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아침 잠자리에서 하릴없이 일어나
자리끼 한모금 들이키고 창밖을 내다 보니
빠알간 뒷집 지붕위로 새벽하늘이 습하다
식장산에 걸려있을 초승달도 보이지 않고
보문산에 걸려야 할 샛별도 간곳 없고
가는골의 첫닭 울음도 습기 젖어 눅눅하나
가득함을 비우고난 아랫배의 편안함에
허리춤 추스리고 양팔 벌려 큰호흡 하니
가슴 깊이 구석구석 개운함이 젖어든다
등산화끈 조여메고 봇짐을 메고나니
나설걸음 어드멘가 이리저리 살피다가
애에라 나도몰라 소라티로 올라선다
음기 가득찬 새벽산길 홀로걷기 적막하나
행여나 뒤 쫓아올 님 생각에 볼 붉히고
혼자걷는 산길구비 기다림이 넉넉하다
약수터 물줄기는 겨울가뭄 탓이련가
쪼르르 똑 쪼르르 똑 애간장을 태우건만
님 기다림 시간보단 애달픔이 덜하구나
동쪽하늘 밝아오고 발자욱소리 부산한데
기다리는 님 발소리 어느때나 들릴려나
흩 뿌려 떨어지는 겨울비가 미웁고나
2008.12.4
겨울비 내리는 이른아침에
보문산 자락 명수천약수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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