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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걸이 떡과 시보 턱

돌까마귀 2022. 7. 16. 08:32

옛날, 요즘의 초등학교 역할을 하던 서당(書堂)에서 학동(學童)이 천자문(千字文)이나 동몽선습(童蒙先習), 소학(小學) 등 책을 다 떼면 학동의 집에서 ‘책걸이떡’을 머슴 지게에 지우고 지게 목발에는 술병을 달아 서당으로 보내, 동문수학(同門受學)한 학동들과 훈장이 나눠 먹는 아름다운 풍습이 있었다.

 

‘책걸이떡’은 모양이 좀 별난데 요즈음 시중에서 팔리는 반달 모양의 ‘바람떡’이 바로 ‘책걸이떡’이다. 

사람은 궁량(窮量)이 넓어야지 속이 꽉 막히면 안된다는 뜻으로 반달 모양의 속이 빈 ‘책걸이떡’을 만들었었다.

 

책을 다 뗀 학동은 훈장의 종합테스트를 통과하면 그 책에 끈을 꽤어 서당기둥에 걸어놓고, 같이 배운 학동들과 스승이 함께 책걸이떡을 나눠 먹었으니 지금 돌이켜 보아도 아주 아름다운 풍습이라 생각된다.

 

오늘 인터넷신문에 "시보떡"이 문제라는 글이 올라와 있어 살펴보니 "참 세상 많이 변했구나" 싶다.

 

"시보"란 공무원 임용후보자가 정식 공무원 임용 전에 일정 기간 거치게 되는 수습공무원 신분을 뜻한다는데 보통 6개월에서 1년 동안 시보 딱지를 달고 일한다고 한다.

시보 기간이 끝나고 임용이 결정되면 그동안 근무하면서 조언도 해주고 질책도 해주어 앞으로의 공무원 생활에 가르침을 주었던 부서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돌리는 게 ‘시보 떡’으로, 최근엔 마카롱, 커피, 피자, 호두과자 등을 돌리기도하여 "시보 턱"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 "시보떡"이 수습공무원인 시보들에겐 많이 성가시는 모양이다.

한 부서 50명 정도에게 돌리려면 많게는 50만원까지 비용이 발생하니 부담이 되고, 내용이 시원찮으면 뒷담화가 두려워 임용을 앞둔 시보는 고민이 많은 모양이다.

 

글쎄! 요즘세상에 배고프거나 형편이 어려워 후배가 주는 "시보턱"을 더 좋은것으로 받고 싶은 선배가 있겠냐마는 "시보턱"이 부담스럽다는 "임용이 확정된 시보"들의 마음속이 "꼰데" 세대의 늙은 까마귀는 세상이 너무 삭막해지는것 같아 안쓰럽다.

 

20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