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이전 시경계 산행 후기

5구간 두계천에서 우명교까지 봄빛 들길의 잔설을 밟으며

돌까마귀 2024. 2. 6. 18:09

2월의 마지막 날 새벽에 먼 길을 떠나가신 큰이모님도 뵐겸 길을 나섰지만 09:25 서부터미널발 우명동행 24번을 타려고 나섰는데 환승시간이 늦어 놓쳤다.

조동교를 들머리로 하고 두계철교로 나오려던 계획을 수정하여 역방향 진행을 위해 급행1번을 타고 가수원에서 202번으로 환승하여 논산국도 엉고개를 넘어 나무골 입구에 내린다.

 

논산국도 지하통로를 지나니 나무골 마을 뒤로 위왕산이 안개 속에 묻혀있고

 

응달의 양철지붕 위 잔설은 녹아 고드럼이 맺혔다.

 

갑천 상류 두계천 지류 실개천 양지쪽엔 벌써 봄이 와 있고 

 

호남고속도로 교각 아래로 계룡시 금암지구 아파트에도 봄 햇살이 가득하다.

 

두계 철교 뒤로 우뚝 솟은 위왕산은 안개 속에 묻혀있고 

 

상류 쪽 무도리 뒷산(163m)은 두계천에 목을 박고 봄기운을 빨아 들인다. 

 

계룡휴게소 뒤켠의 실버들도 서서히 물이 오르는 듯하고 

 

좌측 대전 서구 원정동 무도리와 우측 계룡시 두마면 왕대리를 가르는 두계천 물빛도 봄이 완연하다. 

 

무도리와 윗말을 잇는 보에 갖힌 물길은 평온하고

 

보 위에서 뒤 돌아 본 위왕산의 절벽은 안개속에 묻혀있다.

 

보에 갇힌 물줄기가 수문을 통해 흘러내릴 때는 한 없이 맑아 보이드니

 

계룡수질환경사업소 뒤 여울에는 흰 기포가 떠있다.

 

물길을 건널 수 없어 되돌아 보를 넘어 계룡시수질환경사업소 뒤편에 닿아 하류를 보니

 

하얀 부유물은 하천 전체를 덮어있고 착잡한 마음으로 계룡IC를 지나 우명동을 향한다.

 

우명동 방향 고속도로 굴다리 옆에서 지난 5차산행 때 걸은 표시기를 만나 새 표시기를 나란히 걸어놓고 

 

굴다리를 빠져나오니 실개천을 흐르는 물이 보를 타고 넘는데 봄은 역시나 이곳에도 와 있다.

 

겨우네 움추렸든 보리싹도 봄을 알리고 

 

실개천을 따라가는 시경계길 위에는 마지막 얇은 숨결을 이어가는 잔설이 가는 겨울을 아쉬워 한다.

 

들길 물길이 끝나고 비탈길을 오르니 낮은 구릉이 산행 맛을 더해 주는데,

 

반가운 시그널들은 능선길을 고집하지만 지적도상의 대전 땅은 비탈길이 분명하여

 

되돌아 자손이 무심한 묘지를 지나 정확한 시경계선 비탈을 타고 올라

 

무명봉에서 반가운 시그널을 만나니 흥에겨운 발자욱에 노래가락이 흐드러진다.

 

응달인가? 나침반을 꺼내보니 분명 양달인데 잔설은 묘지를 덮고있고 

 

아스라한 옛자취 따라 시경계길은 아득한가? 

 

무명봉에서의 판단 착오는 까마귀 갈길을 비틀어 놓고 

 

넓은 가족묘지를 지나니 

 

고로쇠 수액이 목 축이라고 유혹한다. 

 

뿌리친 유혹이 효과를 발휘하였는지 까마귀 날개 길을 인도하여  24번 버스 우명동 종점에 닿으니

 

구렁고개로 나가면 논산시 벌곡면 조동리를 지나 우명교 "기적소리"가 들리겠지만 

 

안터마을을 뒤돌아 오르는 능선길엔 레미콘공장 타정소리만 덜그럭 거린다.

 

대고개마을에서 모래날마을로 넘나들던 고개길에서 뒤 돌아서 보고

 

154,000볼트 송전탑 아래를 지나 

 

안터말 대밭골을 돌아서는데 

 

늙디늙은 느티나무는 말없이 나그네를 내 쫒는다.

 

뒤돌아 보고 또 뒤돌아 보며 안터말과 아쉬운 이별을 하니

 

그 옛날 또랑가 우물터의 낡은 함석지붕이 길손의 발걸음을 잡고 쉬었다 가라한다.

 

낡은 새마을사업 시멘트길을 지나 최근에 닦은 길 석축 위 나무가지 묵은 표지기 옆에 새 표지기를 나란히 거니

 

새여울의 물은 마른듯 만듯 하고 간혹 들리는 봄이오는 소리에 뒤 돌아 본 안터말이 고요속에 잠 들어있다.

 

동구 밖 느티나무 가지에도 봄의 입김이 허연 구름으로 묻어있고

 

큰길 가 마을보호수느티나무는 지나가는 길손을 부여잡지 않으니

 

애 꿎은 전임대장이 잘못하여 그렇다고 나 홀로 생각해 본다.

 

믿거나 말거나 약 9 km를 3시간 반 동안 놀며 쉬며 다니다 오후 3시10분 우명교 종점에 닿았다.

 

<2009-03-05 09:15:32 다음블러그에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