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제:2010.11.23(화)
어디로:세천양조장-세천터널-대전시계-마달령-증약-마달령-마달터널-회남길 삼거리
누구와:나홀로
얼마나:너무 많이 뺑뺑이 돌아서 거리 계산은 할수없고 5시간 20분 동안 구석 구석을 뒤지며 널널하게
607번에 올라 날개를 접고 세천동에 내려 시경계 산행길에 항상 들리는 흥덕수퍼앞 느티나무 노천카페를 살펴보고
세천 저수지에서 쇠정골을 거쳐 흘러 내려온 주원천 다리 위에서 철탑 능선 안부 바로밑에 자리잡은 세천터널을 찾아
세천양조장이라 불리는 동일양조장 앞을 지난다.
골목 끝 철로 옹벽 아래서 좌측으로 접어들면 정면으로 코레일의 전기분소가 보이고
좌측으로는 세천 장계울마을 뒤로 저멀리 계족산성이 손짓한다.
세천역쪽을 돌아보며 세천고개를 넘어가는 국도 4호선을 뒤로하고 전기분소 앞을 지나가면
현 경부선 철길의 증약터널이 두 입을 벌리고 연신 열차를 삼켯다 벹었다를 반복하는데
수명을 다한 콘크리트 침목은 불용품 신세가 되어 천덕을 받고있다.
옛 철도자갈 채취장 들머리, 바위 절벽위의 멋스러운 소나무를 뒤로 하고 국궁장과 테니스장으로 변모한 채석장을 지나
옛 철길의 자취를 따라 가는 길섶에는 시멘트와 목재의 복합 쌍전주도 정년퇴임을 한뒤 궁사들을 만나는 재미로 노년을 보낸다.
채소밭으로 변한 옛 철길에는 목없는 상반신 마네킹이 길손을 반겨주고 철마가 달리든 그 길 위에는 낙옆이 딩굴며 바스락 거리는데
가을겆이가 끝난 밭 한 귀퉁이 말 없는 말 안장에 앉아 쌍권총을 뽑아든 카우보이가 돌까마귀를 위협한다.
밭 고랑 사이로 나있는 원세천 마을에서 올라오는 오솔길을 지나니
지난번 왔을때 그렇게도 멋지던 단풍이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 사이로 비치는 초겨울 아침 햇살이 100년이 넘은 터널입구를 비춰준다.
초대 주한 일본공사 미우라가 썼다는 석재 현판은 왜 또 왔냐고 묻지만 터널위로 올라서니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천정은 무너져 내렸고 되돌아본 옛 철길 위에는 초겨울 상오의 적막이 간간이 들리는 기차소리에 부서진다.
조금은 가파른 오르막에 매달리며 능선에 올라서니
SK저유소의 담장이 쳐저있고
담장을 따라 급경사를 내려서니 반대편 터널입구가 자리잡고 있는데
SK저유소의 폐기물 매립장이 되어 주변이 엉망이다.
저유소 정문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전혀 출입을 할수 없는 후문 밖 골짜기의 상당부분이 송유관이 매립된 70년대 초 부터 30여년 간 오염되다가 2000년대에 들어 정리를 하고 흙을 덮어 이 정도로 나마 되었단다.
저유 탱크 도색작업에 열중인 도장공은 일손을 멈추고 사진을 찍어대는 돌까마귀에게 의아한 눈초리를 보내는데
되돌아 오르는 길은 두 다리 힘에 부치어 날개짓 까지 하며 악을 쓰다가
능선에서 잠시 숨돌리고 175봉에 오르니 거의 평지와 다름없는 멋진 공간에 몇기의 묘지가 잠자고 있다.
동쪽 담장 너머로는 저멀리 고리산 마루금이 보이고
북쪽으로 뻗어 내려간 철조망 위로는 회남길 주변의 마을들이 점점히 박혀있다.
서북쪽 능선은 오리골 삼거리를 향해 완만하게 뻗어 가고 벌목을 마친 서남쪽 기슭은 조망이 아주 좋으니
엉덩이를 깔고 앉아 막걸리잔 기울이며 잠시 신선놀음에 빠져 본다.
남릉을 타고 시경계 264 전위봉에 오르니 十자형 진지가 파져있고 사방은 또한번의 멋진 경관을 보여주니...
시장끼도 면할 겸 자리를 펴고 앉아 또 한번의 신선놀음에 빠진다.
세천 역사도 줌으로 당겨보고 옅은 취기에 시경계봉을 향하다가 낙옆에 미끄럼 타며 카메라도 놓치니
10여분의 수색작업 끝에 신상동 대청호반 토끼봉에서 건진다.
내리막 길에 콧노래 부르며 마달령에 당도하니 건너편 시경계길은 정오의 햇살아래 잠들어 있고 골짜기 밭고랑은 배추 씨레기에 덮여있다.
중앙분리대를 넘지 못하고 횡단보도가 있는 증약쪽으로 조금 내려서면
향수의 고향 옥천군 조형물이 서있는 어린이 수양관 입구인데
가을은 아직 이곳에 미련을 남겨 두었다.
오래된 파고라와 반월교는 마른 덤불에 묻혀 있지만
근년에 지은 수양관 건물은 깔끔하고
충청북도 마스코트 고드미도 새옷을 갈아 입었다.
내친 김에 증약 막걸리도 챙길 겸 조금 더 내려 가니
굴다리의 담쟁이 넝쿨은 벌거숭이가 되었고
이제껏 참아온 구름과자 하나 먹는동안에 무궁화, 새마을, KTX 열차가 번갈아 내달린다.
베낭속에 막걸리 두병 챙겨 넣고 뒤돌아 올라서니 그옛날 쌓아올린 석축과 옹벽이 100년을 넘기며 철길을 지탱하고
말개미 마을로 올라 가는길과
되돌아본 증약 마을은 한낮의 햇볕을 받아 따스하다.
국도4호선 옥천길에 올라서서 증약 정류장의 느티나무와 작별하고
다시 철길옆 도랑을 타고 마달터널을 찾아 오르는데 증약터널을 향해 뛰어드는 KTX 열차와
빠져 나오는 화물열차의 기적소리가 까마귀 귓전을 때린다.
처참한 주검을 피해
도랑에 내려서니
90년대 말까지 청원경찰이 주둔하며 보초서든 막사가 마른 넝쿨에 덮여 을씨년 스럽고
단풍나뭇잎은 마지막 정열을 보라색으로 태운다.
놓아 기르는 장닭이 불청객을 보고 자지러 지고
무관심한 염소들이 있는곳이 아무레도 터널입구로 짐작 된다.
경작지로 변한 옛 철길 흔적을 둘러보고
옥천군 조형물 건너편 국도변에 올라서니
조금 전 지나 온 경부선 철길이 발밑에 있다.
서울에서 출발하여 서해안을 돌아 대구로 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바이크 청년을 만나
잠시 예기를 나누며 대청호 자랑을 해본다.
마달령 시경계 못미쳐
오른쪽의 묘지 능선에 올라서
늦은 점심을 챙긴뒤 따스한 양지에서 오수를 즐기니 세번째 신선놀음이라
다시 마달령을 내려서는 발걸음은 증약 막걸리에 취해 흔들거린다.
이제 부터는 내가 살고있는 대전땅
옛 철길 마달 터널 입구의 세우젓 드럼통도
낙옆 떨어진 늙은 팽나무도 모두가 반가운데
쌩쌩 거리며 내달리는 차들이 싫어 우측 골짜기 길을 택한것은 결코 취기 때문 만은 아니리라.
하오의 햇살을 받은 골짜기 마을을 시경계 마루금이 아늑하게 끌어 안고
얕은 실개천은 흘러내려 대청호에 뛰어드니
그 많던 개구리도 겨울잠에 빠졌으리라.
조각공원이 있던곳은 배추밭으로 바뀌었고
행여나 김장 무가 동해를 입을까 촌로의 손길은 바쁜데
회남길 삼거리 새마을 헌수공원의 면장님 공덕비는 잘가라 손짓하니
4개의 구멍찾기 두번째 발걸음이 1개는 결국 찾지 못하고 3개만 찾은체로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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