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제 : 2014.1.27(월)
어디로 : 회덕동주민센터-뒷골길-용화사-계족산 봉황정-동남능선-봉황광장-법동굴다리-매봉중학교-동춘당공원
누구와 : 나홀로
어제 하루 종일 꿀꿀했던 기분이 오늘 "德을 품은 뒷골길을 걸은 得"인 듯 용화사를 지나며 말끔이 사라지니
겨울철에는 빙판 길이 되지 않도록 잠구어 놓은 약수터를 지나 봉황광장을 향해 오르다가
문을 닫은 카페를 지나 좌측으로 살그머니 도둑고양이 처럼 들어서니
대전이 자랑하는 유명한 "바위구멍 여행가" 느낌표 이창남님이 발견하신
"용화사 바위구멍"이 있는 남성바위가 기묘한 모습으로 돌까마귀를 반겨준다.
옆 골짜기 큰바위 아래에는 최신형 굿당이 숲속에 숨어 있고
카페 뒷마당에서 올라오는 길이 철책 쪽문으로 연결되어 있다.
조금 밑의 양지 바르고 솔깔비 융단이 깔려있는 넓은 바위에서 늦은 점심을 마친 뒤
건너편 산자락에 보이는 거대한 바위를 향해 흐미한 발자욱을 더듬으며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온몸이 땀에 젖어 첫번째 큰바위에 도착하니 기도터가 차려저 있고
무릎 걸음으로 바위위에 올라서니 조망이 탁월하다.
이어지는 바위능선을 잠시 오르니 흡사 개머리를 닮은 바위 옆에는 토종벌통이 놓여있고
수직에 가까운 널바위에는 어느 고마운 님께서 로프를 매어 놓았다.
70도가 넘는 경사를 이룬 큰바위를 타고 오르려니 오금이 저려 등줄기엔 식은땀이 흘러 내리고
바위틈을 비집고 자란 소나무는 족히 100살은 넘었는 듯 한데
잠시 숨을 돌리며 뒤를 돌아 보니 봉황광장 오르는 길이 며칠 남지않은 癸巳年 뱀띠해를 아쉬워 하는듯 구불거리는데
넓은 바위에는 기하학적 도형이 보이니 전문가들의 연구가 필요하리라.
얼마 남지않은 기력을 모두 쏟아내며 바위 끝에 올라서서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조망을 즐기니
어느새 등줄기의 식은땀은 말라 버리고
따스한 커피 한잔으로 쇄진한 에너지를 충전한다.
자리를 털고 일어서며 다시 한번 뒤를 돌아 보고
봉황정을 향해 고마운 어느님의 흔적을 따라 가파른 능선을 치고
20분 정도 올라서니 어둠골에서 올라오는 서북능선의 묘지에 닿는다.
잠시 숨 돌리며 북쪽을 바라보니 저멀리 금강변의 엑슬루타워가 흐미하고
봉황정 오르는 길은 이제 돌계단 길 100여 미터 만 남았다.
오랜만이라 반겨주는 주모의 넉살에 먼저 대포 한잔부터 기울인 뒤
봉황정에 올라 한밭벌을 한바퀴 둘러 보고
발걸음을 재촉하여 정상의 바위구멍을 향하는데
현직시절 실용신안특허까지 받아 계족산 3곳에 설치 한 산불감시초소는 20년이 지났어도 변함없이 반겨준다.
정상 표지석 오른쪽 바위에 새겨진 三星穴은 볼때마다 정감이 가고
건너편의 국가사적 355호 계족산성은 복원공사가 한창이다.
성재산에서 질현성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뒤로 옥천의 고리산(環山城)이 저 멀리 흐미하니
신라, 백제의 땅따먹기가 치열했던 곳이다.
임도삼거리 방향으로 내려오며 무너진 성벽도 뒤 돌아보고
지난해 등산로 관리를 하며 3명이서 힘들게 바꿔 멘 안전로프를 지나서
용화사 철계단 길을 버리고 작은 봉우리를 두개 넘어 우측능선으로 내려 선다.
돌탑이 있는 쉼터에서 우측 골짜기로 내려가면 앙증 맞은 꼬마 물레방아들이 많이 놓여있는 약수터에 닿고
용화사 위 봉황광장에서 비래사로 이어지는 계족산 순환임도가 나오니
대덕구에서 동춘당생애길로 명명하여 잘 가꾸어 놓았다.
많은 바위들이 모여있는 곳의 큰 바위 바로앞 작은바위(조금 큰돌)에 파인 구멍을 유심히 살피다가
봉황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겨
두시간 전 오르느라 땀께나 흘린 큰바위도 다시 한번 쳐다본다.
봉황광장에서 능선을 타고
매봉골로 내려와서
굴다리를 빠져나와 매봉중학교앞 삼각형 녹지대의 소나무 밑 바위들을 살펴보니
큰 바위에는 인공의 흔적인지 긴가민가 하고
그 아래 맨 우측의 작은 바위에도
알쏭 달쏭한 바위구멍이 파여있다.
삼익소월아파트 옆길과 동춘당로를 지나 동춘당공원에 들러서
국가 보물 209호인 동춘당도 둘러보고
대전시 유형문화재 3호 동춘선생 고택도 넘겨다 본뒤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팽나무 앞을 지나 호연재 김씨도 만나 본다.
댓돌에 파인 바위구멍을 구경하러 대전시 민속문화재 2호인 송용억가옥의
대문을 밀어 보지만 굳게 잠겨있어 포기를하고
그 앞의 거문고바위(琴巖)에 앉아 잠시 풍류를 즐겨 본 뒤
경내를 한번 휘둘러 보고
연당을 지나
뒷동산에 올라 한참을 쉬며 선비정신을 느껴 보다가
오늘의 바위구멍여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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