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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산 동쪽 자락의 인공 땅굴을 찾아서

돌까마귀 2023. 12. 29. 14:50

언    제 : 2023년의 마지막 금요일 12월 29일

누구와 : (사)대전문화유산울림의 안여종 대표, 임지선 사무국장과 중도일보 임병안 기자,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임재근 교육연구소장과 함께

어디로 : 대전 중구 호동, 석교동, 부사동, 대사동의 보문산 동쪽 자락에서

그리고 옛 충무시설이었던 대전아쿠아리움을 찾아서 옛 흔적을 찾아보았다.

 

대전시 중구 대사동 198-14번지에 있는 출입금지구역 '보문산 동굴'.

36년 간 군사보호시설로 베일에 가려있던 곳이다. '충무시설'로 불리며 일반인들의 접근이 철저히 금지돼 궁금증을 갖게 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보문산 기슭에 자리 잡은 이 비밀의 동굴이 곧 시민 품으로 돌아올 채비를 차리고 있다. 대전시 중구가 최근 한국디자인진흥원과 컨설팅협약을 맺고 재활용을 위한 용역작업에 들어갔다.

 

이곳은 자연동굴을 개조해 만든 전시대비용 지하벙커다. 20여 개의 크고 작은 방과 전기, 수도, 통신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전체면적은 6000㎡이고 U자 형이다. 당장 쓰기에도 불편함이 없을 만큼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그러나 동굴 밖은 나무숲 사이로 듬성듬성 보이는 얼룩무늬의 군 보호색 건물만이 눈에 들어온다. 입구엔 오래된 철문이 가로막고 있다. 안에 들어가 보면 240m 길이의 통로가 나온다. 벽면의 낙서들이 사방이 막혀 있는 굴 안의 깊은 흔적으로 남아있다.

 

'총력안보' '천하수안, 망전필위' '○○○ 전역 2005.9.10' 등 아직 없어지지 않은 군관련 모습들이 눈에 띈다.'의무실' '통합민방위 종합상황실' 등의 간판과 '총력안보 평화통일' 구호도 걸려있다. 자연의 모습이라곤 한 틈도 찾기 어렵다. 시멘트로 둘러쳐진 이 곳 어디선가 들리는 물소리만이 신비스런 추억의 한 자락을 증명할 뿐이다. 기계실로 통하는 출입금지구역엔 사용처가 불분명한 낯선 기계들이 작동을 멈춘 채 을씨년스럽게 컴컴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섭씨 15도를 가리키는 온도계, 미동조차 없는 벌레, 벽 틈에서 세어 나온 물 자국들이 이곳이 30여 년 전 호수가 있었던 동굴임을 짐작케 해준다. 대전토박이 어르신들 얘기를 종합해보면 동굴 안에 호수가 있었다고 한다. 비록 10m 남짓의 짧은 거리였지만 배를 타고 굴을 여행할 수 있어 아이들에겐 인기였다. 하지만 유료였기에 부모들을 한참 졸라야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던 동굴이 어느 날 갑자기 출입금지구역이 됐다. 1973년부터 충남도가 군사안보용의 '충무시설'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호수가 없어지고 굴의 공간도 지금처럼 넓어졌다. 아이들 사이에선 '동굴 안에 수십 대의 탱크가 있다' '전쟁 나면 대통령이 피난갈 곳이다'는 등 소문만 무성했다. 접근조차 할 수 없게 된 채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 속의 보문산 동굴은 고수동굴이나 협재동굴 이상으로 부풀려지기도 했다. 때론 꿈속의 전경처럼 아득해져 '정말 그곳에서 배를 타기는 했던 것일까'란 의구심마저 들게 했다.

 

대전시 중구가 지난해 말 충남도로부터 20억7300만원에 사들였다. 홍성으로 도청을 지어 옮겨갈 충남도가 대전지역에 갖고 있는 시설과 땅을 정리과정에서 판 것이다. 이제 동굴은 시민들에게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유력하게 검토 되고 있는 활용방안은 보문산개발사업 안에 넣어 관광코스의 하나인 복합체험실로 활용하는 것.영화상영관이나 산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북 카페, 등산객들이 쉴 수 있는 찜질방, 와인저장고 등 차별화된 시설들이 구상되고 있다.

어릴 때 놀곳, 볼 곳이 없던 시절 부모님을 졸라 이곳에서 배를 탔던 적 있는 중·장년들에게 지난날을 더듬어볼 수 있는 추억의 공간이 햇볕을 보게 돼 기대가 모아진다.

<2009. 4. 21. 아시아경제  박성상 기자의 글 퍼옴>

 

그리하여 2010년 5월 19일 아쿠아월드 상량식이 열렸다.

 

그리고 개장-부도-휴관-개장-매각-재개장한 현재의 아쿠아리움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