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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에서 만나는 위험 요소

돌까마귀 2023. 9. 24. 08:05

장수말벌

말벌에 쏘이면 피부에 박혀있는 벌침을 손으로 뽑으려 하지 말고 카드로 밀어서 빼내라는 내용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말벌은 독침을 주삿바늘처럼 찔렀다 뽑았다 할 수 있기 때문에 말벌에 쏘였다고 해서 사람 피부에 독침이 남아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합니다. 사람 피부에 독침을 남기는 것은 대부분 꿀벌입니다. 꿀벌은 침끝이 갈고리 모양으로 생겨서 한번 침을 쏘면 사람 피부에 박히고 그 끝이 독주머니와 연결돼 있어 독주머니가 뽑혀 나옵니다. 이걸 손으로 만지면 터져서 벌독이 인체로 더 주입될 수 있기 때문에 독주머니가 터지지 않도록 카드나 핀셋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침을 뽑아내라고 하는 것이죠.

 

장수말벌이 꿀벌의 독보다 작게는 백배, 크게는 수백 배 강하다는 말이 퍼져있는데요. 사실이 아닙니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경북대학교와 공동연구를 통해 말벌에 관련된 연구를 진행해왔는데요. 4년 동안 수천 마리의 말벌을 모아 장수말벌, 등검은말벌 포함, 말벌류 다섯 종의 독성을 측정해 꿀벌의 독과 비교했습니다. 말벌 독을 정제해서 실험용 쥐를 이용한 반수치사량을 측정했는데요. 장수말벌의 독은 꿀벌과 비교했을 때 약 1.3배 정도 강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측정한 말벌류의 독성을 강한 순서부터 나열하면 장수말벌> 꿀벌> 좀말벌> 털보말벌> 등검은말벌> 왕바다리 순으로 꿀벌의 독 역시 무시할 수준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벌은 꿀벌과는 달리 침이 일회성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쏠 수 있구요. 꿀벌보다 약한 독성을 가진 종류라고 하더라도 한 번에 주입되는 독의 양이 꿀벌보다 많고 집단공격을 하므로 더욱 위험하다고 합니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2019년 <산림말벌 바로알기>라는 소책자를 펴냈습니다. 이 책에 보면 말벌에 관한 팩트체크가 실려있습니다. 말벌에 쏘이는 주요원인은 '말벌이나 말벌 집을 제거하려는 경우', '말벌 집을 실수로 건드렸을 경우'라고 합니다.

말벌을 목격했을 때는 말벌과 대적하지 말고 빨리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말벌의 공격이 시작됐다면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거나 엎드려 있을 경우 이미 흥분한 말벌의 집중공격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벌집에서 10~20m 이상 벗어나야 합니다.

산에 갈 때 밝은 색 옷을 입는 것이 어두운 색 옷을 입는 것보다 말벌에게 공격당할 위험이 적다고 합니다. 말벌의 최대 천적은 곰과 오소리인데요. 말벌이 어두운색을 더 많이 공격하는 성향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천적 동물들로 오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개나리광대버섯

가을은 송이버섯을 수확하는 계절입니다.

산을 찾았다가 버섯을 발견하고 함부로 먹다가 큰일을 당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합니다.

버섯에 관해 잘못 알려진 사실도 굉장히 많습니다.

▲색이 화려하지 않은 버섯은 먹어도 된다.

▲세로로 잘 찢어지는 버섯은 모두 먹을 수 있다.

▲은수저 등 은제품을 검게 변색시키지 않는 버섯 요리에는 독이 없다.

▲벌레나 달팽이가 먹은 흔적이 있는 버섯은 먹을 수 있다.

▲독버섯은 버섯 대에 띠가 없다.

▲독버섯이라도 가지나 들기름과 함께 요리하면 독성이 없어진다. 이런 말들이 떠돌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이런 속설은 모두 근거가 없다고 합니다. 산림청이 <독버섯에 관한 5가지 오해>라는 팩트체크를 내놨으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버섯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다면 산에서 만나는 버섯은 무조건 먹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 개나리광대버섯이라는 독버섯이 있는데요. 색이 화려하지 않지만 치명적인 독을 갖고 있습니다.

2000년 16명이 이 버섯을 나눠먹고 2명이 숨지고 1명은 간부전으로 혈액투석을 받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작은소피참진드기

걸리면 약도 없다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 SFTS)도 야외활동시 주의해야 할 질병입니다. SFTS 바이러스를 보유한 작은소피참진드기에 물려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SFTS의 치명률은 18.7%에 이릅니다.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80세 이상의 치명률이 1.71%인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치명적인 질환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제나 백신이 없기 때문에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입니다. 고열, 오한, 근육통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쓰쓰가무시병도 가을철 진드기가 옮기는 병인데요. 역시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1. 야외활동 시 풀밭 위에 옷을 벗어두거나 눕지 않기

2. 돗자리를 펴서 앉고, 사용한 돗자리는 세척하여 햇볕에 말리기

3. 풀밭에서 용변 보지 않기

4. 야외작업 시에는 일상복이 아닌 작업복을 구분하여 착용하기

5. 옷 소매와 바지 끝을 단단히 여미고 장화 신기

6. 작업 및 야외활동 시 기피제 사용하기

7. 야외활동 후 샤워를 하고, 옷은 털어서 반드시 세탁하기

8. 머리카락, 귀 주변, 팔 아래, 허리, 무릎 뒤, 다리 사이 등에 진드기가 붙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하기

 

2023.9.23 머니투데이 기사에서 퍼옴