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5월 27일 다음블로그에 쓴 글>
한낮의 기온이 30도가 넘겠다는 일기예보가 소양호 자락의 산을 찾아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경부-중부-영동-중앙고속도로를 두루 거쳐온 버스가 '호반의 도시 춘천'을 지나 소양강을 건너 양구, 인제로 뻗은 46번 국도를 타고 배후령에 닿으니 오전 11시 반, 들머리 안내판 옆을 지나 가파른 오르막을 10여 분 오른다.
앞서가는 많은 산꾼들의 뒤를 따라 725봉에 오르니 남으로 뻗은 능선은 경운산으로 이름이 바뀐 마적산(794m)가는 길이고
동북으로 뻗은 능선은 오봉산으로 이름이 바뀐 청평산(785m)가는 길이다. 잘록한 배치고개 옆으로 부용산(882m)도 보이고
100m쯤 나가니 715봉 정상 소나무 가지 아래로 보이는 소양호도 가뭄 탓인가 물이 많이 빠졌다.
이제부터 아기자기한 바위길이 시작되니 685,670,725,740,779봉이 오봉산까지 1.5km의 능선에 줄줄이 이어지고
좌측으로 용화산 매봉산 줄기가 파로호로 빠져들고 양구에서 뻗어온 46번 국도가 배후령을 향해 오르막을 오른다
685봉을 넘어 허공에 걸린 좁고 짧은 다리를 건너니 칼날바위 능선길은 100m 마다 오르락 내리락하고
670봉 아래의 큰 바위에 올라서니 눈 앞에 725m의 청솔바위가 어서오라 손짓하는데
올라 설 수 없는 바위 위의 소나무도 볼거리지만 청솔바위라 이름짓고 표석까지 세운 정성이 놀랍다.
740봉 소나무 아래의 진혼비는 다시한번 안전산행의 중요성을 일께워 주고
779봉 오르는 길의 안전로프를 설치해 준 춘천시가 고맙게 느껴진다.
779봉에서 내려다 본 북쪽은 화천군 간동면 소재지이고 파로호는 산 넘어에 숨어 있는데
되돌아 본 능선 길은 조심해서 잘가라고 손짓을 한다.
500m를 지나오니 785봉이 분명한데 오봉산(779m)으로 표시되 있으니 지도가 잘못됐는지 표석이 잘못됐는지 분간이 않된다.
정상에서 점심을 마치고 조금 내려오니 부용산 갈림길, 여기서 의문이 풀린다. 오봉산 정상 0.5km, 표지석의 산높이는779m. 들머리 안내도의 오봉산 위치와 맞아 떨어지니 현재 표지석이 잘못 세워진 785봉은 청평산으로 불리었었고 오봉산은 779봉이다. 삼거리에서 남릉을 타면 구멍바위, 칼바위 능선으로 청평사로 내려가고 동릉을 타면 배치고개 지나 부용산으로 이어진다.
조금 내려오다 옆길로 살금 들어가 보니 바위 끝 고사목 사이로 부용산이 살짝 보이고
200m쯤 내려오니 이제부터 급경사 암릉지역, 저 아래의 소양호가 조심해서 내려오라고 일러준다.
조심조심 급경사 바위 길을 내려와 너럭바위에서 뒤 돌아 본 청평산(?) 암봉은 어마무시하고
좌측으로 뻗어나간 부용산 줄기가 부용계곡 넘어로 보인다.
구멍바위로 내려서는 일행들의 뒤를 쫓아
구멍바위 위에서 내려다보며 살짝 한장 찍어보고
좁은 구멍바위를 빠져나오는 일행들을 또 한번 잡어봤다.
계속되는 급경사 바위 길에는 안전로프가 잘 설치되있으나 조심조심이 상책이라 적멸보궁과 해탈문을 지나 청평사로 내려간 주력부대와 해어져 5명의 간큰 산꾼들이 돌까마귀를 따라 칼바위 쪽 능선길 688봉으로 힘들게 올라서서 저 아래 칼바위 위로 펼쳐진 소양호를 조망하니 능선 끝자락의 평창사도 한눈에 들어온다.
지나온 능선과 이어진 마적산(경운산)마루금 위로 5월의 태양볕이 강하게 내려쬐고
뒤 돌아 본 688 암봉 위에는 파아란 하늘이 펼쳐졌다.
칼바위 끝에서 한숨을 돌린 일행들은 원망이 가득찬 눈초리를 내게 보내고
뒤 돌아 본 칼바위는 조심하라 이르는데
급경사를 내려서는 일행들의 뒷 모습에는 결연함이 묻어 있다.
기묘한 바위 틈을 파고들고 끌어안아 백년을 버티며 살아남은 소나무와
바위에 들어누워 생명을 다한 나무 등걸이 묘한 대조를 이루는데
90도를 넘나드는 암벽은 끝난듯하다가 다시 나타나고
또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하드니
이 바위부터는 완만해지니 한참을 쉬면서 긴장을 풀어본다.
고려 때 부터 이어져온 평창사는 한국전쟁 때 완전 폐허가 되었다가 1980년대에 중창되었다는데
600년 된 주목나무도 보고 대웅전과 극락보전에 들러 안전산행의 감사도 드리고 시원한 계곡물에 머리도 감으니
영지에 비친 오봉산이 찬란하기 그지없다.
신록 우거진 숲속 길을 내려오다 공주탕에서 발도 닦어보고 구성폭포의 시원한 물줄기도 즐기는데
공주님을 사랑한 상사뱀의 애틋한 전설은 평상에 펼쳐놓은 동동주 잔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맴돈다.
가뭄으로 저 멀리 한없이 낮아진 호수면으로 내려간 선착장 가는 길에 5월의 태양은 무지막지하게 심술을 부렸지만 유람선에 올라서니 소양호 물냄새를 가득담은 바람결에 차광막 그늘은 시원하다 못해 한기까지 느껴진다.
탑승료 2,500원을 내고 탄 소양2호 유람선이 10분 만에 댐 선착장에 닿았으나
우리들이 타고 갈 버스는 댐을 지나 너치골 제2주차장에 있다하니 갈길은 아직 멀다.
한참만에 도착한 주차장에서 길 아래 소양강 건너 보이는 저 산줄기는 수리봉과 대륭산이 분명하고
중앙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창 밖으로 파란하늘에 새털구름이 점점히 박혀있다.
원주를 지나 영동고속도로에 접어드니 5월의 태양이 서산 너머로 숨어들고
뒤풀이 술에 취한 피곤한 몸은 두 눈을 감게 만든다. 산행거리: 약 6 km 산행시간: 3시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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