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힘든 여정이었다. 이렇게 고사리 손들이 추운 겨울만 빼고 자주 찾아와서
함께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든 그 모습이 없어 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현장을 확인하니
생각없는 인사들이 작당을 하여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아내고" 그자리를 차지하도록 하였다.
해마다 열리는 "3.16인동시장만세운동재현행사" 안내장에 쓰여 있는 모습 그대로 자리를 지키던 만세운동 조형물이
"'평화의 소녀상'과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성금을 낸 사람들의 명단"에게 자리를 내주고 쫓겨났다.
이의를 제기하고, 변명을 듣고, 원위치 하라고 하고, 기다렸지만 하~ 세월, 단체 이름으로 청원서를 보내고
답변을 받으니 11월에 착수하여 12월에 설치를 완료하겠단다.
11월이 다 지나가도 착수할 기미가 없어, 하는수 없이 12월 2일 수요 1인시위를 시작하자
30분이 안되어 동구청 담당팀장이 달려 왔으나 변명만 주구장창이다. 한시간 동안의 1인시위를 끝내고 돌아오니
동구청이 보낸 특사가 찾어왔다, 다시 약속을 받았다, 기다렸다. 며칠 후 철거한 조형물을 찾었단다, 반가웠다.
그러나 또 한달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확인 해 보니 예산타령이다.
해가 바뀌어 2021년이 되기 전에 12월 23일 다시 1인시위를 시작한다.
소녀상도, 나도, 노동자상도 많이 춥다!
한파주의보 속에 한시간 동안 혼자 떠들다 돌아 왔다.
약발이 박혔나? 연락이 왔다, 2020년이 가기전에 만나자한다. 암! 만나야지, 그리고 바로 잡아야지
2020년 12월 29일 관계자들이 모였다. 요구하고, 변명하고, 다시 한단계 낮춰서 요구하고, 수용하고
해가 바뀌어 1월이 중순을 넘었다. 합의한 대로 기다려도 또 소식이 없다. 다시 수요1인시위를 시작하려는데...
1월 25일 연락이 왔다. 내일 설치를 한단다. 시내 볼일을 마치고 돌아 오는길에 둘러 봤다.
그러나 겨울비가 내려 하루가 또 뒤로 밀렸다.
2021년 1월 27일 드디어 돌아 온단다. 비록 조금 왼쪽으로 비켜선 자리지만
매주 수요일에 나서는 한밭언저리길 탐방을 마치고 돌아와 부리나케 달려가 보니
그동안의 떠돌이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누더기 옷을 입고 돌아와 있었다.
그래도 반가왔다. 봄날이 오면 새옷으로 갈아 입을 것이다.
1월 30일 궁금해서 또 가보니
앞에 번듯한 의자가 하나 놓여 오가는 행인들이 쉬도록 해 놓았고
소녀상과 노동자상 앞에도 울타리를 쳐 보행자의 충돌을 방지했다.
내가 홰손한 건립추진위원 명판도 다시 만들어 달었다.
그래! 고생했다. 떠돌이 생활을 한 조형물도, 1인시위를 한 나도
그래! 옳은 말이다. 나는 죽었지만, 나라는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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