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답사와 추억여행

구 경부선 철길 세천터널과 마달터널을 찾아서

돌까마귀 2022. 7. 30. 11:39

언   제:2010.10.30(토)

어디로:충북 옥천군 군북면 증약-마달령-제1터널-SK저유소-원새천-제2터널-옛 채석장(국궁장)-새천양조장

얼마나:약 5km를 2시간 동안

누구와:왕눈이와 함께

 

지난 6월 말 쯤 바깥아감에서 안아감으로 들어가 시경계를 넘어 비야골로 내려서서 72번 버스를 기다리다 지쳐 감로마을을 지나 증약까지 나온일이 있다.

그때 증약 마을 동네수퍼에서 맥주로 목을 축일 때 촌로 한분과 예기를 나누다 우연히 토굴 새우젓 예기로 넘어가니 이곳에도 새우젓을 보관하는 굴이 있다는 예기를 듣고 낙옆이 지기를 손꼽아 기다리다 오늘에야 길을 나선다.

 

607번 옥천행 버스를 타고 증약정류장에 내려 굴다리를 지나서 있는 군북양조장에서 증약막걸리 2병을 베낭에 챙겨넣고 동네수퍼에 가서 물어보니 그 노인네가 지금은 정신이 오락가락하여 변변한 답변을 못들을 거란다.

난감한 마음으로 되돌아서 방아재 분수령에서 시작된 물길이 고리산과 시경계능선 사이 골짜기를 타고 흘러 내려와 경부선 증약철교 밑을 지나 이백리로 빠져 나가는 개울의 없어진 다리 청석교(충북 유형문화재 121호)앞에서 지형을 살피니

분명 오래된 철교 교각 높이에 비추어 볼때 상류쪽에 터널 입구가 있으리라는 확신이 생겨 철길을 따라 마달령 쪽으로 거슬러 오른다.

10여년전까지 청원경찰이 터널입구를 지키던 초소옆 골짜기를 타고 개 사육장을 지나니 지금은 밭으로 사용하는 평평한 철길모양의 땅이 이어져 오다 작은 개천을 건너면서 갑자기 높아지며 없어지니 분명 이쯤 어디에 터널입구가 있으리라 확신의 점을 찍고 국도4호선 옥천길을 따라 마달령을 넘어선다.

길가의 노란 국화꽃밭이 끝나는 지점 우측으로

인위적으로 판것이 분명한 골짜기가 있어 내려다 보니 터널 입구가 눈에 확 들어 오는데

얼른 도로를 벗어나 선로는 없어진 철길을 따라 들어가니 포탄 자국이 선명한 터널이 입을 떡 벌리고 돌까마귀를 반겨준다.

암반을 깨어 터널을 뚫고 하부는 다듬은 돌로, 상부는 붉은 벽돌로 마감처리를 하여 아주 견고하게 생겼는데

한국전쟁의 상흔은 깊게 파여있고 전기까지 끌어다 쓰며 새우젓 보관장소로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소금기 탓인가? 아니면 1905년 1월에 개통되어 지금까지 100여년이 흐른 세월의 탓인가?  천정의 백태현상이 아주 심하고

바위산을 깍아내느라 그때의 기술력과 장비로 무척 난공사 였을듯 한데 

뒤돌아본 터널밖의 모습은 잘생긴 나무와 함께 가슴깊이 파고 든다. 

되돌아 나와 옥천길에 올라서니 주말을 맞아 나들이 나갔던 차량들이 쉴새없이 마달령을 넘어 내리막을 내달리고 인도가 없어 길어깨를 걷는 우리 두사람의 발걸음을 오금 저리게 하는데 SK저유소를 향하며 휘돌아 들던 철길 흔적은 4번국도 옥천길에 묻혀 버렸다. 

저유소 정문 경비아저씨께 방문 목적을 설명하여도 자기는 알지 못하고 터널입구도 없다며 요지부동이라 월요일 담당자(저유담당과장 윤광열 273-6051~3)가 출근하면 허락을 받아 터널 입구를 찾아보라 한다.

무거운 발길을 되돌려 옥천길을 걸어 내려와 원새천 마을에 들어서니 촌로가 친절히 올라가는 길을 일러주어 쉽게 들머리를 찾아 오르니 석양을 받은 축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엄청 큰 석재 만큼이나 감회가 새롭다.

결코 가파르지 않은 오르막을 올라서니

지금은 골재채취가 끝난 철도 자갈채취장에서 이어진 옛 철길은 자동차도 다닌 흔적이 완연하고 한켠으로 각종농사를 짓고있다.

100여m쯤 더 나가자 100년이 넘은 터널입구가 석양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고 

터널 위의 돌 현판은 멋진 글씨로 음각되어 있는데 그 뜻과 글씨를 쓴사람이 누군지 밝혀지면 좋겠다.  

이곳도 어느 개인이 창고로 사용한 흔적이 보이고 입구의 잡초 상태로 보아 최근에는 사용하지 않은듯 한데 

뒤돌아서 차 바퀴 흔적을 좇아 채석장으로 나오니 밭고랑의 마네킹 허수아비가 이채롭다. 

그 옛날 전국에 철도자갈을 공급하던 채석장은 궁도장으로 변하여 저녁 햇살에 물들었고 

궁사들이 힘껏 활시위를 당기니 옛 경부선 철길이 철도채석장으로 바뀌었다가 또 다시 대전광역시궁도연맹의 국궁장이 되었으니  

안영동 뿌리공원 뒤 안영1터널 위의 국궁장과 같이 활쏘기는 터널과 인연이 깊은가 보다.

세천양조장 아래 느티나무 평상에 자리를 잡고 군계란 안주에 막걸리 한잔으로 피로를 푸니 

서산을 넘어가는 저녁해가 수고 많았다고 격려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