산 정상

약간은 뿌옇지만 확트인 조망을 즐기며 물도 한모금 마시고 길을 나서 금새 구룡고개를 지나니 속도가 무지 빠른데

마라톤으로 단련된 보스톤님의 뒤를 따라오는 폴로님은 사진 솜씨가 프로급으로 오늘도 좋은 사진이 많을것 같다.

염소농장 철책길이 조금은 미끄러웠지만 아까시꽃이 잔뜩 깔린길은 말 그대로 꽃길이고 습도는 높으나 솔솔 불어오는 5월의 춘풍에 더운줄 모르고 촉촉한 산길을 걷다보니 보덕봉도 한달음에 닿았다.  

투박한 몸매의 정섭짱님 후프솜씨도 수준급인데 몸짱 여나짱의 솜씨는 물어 뭘하랴?

평상에 펼친 주유소에서 막걸리 한 잔을 곁드린 먹을거리로 기력을 보충하고 나서는데 하늘은 안개로 온산을 감싼다 

등산로 주변에 널린 장록 순이며 취나물, 고사리 채취에 발걸음이 조금은 더디지만 용바위 고개에 오르니 시간은 11시40분, 조금은 이른 점심상을 차리려고 장소를 물색하나 바람결이 거세어 포기하고 시경계 갈림봉 옥당봉으로 향한다.

 

온천지가 안개 속에 묻혀있고 기온은 초겨울 날씨 찬밥에 얼음냉수는 뒷전이고 따뜻한 라면이 인기톱! 청소부님이 준비한 라면 5개가 동이났고, 타샤님이 표주박 잔으로 쐬주 한잔 마시며 추위를 이기려고 애를 쓴다. 산상 오찬을 마치고 모두가 목청 높혀 돌까와 함께 주제곡 "산사람"을 합창해 보지만 오늘따라 화음이 전혀 맞지 않는다.

금병산 지나 노루봉까지의 능선길은 쾌적하고 안개도 서서히 걷히니 이제부터 마의구간 ADD철책길, 급경사 내리막에서 로프를 잡고 애를 써봐도 엉덩방아를 찧고 손은 흙 투성인데 철책 옆에 지천으로 깔린 취나물 뜯기에 정신팔린 횐님들은 산행 나온 자체를 잊어버린체 너도나도 뜯고, 향기에 취하고, 또 취하여 헛웃음을 웃으며 반 미쳐도 보고, 대광사 미륵불님 뵈러 내려가는 길에서 기다리는 선두 아우라지님의 독촉에도 아랑곳 없이 뜯고 또 뜯고, 하늘채도 뜯고, 사랑채도 뜯고, 날행복도 뜯고, 늘행복도 뜯고, 정섭짱도 뜯고, 청소부도 뜯고, 타샤도 뜯고, 돌까는 뜯어서 빼았기고 결국은 아우라지 대표님도 뜯고 보스톤님도 뜯는다. 아이구! 취 향기에 취해 드디어 돌까는 미쳐간다 ㅎㅎㅎ

 

대광사 미륵불 앞에서 지난번 시경계 2구간 참가팀은 오솔길따라 좌측으로, 대둘 7구간 첫 참가팀은 우측으로 내려가 관자재암에 들러 유래비를 살펴본 뒤 임도에서 만나 마지막 주유소를 차려 기력을 충전하니 시간은 4시가 가까워 온다.

ADD후문을 지나 임도에서 다시 내리막 철책 길을 지나 배수구 골짜기에서 물길따라 두만리로 내려서니 횐님들은 또 돌리냐고 아우성이지만 눈앞에 펼쳐진 갈대밭에서 할말을 잊고 사진찍기에 바쁘시다.

조치원 국도를 가로질러 대전당진고속도로 북유성 톨게이트로 오르다가 진흙탕에 빠진 돌까의 몰골은 처참하지만, 서서히 걷혀가는 구름 사이로 태양은 빛나고 무사히 산행을 마친 횐님들 얼굴에는 웃음 꽃이 활짝 피었다.

북유성IC는 완성되지 않은체 전체노선을 개통한다는 소식도 들었지만 현장은 일요일에도 공사중인데, 여수비탈산 절개지옆 배수로를 따라 내려오니 산곡천의 징검다리가 어제 내린 비로 물에 잠겼다. 정섭짱의 희생정신으로 징검다리를 복구하여 물을 건너지만 연약한 사랑채와 타샤님의 발이 젖었으나 109번 버스를 타고 몰려간 유성토종순대마을의 머리고기와 취나물의 찰떡궁합에 아줌마부대의 먹성은 그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