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시린 이유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른 새벽 장터 화톳불가에 둘러서서
언 손 호호 불며 마시는 따스한 커피 내음 속에는
결코 시린 겨울이 있을수 없다
바닥 넓이에 따라 사람을 가늠질하는
성냥갑 닮은 집의 따스한 거실 소파에 앉아
지난 달에 이사 온 아래층 사람도
아침마다 문 앞에서 만나는 앞 집 사람도
서로가 성도 이름도 모른채 스치며 지나가는
그네들의 겨울이 시릴뿐이다
새끼줄에 구멍탄 한장 끼워 들고
돌가루 푸대 종이 봉투에는 쌀 한줌 담아
새벽길에 끝집 할먼네 문간에 놓아 주던
벙어리 장갑 낀 신문배달 소년의 겨울은
하나도 시리지 않았다.
다만 그의 코밑에 피어 있는
백만송이 장미보다 더 예쁜
새하얀 겨울 꽃이 눈에 부실뿐...
찹쌀 떠~억을 외치며 매밀 무~욱을 소리치며
해 저문지 오래된 찬바람 몰아치는 골목길을 달리다
전기불 마저 켜지못한 반 지하 창문을 두드려
꼬깃 꼬깃하게 접고 또접은 지전 한장 드리 밀던
그의 손은 결코 시리지 않았다.
양 귀에 걸린 때 묻은 입가리개에 피어난
희고 고운 겨울꽃만
가로등 불빛에 빛나고 있을뿐...
2010.1.15 소한을 하루 앞두고 돌까마귀 옛 생각에 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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