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까마귀(石烏) 창작글 모음

삶, 애원, 생명이라는 것

돌까마귀 2022. 7. 17. 14:30

무릇 모든 섭생이 이땅에 태어 날때

저마다 가지고 태어난 가치가 있으니

조물주로부터 받은

땅을 딛고

하늘을 이고

바람을쐬고

물을 마시고

빛을 쪼일 권리이리라

 

 

내 다리를 갖고도

두다리로 걷는 사람들이

길섶에 핀 꽃들이

벌 나비에게 나눔을 배푸는 뜻을 알랴마는

        

그래도 사는동안 남의눈물 닦어주며

상은 못줄지라도

벌은 주지않는 푸근한 호박부침같은

그런 삶을 살레라

 

작은 몸땡이 빨려서 껍질만 남드라도...

 

 

애원

오뉴월 땡양지에서 삶을 향한 갈구든가

 

아니면

질긴 생명을 끊지 못한 애원이든가

넝쿨은 오늘도 잡어줄 가지를 향해 손을 내민다

           

그 끝에 빠알간 꽃을 피워서

벌과 나비들에게

질긴 삶의 건더기인 단물을 나눠 주려고

 

아니면

길가 풀섶에 숨어

꺽어 대려가 줄 손길 기다릴려고

 

그도 아니면    

태어난 고귀한 삶  붉게 담금질하여

푸른하늘 저 멀리 날려 보내어

돌아오지 않는 그님에게 애원 하려고

 

 

생명이라는 것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도 애타게

척박한 삶을 끈질기게 이어 가기위해 손을 내밀게 하는가

 

바위를 붙잡고 철사줄에도 매달리며

때로는 땅을 뚫기도하고 남의 몸통도 끌어 안으며

못다한 질긴 삶을 이어 가야 하는가

 

주인없는 빈집의 먼지 쌓인 밥그릇은

초복을 앞두고 생명의 끈 놓기 싫어 떠나간

돌아올 기미 전혀없는 님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래도  

흙으로 돌아가면

길섶 언덕위의 아담한 집 속에서

강아지풀 벗삼아 예기하며

빨간 산딸기는 군것질하고

불에 덴 소나무는 보듬어 주리라

 

비록 미물로 나마 다시 돌아올 길 없드라도...

 

 

2008.7.17

제헌 육십주년 무척 더운날

아렛피골-성황당고개-당산고개-찬샘고개-말뫼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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