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나 필연이었다
대전의 산을 좋아 했기에
그와 나 우연이었다
대전의 길을 좋아 했기에
그와 나 인연이었다
대전의 옛것을 좋아 했기에
그와 나 당연이었다
대전의 사람을 좋아 했기에
그와 나의 만남은 산길에서 시작 되었다,
혼자서 혹은 둘이서 지도 한장들고 대전의 산과 들을 쏘다니다가
때지어 대전의 산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다기에 쫓아가 보았더니 그곳에 그가 있었다.
대전둘레산길잇기- 그가 만들었단다 "대전의 산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 주려고...
좋았다, 신선했다
몇달 뒤 어느 봄날 산길에서 다시 만난 그의 얼굴에는 흰 털이 덮혀 있었다.
해어지기 아쉬워 봄꽃이 활짝핀 담배공장으로 옮겨 술잔을 기울였다
환경을 논하였고 대운하를 논하였고 문화를 논하였다.
몇달 뒤 어느 여름날 거리에서 만난 그는 멋진 뒤태를 보여주는 노신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대전의 뒷골목을 누비며 사라져 가는 것들을 아쉬워 하기도 하였고
사라진 옛길을 찾아 산과 들을 누비기도 하였다
흔하디 흔한 손전화도 없이 그렇게 그는 내 옆에 있었다.
2011. 12. 4.
김선건 충남대학교 교수의 정년기념 문집(2012.1.20 발행)에 올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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